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유라시아 세계사 - 프랑스에서 고구려까지
크리스토퍼 벡위드 지음, 이강한.류형식 옮김 / 소와당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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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유라시아 세계사
 - 프랑스에서 고구려까지

 

크리스토퍼 벡위드 지음 / 이강한 류형식 옮김
소와당 / 809

 

흔히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있다가 깜짝 놀랄만한 책을 읽고나면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말을 쓰곤한다. 그런 의미로 보면 이 책은 내게 “지식의 지평을 넓혀준 책”이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를 서술한 책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의 사학도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전공이 한국사든 서양사든 동양사든. 특히 세계사의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이는 한국 사학계에서 이 책을 반드시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는 크리스토퍼 벡위드.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중앙유라시아학과 교수.  역사언어학을 전공한 학자로 지난 2006년 고구려연구재단에서 그의 저서 <고구려어, 일본을 대륙과 연결시져주는 언어>를 발간함으로써 알려지게 된 사람이다. 
학과도 전공도 매우 생소하다. 동양사전공자나 알까.

 

이 책은 809페이지라는 엄청난 부피를 자랑한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아마도 2008년에 출간된 듯 한데 아쉽게도 원제를 알 수 없다. 이는 전적으로 역자의 책임이다. 역자는 번역서의 저본을 원제와 출판사, 출판연도까지 밝혀주었어야 한다. 역자후기를 쓰지않을 요량이었다면 역자 일러두기를 통해서라도 어떤 판본을 대상으로 작업했는지 밝혔어야 한다. 역자후기가 없는 것은 게으른 역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어떤 번역자 얘기를 들어보니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이 책의 경우는 추천사 뿐 아니라 역자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원제는 추천사를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는데 <Empires of the Silk Road>인 것같다. 우리말 제목은 맘에 드는데 <프랑스에서 고구려까지>라는 부제는 원저에도 있는 것인지 알수 없다. 내 짐작엔 고구려를 강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붙인 부제같다. 내용이해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하며 내용과 크게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번역문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가끔 문맥이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 출몰한다. 워낙 방대한 전문서라서 퇴고가 충분치 않았나보다 하고 이해한다. 그러니 이 책의 역자들은 그 수고로운 번역을 마치고도 나처럼 까다로운 독자에게는 좋은 소리 한마디 듣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 내보기에 이책은 교양서가 아닌 전공서다. 그런데 저자인 벡위드에 의하면 애초 이 책은 프랑스식 교양독자를 염두에 두고 큰 틀에서 중앙유라시아 역사를 읽기쉽게 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책은 교양서라기보단 학술서에 가깝고 그러면서 중앙유라시아 역사에 대한 통사개설이다. 전문적 내용과 4000년을 아우르는 연대와 두 대륙을 종횡하는 넓은 지역 만으로도 읽기 쉽지 않다. 게다가 방대한 주석이 있다. 각주는 본문의 주고 몇십페이지나 되는 미주는 본문의 보충설명이다. 저자 스스로도 전문학자들이나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제목 그대로 중앙유라시아 4000년의 역사개괄이다. 한마디로는 실크로드의 역사다. 그럼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가. 벡위드는 “실크로드”라는 용어는 외부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따라서 근대에 형성된 탐험과 보물의 땅이라는 이미지, 이 지역에 존재해왔던 유목민족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등을 걷어내고 중앙유라시아 사람들과 그 역사에 대한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서술하고자 함이라 말하고 있다.

 

즉 유목민은 야만인이나 약탈자가 아니고 그런 이미지는 주변 정주제국에 의해 또는 근대 서양세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며 사실은 사치품을 위주로 하는 유목민과 정주제국,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교역체계가 실크로드 경제의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흉노와 중국의 관계에서 흉노가 생필품의 자연적 결핍을 중국제국에 대한 침략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는 오래된 인식에 대해 단호히 잘못된 분석이라 주장한다. 편견과 왜곡과 오류가 뒤섞인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이를위해 저자는 중앙유라시아 문화복합체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이를 설명한다. 그것은 말(馬), 전차, 전사(戰士.궁수)로 구성된 코미타투스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코미타투스란 주군에게 충성과 목숨을 바치는, 즉 주군과 생사를 같이하는 친위전사집단을 말한다. 초기에는 이들에게 지급할 충분한 급료 즉 사치품을 확보하기 위한 무역이 시작이 되어 유목민과 실크로드 무역이 세계사의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유목민과 정주제국간 전쟁은 무역확대 요구 때문이지 약탈이 원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역적으로 유라시아란 유럽과 아시아를 합쳐 부르는 명칭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중앙유라시아는 크게보아 압록강 유역에서 도나우강하류까지, 북극 아래 타이가 숲지대와 히말라야 인근까지를 가리킨다. 이 거대한 지역 내부의 경제 무역 시스템이 잘못 이해되어 실크로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말한다.

 

이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방법론이 바로 역사언어학이다. 최초의 유목민은 인도유럽어족의 이동에서 비롯되었고 곧 인도이란어족으로 분화한 전차전사집단이 유라시아 각지로 퍼져 중앙유라시아 문화복합체라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유목민족으로 출현했다고 한다. 이들 유목민의 정치형태는 중앙부족과 4개의 주변부족이 국가나 단위정치체를 이루고 있는데 초기 유목국가는 대개 이러한 체제를 갖고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부여와 고구려가 이에 해당한다. 거대제국을 이룬 유목국가는 스키타이를 시작으로 흉노, 투르크, 몽골, 준가르를 들수 있다. 이들 유목국가의 건국설화는 유라시아 전역에서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하늘신과 하천신의 결합, 영웅의 탄생과 시련, 탈출과 새로운 국가수립 등. 우리의 주몽이 바로 그 경우에 해당한다. 각 정치체의 지도자는 모두 코미타투스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중국과 그리스에서만 코미타투스의 전통이 없다. 투르크의 왕은 카간으로 불렸는데 신라의 간, 몽골의 칸이 같은 말이라고 한다. 기원전 3000년 경부터 밀레니엄 마다 전사집단의 이동이 있었는데 두번째 전사집단의 이동은 메소포타미아 북부나 서부스텝지역에서 동부스텝의 끝, 몽골의 동쪽과 만주지역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우리민족의 기원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주장이다.

 

지역의 명칭과 민족의 명칭, 국가의 명칭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새롭거나 반복적으로 언급되어도 지도가 없어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정확한 위치파악이 어렵다. 각 장마다 역사지도를 첨부했다면 훨씬 쉽게 읽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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