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일본 - 한 몽상가의 체험적 한일 비교 문화론
유순하 지음 / 문이당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들의 일본
- 한 몽상가의 체험적 한일비교문화론

유순하 / 문이당 / 347

 

일본. 정말 가깝고도 먼나라임에 틀림없다.
이책의 광고글에는 최초의 한일비교문화론이라는 수식이 달려있으나 본문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한일간 문화를 비교한 글은 제법 많고 개중 이어령, 김용운 등의 책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다분히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인 글임에 반해 유순하의 이 책은 부제가 가리키듯 체험적 비교문화 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마치 우리 언론의 일본특파원들이 짧지않은 일본 생활을 마치면서 느낌을 펴낸 책들과 미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좀더 솔직하고 좀더 과감하다. 저자는 1943년 생으로 일본에서 태어나고 직장생활동안 일본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이어온 사람이다. 여러편의 소설을 발표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책은 반 이상의 내용이 일본문화나 저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다. 나머지 반은 한국의 실상에 대한 통열한 비판이다. 언뜻 보기에 일본이 대단한 나라니 욕만 하지말고 좀 배우자는 글이다. 그런데 전체를 읽고나면 좀 배우자 정도가 아니고 우리가 거듭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저자가 지일파를 넘어 친일파는 결코 아니다. 왜 이런 글을 썼는지에 대해 저자의 소회가 있다. 일본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실체도 모르면서 허구헌날 궐기대회만 하는 한심한 한국사람들 때문이다. 심정적 반일감정인데 실제로 반일행동은 못하면서 쪽발이 왜놈이라 욕만하고 혼자 흥분하는 한국사람들 내면에는 뿌리깊은 자격지심이 있다는 것이다.

 

 

독도문제나 위안부문제만 나오면 데모하고 일본을 욕하고, 한일간 경기라도 벌어지면 생사결이라도 난 듯 응원하고, 불매운동 벌이자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일본에 불이익을 끼치지 못하는 한국사람들 때문이다. 고대에 문화를 전해주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천년넘게 간직하면서 일본의 실상이나 저력을 파악하는 일본연구에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가장 싫어하는 나라에 항상 1위로 올라있지만 우리 한류가 일본에 미치는 영향보다 우리경제에 우리 젊은층에 미치는 일류(日流)나 일본문화, 경제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게 저자의 지적이다. 다 맞는 소리다.

 

 

적지않은 기간동안의 일본경험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이글을 쓰기위해 한일관계를 다룬 100여권의 저서를 읽어보았는데 정작 읽을만한 수준의 책은 11권 정도였고 그중 8권만 참고할정도의 수준이고 나머지는 읽지 말았어야할 저급한 수준의 책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면 친일파 등등의 시각으로 보아온 눈초리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일본문화에 대한 학계의 저서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한다. 반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전문가는 한국사분야를 비롯해 수백명이 넘는 수준이니 우리는 일본을 잘 모르면서 감정적인 비난만 하고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무조건 일본을 배우자고 하지는 않는다. 지피지기 매전불태(每戰不殆)의 입장에서 일본을 알고 우리의 저력을 살려 강한 나라가 되자고 한다. 현재 한국의 처지는 뱃사공에게 목줄이 매달려 물고기를 잡는대로 사공에게 바치고 힘들게 일만하는 가마우지의 신세나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제품 불매(不買)운동을 한다고 해서 될턱도 없지만 그게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 우리에게 제품을 안파는 불매(不賣)운동을 걱정해야 할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가 제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극일의 길은 요원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저자는 우리의 저력을 국민의 힘으로 본다. 의병이나 근래 IMF사태때 금모으기 운동등 우리가 제대로된 나라로 도약할 길은 분명히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근 지방선거에서 깨끗한 선거로 당선된 박원순서울시장의 경우를 들어 변화의 큰 조짐이라 말한다. 사실 박원순은 호오가 갈리는 인물이니 한국정치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하기에는 아직은 아닌 듯 하고 그런 취지라면 박원순보다는 노무현이 먼저 등장해야겠지만 이 부분은 문화와 관계없는 정치적 입장이므로 사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어쨌든 이 책을 위해 저자가 예로든 여러 상황은 절대 공감한다. 그동안 일본역사나 문화에 대해 여러권의 책을 읽었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그저 무시하는게 다다. 저자의 입장에 확실하게 공감하는 것중 하나는 앞으로 우리의 경쟁상대 또는 적국이 될 가능성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끼친 악영향 또한 일본과는 비교도 안되게 중국이 더 많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에 넘치도록 관대하고 일본에 지나치게 박하다. 그렇다고 일본을 알고 이용하는 수준도 아니고 경제적 문화적으로 의존하고 본받고 베끼면서도 심정적으로는 무시하고 욕한다. 독도망언했다고 궐기대회 백년 해보았자 일본에 아무런 자극도 못준다는 것이다. 일본은 무관심 그자체라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가 힘이 있으면 궐기대회같은 것 안해도 알아서 사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대의 실학이고 현대의 허생이 되자는 논리다.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국가혁신이라는 것도 말뿐인데 가능할지...

