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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고 싶어
비니 클라인 지음, 강성희 옮김 / 오늘의책 / 2012년 8월
평점 :
권투, 스포츠 중에서 이종격투기 다음으로 격렬한 운동이 아닌가 싶다. 경기 끝에 누군가는 피를 흘리고 멍이 드는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혹, 여성이 취미로 한다고 하면 강인한 여자란 생각이 먼저 앞섰다. 연예인 중에 모 여배우가 권투에 두각을 나타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 예쁜 얼굴 다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앞서고 잽을 날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부러움반 우려반 그런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런데 여기 권투에 도전한 한 여성의 이야기가 담긴 [강해지고 싶어]를 보면서 권투란 운동이 결코 잔인하고 무서운 운동만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의 짐이 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성, 그것이 부럽기 때문에 제목이 강하게 끌림을 받은 책이었다.
저자 비키 클라인, 그녀의 직업은 심리치료사고 10살 아래 남편도 있는 중년의 나이든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권투에 도전했다. 남녀의 차이, 억눌린 과거, 노화에 대한 불안감, 사회적 틀 안에 가두어 두었던 자신을 분출할 돌파구가 된 권투. 잽을 날릴 때의 그 짜릿함이란 그 안에 든 모든 억눌림을 날려버리는 느낌을 받는다.
심리치료사는 직업 특성상 자신의 존재를 낮추어야 다른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문제 말고도 직업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라면 문화생활로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녀는 격렬한 운동인 권투에 도전한 것이다.
무섭고 어려운 존재인 아버지가 관심 가졌던 스포츠여서 그녀 역시 그걸 배우길 원했던 건 아닐까? 그래야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을 테니까.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어머니, 아이도 없고 어린 남편을 둔 불안감, 자신의 존재감이 부족했던 그녀에게 권투는 필요할 때 맞설 용기, 자유와 너그러움을 안겨준다.
권투 글로브를 낀 날, 오랫동안 꼬꼭 닫아두었던 내 마음의 녹슨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뒷표지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나약함을 권투라는 운동으로 승화시켜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된 그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권투는 삶의 자세에 있어 전환점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건 그녀의 경우다. 내겐 아직 그런 소재의 영화자체도 즐기지 못하기에 땀을 흘릴 수 있는 다른 운동을 찾아야 할 듯하다. 그만큼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권투를 하면서 나약한 존재로서의 그녀가 강해져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에 귀 기울이고 싶다면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