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일본 - 한 몽상가의 체험적 한일 비교 문화론
유순하 지음 / 문이당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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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일본
- 한 몽상가의 체험적 한일비교문화론

유순하 / 문이당 / 347

 

일본. 정말 가깝고도 먼나라임에 틀림없다.
이책의 광고글에는 최초의 한일비교문화론이라는 수식이 달려있으나 본문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한일간 문화를 비교한 글은 제법 많고 개중 이어령, 김용운 등의 책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다분히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인 글임에 반해 유순하의 이 책은 부제가 가리키듯 체험적 비교문화 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마치 우리 언론의 일본특파원들이 짧지않은 일본 생활을 마치면서 느낌을 펴낸 책들과 미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좀더 솔직하고 좀더 과감하다. 저자는 1943년 생으로 일본에서 태어나고 직장생활동안 일본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이어온 사람이다. 여러편의 소설을 발표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책은 반 이상의 내용이 일본문화나 저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다. 나머지 반은 한국의 실상에 대한 통열한 비판이다. 언뜻 보기에 일본이 대단한 나라니 욕만 하지말고 좀 배우자는 글이다. 그런데 전체를 읽고나면 좀 배우자 정도가 아니고 우리가 거듭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저자가 지일파를 넘어 친일파는 결코 아니다. 왜 이런 글을 썼는지에 대해 저자의 소회가 있다. 일본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실체도 모르면서 허구헌날 궐기대회만 하는 한심한 한국사람들 때문이다. 심정적 반일감정인데 실제로 반일행동은 못하면서 쪽발이 왜놈이라 욕만하고 혼자 흥분하는 한국사람들 내면에는 뿌리깊은 자격지심이 있다는 것이다.

 

 

독도문제나 위안부문제만 나오면 데모하고 일본을 욕하고, 한일간 경기라도 벌어지면 생사결이라도 난 듯 응원하고, 불매운동 벌이자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일본에 불이익을 끼치지 못하는 한국사람들 때문이다. 고대에 문화를 전해주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천년넘게 간직하면서 일본의 실상이나 저력을 파악하는 일본연구에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가장 싫어하는 나라에 항상 1위로 올라있지만 우리 한류가 일본에 미치는 영향보다 우리경제에 우리 젊은층에 미치는 일류(日流)나 일본문화, 경제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게 저자의 지적이다. 다 맞는 소리다.

 

 

적지않은 기간동안의 일본경험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이글을 쓰기위해 한일관계를 다룬 100여권의 저서를 읽어보았는데 정작 읽을만한 수준의 책은 11권 정도였고 그중 8권만 참고할정도의 수준이고 나머지는 읽지 말았어야할 저급한 수준의 책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면 친일파 등등의 시각으로 보아온 눈초리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일본문화에 대한 학계의 저서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한다. 반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전문가는 한국사분야를 비롯해 수백명이 넘는 수준이니 우리는 일본을 잘 모르면서 감정적인 비난만 하고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무조건 일본을 배우자고 하지는 않는다. 지피지기 매전불태(每戰不殆)의 입장에서 일본을 알고 우리의 저력을 살려 강한 나라가 되자고 한다. 현재 한국의 처지는 뱃사공에게 목줄이 매달려 물고기를 잡는대로 사공에게 바치고 힘들게 일만하는 가마우지의 신세나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제품 불매(不買)운동을 한다고 해서 될턱도 없지만 그게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 우리에게 제품을 안파는 불매(不賣)운동을 걱정해야 할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가 제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극일의 길은 요원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저자는 우리의 저력을 국민의 힘으로 본다. 의병이나 근래 IMF사태때 금모으기 운동등 우리가 제대로된 나라로 도약할 길은 분명히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근 지방선거에서 깨끗한 선거로 당선된 박원순서울시장의 경우를 들어 변화의 큰 조짐이라 말한다. 사실 박원순은 호오가 갈리는 인물이니 한국정치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하기에는 아직은 아닌 듯 하고 그런 취지라면 박원순보다는 노무현이 먼저 등장해야겠지만 이 부분은 문화와 관계없는 정치적 입장이므로 사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어쨌든 이 책을 위해 저자가 예로든 여러 상황은 절대 공감한다. 그동안 일본역사나 문화에 대해 여러권의 책을 읽었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그저 무시하는게 다다. 저자의 입장에 확실하게 공감하는 것중 하나는 앞으로 우리의 경쟁상대 또는 적국이 될 가능성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끼친 악영향 또한 일본과는 비교도 안되게 중국이 더 많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에 넘치도록 관대하고 일본에 지나치게 박하다. 그렇다고 일본을 알고 이용하는 수준도 아니고 경제적 문화적으로 의존하고 본받고 베끼면서도 심정적으로는 무시하고 욕한다. 독도망언했다고 궐기대회 백년 해보았자 일본에 아무런 자극도 못준다는 것이다. 일본은 무관심 그자체라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가 힘이 있으면 궐기대회같은 것 안해도 알아서 사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대의 실학이고 현대의 허생이 되자는 논리다.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국가혁신이라는 것도 말뿐인데 가능할지...