 

 

책은 가름이라 부르는 세 개의 꼭지로 크게 나누어졌고 각 꼭지마다 10개의 에피소드로 한일의 문화현상을 비교하고 있다.  예를들어 일본은 욕이 별로 없는 독특한 문화권인데 한국은 세계적으로 풍부한 욕을 가진 나라라고 한다. 일반인들의 친절도를 비교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국민에 속한다고 한다. 일본의 오바상과 한국의 아줌마부대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진 부분이다. 황우석이 국제적인 사기로 유명인사가 되고도 아직도 공개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에서 비슷하게 고고유적 발굴을 조작해서 사기를 쳤던 후지무라 신이치는 그후로 종적이 없다고 한다. 2006년 여기자를 성추행했던 한나라당 국회의원 최연희는 무죄판결을 받고 의원을 한번 더하고 현재 재벌기업 회장으로 영입되었다. 같은해 역시 일본 여기자를 성추행한 도쿄지바현 의원 오카다 게이스케는 결국 여론에 말려 의원직을 사퇴했다. 재벌과 정치인들이 대개 감옥에 한번이상 갔다오고도 멀쩡한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는 거의 그런 일이 없다.

 

 

일본에는 ‘마잇다’라는 승복의 문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결과에 지고도 마음으로 승복하지 못하거나 후에 정치보복하는 오기문화가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는 일본특유의 “습합”이라는 정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 메이지유신이후 존왕양이에서 갑자기 서양이적을 환영한다거나, 2차대전 패배후 귀축미영이라 부르며 증오하던 미군이 들어오자 고관들의 부인들이 미군 장교들의 섹스파트너로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했다는 이야기들은 일반적인 관념으론 이해하기 어렵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론이나 일본의 가업전통, 한 분야의 제일주의 등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수 없다. 저자가 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리학이 아닌 양명학을 받아들인 때문이다. 곧 이념, 명분 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 일본의 정치경제사정과 결합하여 일본적 전통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선비정신이란게 있는데 저자는 이를 하등 쓸데없는 명분주의로 본다. 원래부터 성리학이란게 가진자 치자의 학문이니 명분이 우선되는건 당연하다. 일본은 양명학의 사민평등사상과 실질숭상이, 살아남는 강한 일본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런 힘을 갖추지는 못한채 근거없는 우월감으로 일본을 비하하고 그렇다고 역사왜곡이나 독도문제에 대해 대책도 없으면서 비난만 일삼는 우리나라가 과연 일본을 이길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자의 걱정이다.

