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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6월
평점 :
이나모리 가즈오
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215
일본에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나모리 가즈오, 마쓰시다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 보통 이 세사람을 든다.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이고
특별히 경영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인생을 본받고 싶어지는 인물들이다.
이책은 그중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경영론이다. 그것도 나이가 들대로 든 최근에 새롭게 쓴 책이다. 그는 1932년생이다.
일본에는 워낙 신급의 경영자들이 많은 듯 한데 경영이론은 모르지만 일본과
미국의 경영스타일은 전부터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에 미국 MBA가 들어오고
인기를 누릴무렵은 인간관계와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식 경영이 물러나고 새로운 기법과 통계로 무장한 서구경영이론이 판칠 때였다. 그러다 미국식 경영이
퇴조하는 기미가 보이고 다시 일본식 경영방법이 조명되는 시기도 있었다.
경영이란 결국 사람을 다스리는 일이기 때문에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결합된
그 나라만의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경영을 다른 측면에서 보면
리더십인데 미국식 최신 경영이론을 아무리 들여온들 권위주의와 독선이 밴
우리풍토에서 경영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한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새 책이 주는 공감은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그는 경영기법이나 이론을 전혀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신의 분석으로 돈을 버는 신개념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일에 임하는 사람의 마음자세다.
경영자나 근로자가 다른 마음이라도 안된다. 모두 한마음으로 일을 이루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일러 불타는 투혼이라고
부른다. 책의 제목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누구인가. 세라믹회사인 교세라를 창업하여 세계굴지의
기업으로 만들고 KDDI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노년에 도산에 직면한 일본항공
(JAL)을 무보수로 맡아 3년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낸 진짜 경영의 신이다.
삼성전자의 스승이었던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지금 명맥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한때 과학적 신경영의 표본같던 도요타는 부침을 거듭했다.
경영신의 이념을 계승한 마쓰시다 - 내쇼날은 어떠한가. 소니가 거의 몰락한
반면 내쇼날은 현재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나모리나 마쓰시다는 어떤 점이
다를까.
회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구미에서 이런 질문은 답이 정해져있다. 바로 주주다.
한국도 거의 이렇게 생각한다. 이나모리나 마쓰시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주보다 고객보다 종업원이 우선이다.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고 불황기에도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았다. 모두 한마음이 되고 경영자의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해냈기 때문에 성공한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되었다. 이나모리의 경영이념이나 가치관이 나와있고
교세라의 경험담이 약간, 일본항공의 역전 사례가 약간 들어있다.
저자의 주안점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다. 불황에 맞서서 이겨내려는
의지를 불타는 투혼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마음가짐에는 분명한
목표 목적의식이 있어야한다고 본다. 그것은 이익을 내겠다는 금전적인 목표가
아니고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것이다. 올바른 윤리관을 가지고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
처럼 들리는 덕으로 경영하라든가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라든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라든가 하는 주장이 실려있는데 이것이 구름잡는 소린지 아닌지는 직접
읽어봐야 안다. 회사는 망해도 거액의 연봉이나 퇴직금을 챙기는 월가의 경영자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자본주의의 본모습이 이익이 아닌 직업소명설에 있음을
주장하고 세상을 위한 도전에 나설 것을 권한다.
결국 노경영자의 주장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인데 최근의 경영서에 나온 흐름과 다를바 없다. 원칙과 초심이 모든 것에 앞선다. 어떤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나모리처럼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이나모리 가즈오는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박사의 넷째 사위라고 하니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