 

 

책은 가름이라 부르는 세 개의 꼭지로 크게 나누어졌고 각 꼭지마다 10개의 에피소드로 한일의 문화현상을 비교하고 있다.  예를들어 일본은 욕이 별로 없는 독특한 문화권인데 한국은 세계적으로 풍부한 욕을 가진 나라라고 한다. 일반인들의 친절도를 비교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국민에 속한다고 한다. 일본의 오바상과 한국의 아줌마부대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진 부분이다. 황우석이 국제적인 사기로 유명인사가 되고도 아직도 공개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에서 비슷하게 고고유적 발굴을 조작해서 사기를 쳤던 후지무라 신이치는 그후로 종적이 없다고 한다. 2006년 여기자를 성추행했던 한나라당 국회의원 최연희는 무죄판결을 받고 의원을 한번 더하고 현재 재벌기업 회장으로 영입되었다. 같은해 역시 일본 여기자를 성추행한 도쿄지바현 의원 오카다 게이스케는 결국 여론에 말려 의원직을 사퇴했다. 재벌과 정치인들이 대개 감옥에 한번이상 갔다오고도 멀쩡한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는 거의 그런 일이 없다.

 

 

일본에는 ‘마잇다’라는 승복의 문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결과에 지고도 마음으로 승복하지 못하거나 후에 정치보복하는 오기문화가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는 일본특유의 “습합”이라는 정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 메이지유신이후 존왕양이에서 갑자기 서양이적을 환영한다거나, 2차대전 패배후 귀축미영이라 부르며 증오하던 미군이 들어오자 고관들의 부인들이 미군 장교들의 섹스파트너로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했다는 이야기들은 일반적인 관념으론 이해하기 어렵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론이나 일본의 가업전통, 한 분야의 제일주의 등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수 없다. 저자가 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리학이 아닌 양명학을 받아들인 때문이다. 곧 이념, 명분 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 일본의 정치경제사정과 결합하여 일본적 전통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선비정신이란게 있는데 저자는 이를 하등 쓸데없는 명분주의로 본다. 원래부터 성리학이란게 가진자 치자의 학문이니 명분이 우선되는건 당연하다. 일본은 양명학의 사민평등사상과 실질숭상이, 살아남는 강한 일본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런 힘을 갖추지는 못한채 근거없는 우월감으로 일본을 비하하고 그렇다고 역사왜곡이나 독도문제에 대해 대책도 없으면서 비난만 일삼는 우리나라가 과연 일본을 이길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자의 걱정이다.

 

 

저자는 말미에서 자신만의 대책을 마련해서 합심하자고 주장한다. 충분히 근거있는 주장이다. 물론 그에대한 생각 역시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은 무엇이 문제인지 일본은 대체 왜 맨날 그러는지 궁금하면 이 책을 한번 보는 것이 좋겠다.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성은 할수 있으니까.  저자가 읽은 참고문헌을 밝혀주었으면 한일문화비교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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