 

 

저자는 말미에서 자신만의 대책을 마련해서 합심하자고 주장한다. 충분히 근거있는 주장이다. 물론 그에대한 생각 역시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은 무엇이 문제인지 일본은 대체 왜 맨날 그러는지 궁금하면 이 책을 한번 보는 것이 좋겠다.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성은 할수 있으니까.  저자가 읽은 참고문헌을 밝혀주었으면 한일문화비교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었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유라시아 세계사 - 프랑스에서 고구려까지
크리스토퍼 벡위드 지음, 이강한.류형식 옮김 / 소와당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앙유라시아 세계사
 - 프랑스에서 고구려까지

 

크리스토퍼 벡위드 지음 / 이강한 류형식 옮김
소와당 / 809

 

흔히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있다가 깜짝 놀랄만한 책을 읽고나면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말을 쓰곤한다. 그런 의미로 보면 이 책은 내게 “지식의 지평을 넓혀준 책”이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를 서술한 책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의 사학도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전공이 한국사든 서양사든 동양사든. 특히 세계사의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이는 한국 사학계에서 이 책을 반드시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는 크리스토퍼 벡위드.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중앙유라시아학과 교수.  역사언어학을 전공한 학자로 지난 2006년 고구려연구재단에서 그의 저서 <고구려어, 일본을 대륙과 연결시져주는 언어>를 발간함으로써 알려지게 된 사람이다. 
학과도 전공도 매우 생소하다. 동양사전공자나 알까.

 

이 책은 809페이지라는 엄청난 부피를 자랑한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아마도 2008년에 출간된 듯 한데 아쉽게도 원제를 알 수 없다. 이는 전적으로 역자의 책임이다. 역자는 번역서의 저본을 원제와 출판사, 출판연도까지 밝혀주었어야 한다. 역자후기를 쓰지않을 요량이었다면 역자 일러두기를 통해서라도 어떤 판본을 대상으로 작업했는지 밝혔어야 한다. 역자후기가 없는 것은 게으른 역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어떤 번역자 얘기를 들어보니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이 책의 경우는 추천사 뿐 아니라 역자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원제는 추천사를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는데 <Empires of the Silk Road>인 것같다. 우리말 제목은 맘에 드는데 <프랑스에서 고구려까지>라는 부제는 원저에도 있는 것인지 알수 없다. 내 짐작엔 고구려를 강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붙인 부제같다. 내용이해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하며 내용과 크게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번역문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가끔 문맥이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 출몰한다. 워낙 방대한 전문서라서 퇴고가 충분치 않았나보다 하고 이해한다. 그러니 이 책의 역자들은 그 수고로운 번역을 마치고도 나처럼 까다로운 독자에게는 좋은 소리 한마디 듣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 내보기에 이책은 교양서가 아닌 전공서다. 그런데 저자인 벡위드에 의하면 애초 이 책은 프랑스식 교양독자를 염두에 두고 큰 틀에서 중앙유라시아 역사를 읽기쉽게 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책은 교양서라기보단 학술서에 가깝고 그러면서 중앙유라시아 역사에 대한 통사개설이다. 전문적 내용과 4000년을 아우르는 연대와 두 대륙을 종횡하는 넓은 지역 만으로도 읽기 쉽지 않다. 게다가 방대한 주석이 있다. 각주는 본문의 주고 몇십페이지나 되는 미주는 본문의 보충설명이다. 저자 스스로도 전문학자들이나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제목 그대로 중앙유라시아 4000년의 역사개괄이다. 한마디로는 실크로드의 역사다. 그럼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가. 벡위드는 “실크로드”라는 용어는 외부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따라서 근대에 형성된 탐험과 보물의 땅이라는 이미지, 이 지역에 존재해왔던 유목민족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등을 걷어내고 중앙유라시아 사람들과 그 역사에 대한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서술하고자 함이라 말하고 있다.

