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이야기 - 논픽션 대한제국의 비극
유홍종 지음 / 해누리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명성황후이야기
논픽션 대한제국의 비극   유홍종 / 해누리

 

제목은 논픽션이라 했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어 명성황후 이야기를  썼다. 그러나 한마디로 이 책을 평한다면, ‘뭐가 뭔지 모르고 쓴 책’이라 하겠다. 1999년에 초판이 나오고 2007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무엇이 달라지고 추가된 것인지 서문에 전혀 밝히지 않았다. 내 생각엔 추가된 사실이 전혀 없는 듯 하다.

 

소설가의 상상력은 때로 역사연구자를 놀라게 한다. 소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독서와 자료수집 뿐만 아니라 그 질과 깊이 역시 만만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저 월탄 박종화 이래 근래 최인호,이인화,김탁환 등등 언뜻 생각나는 이름 외에도 역사소설을 다룬 많은 작가들이 있어왔다. 그런데 유홍종은 아닌 듯 하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논픽션도 아닌 정체불명의 글이 되고 말았다.
 
저자는 고종연간의 경제피폐를 대원군의 폭정 탓이라고 한다. 국고가 고갈된 것은 경복궁 중건 때문이고 매관매직은 대원군 집정기에 있던 사실이고 관리 양반들의 서민에 대한 약탈,착복,횡령이 경제파탄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 사람은 역사공부를 어디로 했나?  여흥민씨 집사라도 된 것일까?

 

민왕후가 일본에 의해 피살된 사실만 강조하고 민씨 척족의 횡포와 폐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고종과 민왕후가 개국을 선택했지만 그에 따른 개혁 개방의 의지나 능력, 정책이나 기관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임오군란의 원인, 동학봉기의 원인은 서술하지 않았고 갑신정변의 과정은 상세하게 다루면서도 민중들의 태도, 반감의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책의 핵심이라 할 민왕후의 피살 원흉이 누구인지도 모호하다. 미우라와 오카모도 등의 개인적 활동에만 치중하고 일본정부 관련설은 너무나도 소략하다. 이것이 소설가의 한계인가, 유홍종의 한계인가.  한번 나쁘게 보니 표현에 있어서도, 외곽을 외각이라 쓰고 옥새를 옥쇄로 쓰는 등 맞춤법을 어긴 표현까지도 매우 눈에 거슬린다.

 

민비시해사건을 보통 우리는 을미사변이라 부른다. 요즘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 부른다.  명성황후란 호칭은 고종이 대한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후 내린 시호이니 그 이전은 민왕후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민비라는 명칭은 일본인들이 낮춰부르는 말이라 들어왔는데 생각해보니 별로 틀린 표현도 아닌 것 같다. 민왕후나 민비나.
 
명성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전에는 명성은 나라를 말아먹은 암탁 고종은 한심하고 나약한 바보 즘으로 보았는데  언젠가부터 명성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조선의 불씨를 지키려한 여걸이고 고종역시 겉으로는 약하게 보이지만 암중에 국권수호를 위해 온몸을 던진 현군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그중에 이책은 민왕후 영웅만들기의 결정판 처럼 보인다.

 

아쉽다. 제대로 된 소설이 훨씬 나을뻔 했는데...   다만 1999년 거의 처음으로 민왕후에 대해 쓴 저서라 생각하며 의의를 두는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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