 

즉 유목민은 야만인이나 약탈자가 아니고 그런 이미지는 주변 정주제국에 의해 또는 근대 서양세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며 사실은 사치품을 위주로 하는 유목민과 정주제국,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교역체계가 실크로드 경제의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흉노와 중국의 관계에서 흉노가 생필품의 자연적 결핍을 중국제국에 대한 침략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는 오래된 인식에 대해 단호히 잘못된 분석이라 주장한다. 편견과 왜곡과 오류가 뒤섞인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이를위해 저자는 중앙유라시아 문화복합체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이를 설명한다. 그것은 말(馬), 전차, 전사(戰士.궁수)로 구성된 코미타투스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코미타투스란 주군에게 충성과 목숨을 바치는, 즉 주군과 생사를 같이하는 친위전사집단을 말한다. 초기에는 이들에게 지급할 충분한 급료 즉 사치품을 확보하기 위한 무역이 시작이 되어 유목민과 실크로드 무역이 세계사의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유목민과 정주제국간 전쟁은 무역확대 요구 때문이지 약탈이 원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역적으로 유라시아란 유럽과 아시아를 합쳐 부르는 명칭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중앙유라시아는 크게보아 압록강 유역에서 도나우강하류까지, 북극 아래 타이가 숲지대와 히말라야 인근까지를 가리킨다. 이 거대한 지역 내부의 경제 무역 시스템이 잘못 이해되어 실크로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말한다.

 

이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방법론이 바로 역사언어학이다. 최초의 유목민은 인도유럽어족의 이동에서 비롯되었고 곧 인도이란어족으로 분화한 전차전사집단이 유라시아 각지로 퍼져 중앙유라시아 문화복합체라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유목민족으로 출현했다고 한다. 이들 유목민의 정치형태는 중앙부족과 4개의 주변부족이 국가나 단위정치체를 이루고 있는데 초기 유목국가는 대개 이러한 체제를 갖고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부여와 고구려가 이에 해당한다. 거대제국을 이룬 유목국가는 스키타이를 시작으로 흉노, 투르크, 몽골, 준가르를 들수 있다. 이들 유목국가의 건국설화는 유라시아 전역에서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하늘신과 하천신의 결합, 영웅의 탄생과 시련, 탈출과 새로운 국가수립 등. 우리의 주몽이 바로 그 경우에 해당한다. 각 정치체의 지도자는 모두 코미타투스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중국과 그리스에서만 코미타투스의 전통이 없다. 투르크의 왕은 카간으로 불렸는데 신라의 간, 몽골의 칸이 같은 말이라고 한다. 기원전 3000년 경부터 밀레니엄 마다 전사집단의 이동이 있었는데 두번째 전사집단의 이동은 메소포타미아 북부나 서부스텝지역에서 동부스텝의 끝, 몽골의 동쪽과 만주지역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우리민족의 기원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주장이다.

 

지역의 명칭과 민족의 명칭, 국가의 명칭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새롭거나 반복적으로 언급되어도 지도가 없어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정확한 위치파악이 어렵다. 각 장마다 역사지도를 첨부했다면 훨씬 쉽게 읽을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나모리 가즈오
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215

 

일본에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나모리 가즈오, 마쓰시다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 보통 이 세사람을 든다.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이고

특별히 경영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인생을 본받고 싶어지는 인물들이다.

이책은 그중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경영론이다. 그것도 나이가 들대로 든 최근에 새롭게 쓴 책이다. 그는 1932년생이다.


일본에는 워낙 신급의 경영자들이 많은 듯 한데 경영이론은 모르지만 일본과

미국의 경영스타일은 전부터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에 미국 MBA가 들어오고

인기를 누릴무렵은 인간관계와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식 경영이 물러나고 새로운 기법과 통계로 무장한 서구경영이론이 판칠 때였다. 그러다 미국식 경영이

퇴조하는 기미가 보이고 다시 일본식 경영방법이 조명되는 시기도 있었다.

경영이란 결국 사람을 다스리는 일이기 때문에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결합된

그 나라만의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경영을 다른 측면에서 보면

리더십인데 미국식 최신 경영이론을 아무리 들여온들 권위주의와 독선이 밴

우리풍토에서 경영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한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새 책이 주는 공감은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그는 경영기법이나 이론을 전혀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신의 분석으로 돈을 버는 신개념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일에 임하는 사람의 마음자세다.

경영자나 근로자가 다른 마음이라도 안된다. 모두 한마음으로 일을 이루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일러 불타는 투혼이라고

부른다. 책의 제목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누구인가. 세라믹회사인 교세라를 창업하여 세계굴지의

기업으로 만들고 KDDI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노년에 도산에 직면한 일본항공

(JAL)을 무보수로 맡아 3년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낸 진짜 경영의 신이다.


삼성전자의 스승이었던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지금 명맥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한때 과학적 신경영의 표본같던 도요타는 부침을 거듭했다.

경영신의 이념을 계승한 마쓰시다 - 내쇼날은 어떠한가. 소니가 거의 몰락한

반면 내쇼날은 현재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나모리나 마쓰시다는 어떤 점이

다를까.

회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구미에서 이런 질문은 답이 정해져있다. 바로 주주다.

한국도 거의 이렇게 생각한다. 이나모리나 마쓰시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주보다 고객보다 종업원이 우선이다.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고 불황기에도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았다. 모두 한마음이 되고 경영자의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해냈기 때문에 성공한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되었다. 이나모리의 경영이념이나 가치관이 나와있고 

교세라의 경험담이 약간, 일본항공의 역전 사례가 약간 들어있다.

저자의 주안점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다. 불황에 맞서서 이겨내려는

의지를 불타는 투혼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마음가짐에는 분명한

목표 목적의식이 있어야한다고 본다. 그것은 이익을 내겠다는 금전적인 목표가

아니고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것이다. 올바른 윤리관을 가지고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

처럼 들리는 덕으로 경영하라든가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라든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라든가 하는 주장이 실려있는데 이것이 구름잡는 소린지 아닌지는 직접

읽어봐야 안다. 회사는 망해도 거액의 연봉이나 퇴직금을 챙기는 월가의 경영자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자본주의의 본모습이 이익이 아닌 직업소명설에 있음을

주장하고 세상을 위한 도전에 나설 것을 권한다.

 

결국 노경영자의 주장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인데 최근의 경영서에 나온 흐름과 다를바 없다. 원칙과 초심이 모든 것에 앞선다. 어떤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나모리처럼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이나모리 가즈오는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박사의 넷째 사위라고 하니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성황후 시해의 진실을 밝힌다 - 개정판
최문형 지음 / 지식산업사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성황후시해의 진실을 밝힌다   

최문형 / 지식산업사  / 2001년판

 

1988년 쓰노다 후사코의 <민비시해>가 한국에서 출간되고 1992년 최문형교수와 몇몇 학자들이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는 논문집을 출간했다. - 쓰노다 후사코의 <민비시해>는 그뒤 1999년 제목을 바꿔 <명성황후; 최후의 새벽>이라는 책으로 재발행되었는데 현재 이도 절판되었다. - 그후 고종과 명성황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져 현재까지 많지는 않지만 여러종의 연구서들이 간행되었다. 이 책은 2001년 최문형교수가 종합적이면서 체게적인 논지로 저술한 연구서인데 학술서의 모양을 갖춘 대중서이다.  많은 주석을 달았지만 모두 미주로 돌려 읽는데 신경쓰이지는 않다.


이 책의 논지를 간추려 말하면,  왕비시해사건은 일본공사 미우라의 단순하고 과격한 성격탓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고 깡패들이 난입해 벌어진 우발적 살인도 아니다.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속에서 왕권의 안정을 이루지 못하던 고종과 민왕비가 러시아와 일본의 각축전에 말려들어 인아거일(引俄拒日)을 하려다가 일본정부의 교묘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국제범죄사건이다.


학술서를 표방하지는 않았으므로 이책에서 최문형교수는 민왕비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서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민씨척족세력의 폐해상을 거의 서술하지 않았다. 민씨정권에 대한 상황표현도 “무능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여 상당히 동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비참하게 살해딘 왕비에 대한 동정심일수도, 왕후의 비범한 능력과 남자를 능가하는 결단력을 아까워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일국의 왕비가 국제관계 파워게임의 희생양이 되었으니 제대로 된 나라라면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국제관계 정책의 운용과 조정을 국왕도 아니고 신료도 아닌 황후가 전면에 나서 행사해야만 될 이유가 있었던가? 그렇다고 뚜렷한 철학이나 어떤 혜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재를 키운 것도 아니다.  오직 시아버지 대원군에 대한 반감과 원한이 민왕후 집권의 원동력이었다. 고종은 대체 뭘하고 있었을까?     

 

이 책에서 알수 있는 사실들

 

근대 일본은 사쯔마번(가고시마현)과 쵸슈번(야마구치현) 양대 세력의 대결장이다. 양대 지역의 벌족과 무사가 근대 일본을 확립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도모, 이노우에 가오루는 모두 쵸슈번 출신의 동지였다.

 

1894년 청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은 요동반도와 타이완을 강제로 할양받았으나 곧바로 러시아 주도로 독일과 프랑스가 함께한 삼국간섭에 부닥친다.  이때 청일전쟁당시 내무대신이던 이노우에가  조선 공사를 자청 자진강등되어 조선으로 부임한다. 이토오 내각의 외무상이던 무스 무네미쓰는 폐질환으로 직책만 유지한채 공무에서 물러나고 문부상인 사이온지 긴모치가 외무상을 대리한다.


1895년 7월 이노우에가 귀국하고 미우라 고로가 차기 조선공사에 내정된다. 삼국간섭으로 러시아의 힘을 체감한 민왕후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하려는 인아거일책을 본격화한다.  즉 3차 김홍집내각에 이범진등 친러파를 대거 기용하고 일본이 추천한 박영효를 왕비암살음모를 씌워 실각시킨다. 이노우에는 즉시 박영효를 일본으로 도피시키는데  이것이 모두 이노우에의 치밀한 계략이었다. 박영효가 일본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노우에는 두가지 방책을 이토오 내각에 제시한다. 하나는 후임공사에 왕후와의 교제가 능한 이를 임명하는 순리적 방법, 하나는 민왕후를 제거하는 강경책이다. 이노우에는 군인출신 미우라를 공사에 추천했고 내각은 7월22일 미우라를 후임공사에 내정한다.(8/17 정식임명)  미우라는 자신이 적임자일수 없음을 밝히며 수차례 수락과 사퇴를 번복한다. 이는 시해가 미우라 단독일수 없다는 반증이다. 미우라 역시 쵸슈번 출신으로 일본내각의 실력자들이 고심한 인선임을 알수있다. 미우라는 부임 17일만에 시해사건을 벌이는데 각본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이토오, 야마가타, 이노우에는 천황을 보좌하는 최고결정권자집단인 7인 원로회의의 구성원이다. 이 때문에 일본정부차원의 개입이라 말할 수 있다.


<민비시해>의 저자 쓰노다 후사코는 시해사건의 일본정부 개입설을 부인한다. 즉 일본정부의 대한 정책 총수는 외상인 무쓰 무네미쓰라고 한다. 그러나 무쓰는 1895년 6월 5일 직무에서 손떼고 요양중이었고 더더욱 이노우에가 조선공사로 부임한 1894년부터는 아예 조선정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있었다. 즉 내무상출신 이노우에가 조선문제에 관한한 전결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상 무쓰가 시해에 직접 가담한 오카모도 류노스케로부터 나중에 보고를 받고서야 그 전모를 알았으니 정부차원의 시해는 아니라는게 쓰노다의 교묘한 주장이다. 아마도 자신의 목적과 구미에 맞는 자료만 골라 보았던것 같다. 이 쓰노다의 저서에 우리나라 독자와 지식인까지 농락당했다.

 

낭인은 깡패나 부랑자가 아니다. 낭인이란 비정치적 민간인으로서 대륙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자이며 우익의 대륙 침략론자가 그들이다. 즉 현양사나 흑룡회가 그들의 단체이다. 시해 계획을 짜고 직접 가담한 시바 시료는 하버드대학과 펜실베이니아대학을 졸업한 일본 최고 지성인의 하나다.

 

사건후 영국영사에게 증언한 4인중 2인은 왕후가 일인들의 칼에 희생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궁녀, 희생된 왕후의 시신을 확인한 늙은 여의다.  또 시신을 목격한 시위대 장교와 시신을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한 궁중 하인도 있다. 다만 누가 왕후를 직접 칼로 찔러 시해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시해과정에서 일부가 왕후의 시신을 능욕하는 듯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으나 더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런 일이다.


아관파천은 고종의 계획이나 주도가 아닌 러시아공사 스페이에르의 계획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성황후 이야기 - 논픽션 대한제국의 비극
유홍종 지음 / 해누리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명성황후이야기
논픽션 대한제국의 비극   유홍종 / 해누리

 

제목은 논픽션이라 했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어 명성황후 이야기를  썼다. 그러나 한마디로 이 책을 평한다면, ‘뭐가 뭔지 모르고 쓴 책’이라 하겠다. 1999년에 초판이 나오고 2007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무엇이 달라지고 추가된 것인지 서문에 전혀 밝히지 않았다. 내 생각엔 추가된 사실이 전혀 없는 듯 하다.

 

소설가의 상상력은 때로 역사연구자를 놀라게 한다. 소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독서와 자료수집 뿐만 아니라 그 질과 깊이 역시 만만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저 월탄 박종화 이래 근래 최인호,이인화,김탁환 등등 언뜻 생각나는 이름 외에도 역사소설을 다룬 많은 작가들이 있어왔다. 그런데 유홍종은 아닌 듯 하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논픽션도 아닌 정체불명의 글이 되고 말았다.
 
저자는 고종연간의 경제피폐를 대원군의 폭정 탓이라고 한다. 국고가 고갈된 것은 경복궁 중건 때문이고 매관매직은 대원군 집정기에 있던 사실이고 관리 양반들의 서민에 대한 약탈,착복,횡령이 경제파탄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 사람은 역사공부를 어디로 했나?  여흥민씨 집사라도 된 것일까?

 

민왕후가 일본에 의해 피살된 사실만 강조하고 민씨 척족의 횡포와 폐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고종과 민왕후가 개국을 선택했지만 그에 따른 개혁 개방의 의지나 능력, 정책이나 기관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임오군란의 원인, 동학봉기의 원인은 서술하지 않았고 갑신정변의 과정은 상세하게 다루면서도 민중들의 태도, 반감의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책의 핵심이라 할 민왕후의 피살 원흉이 누구인지도 모호하다. 미우라와 오카모도 등의 개인적 활동에만 치중하고 일본정부 관련설은 너무나도 소략하다. 이것이 소설가의 한계인가, 유홍종의 한계인가.  한번 나쁘게 보니 표현에 있어서도, 외곽을 외각이라 쓰고 옥새를 옥쇄로 쓰는 등 맞춤법을 어긴 표현까지도 매우 눈에 거슬린다.

 

민비시해사건을 보통 우리는 을미사변이라 부른다. 요즘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 부른다.  명성황후란 호칭은 고종이 대한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후 내린 시호이니 그 이전은 민왕후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민비라는 명칭은 일본인들이 낮춰부르는 말이라 들어왔는데 생각해보니 별로 틀린 표현도 아닌 것 같다. 민왕후나 민비나.
 
명성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전에는 명성은 나라를 말아먹은 암탁 고종은 한심하고 나약한 바보 즘으로 보았는데  언젠가부터 명성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조선의 불씨를 지키려한 여걸이고 고종역시 겉으로는 약하게 보이지만 암중에 국권수호를 위해 온몸을 던진 현군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그중에 이책은 민왕후 영웅만들기의 결정판 처럼 보인다.

 

아쉽다. 제대로 된 소설이 훨씬 나을뻔 했는데...   다만 1999년 거의 처음으로 민왕후에 대해 쓴 저서라 생각하며 의의를 두는 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