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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자부심 소설Q
김세희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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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소소한 것 같지만 주목할 만한 주변인의 이야기. 내 주변 그 어딘가에 주인공 하얀이 있다. 잘 자라준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열심히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공부도 성실하게 했다. 천대 일의 경쟁력을 뚫고 유명 신문사에 취직도 했었다. 하지만 하얀은 공황 장애를 겪는다. 회사도 그만 두었다. 프리랜서를 하며 페이 만큼 일하고, 들어오는 일거리를 향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한다. 오래 연애했던 남자친구와 겉치레 없고 소박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프리랜서 하얀은 희성교육대학 전시관 관련 일을 하며 80년대 여학생의 자살 스토리를 알게 된다. 자유와 민주를 외치던 80년대 학생운동 시기 자신의 목숨을 학생 운동에 바쳐 위대한 죽음으로 추앙 받곤 했다. 하지만 하얀이 마주한 여학생의 죽음은 평가 절하되었고 주목받지 못하였다. 열심히 똑같은 마음으로 자유와 이상을 바라고 목숨을 내 놓았는데, 소외된 죽음 이었고 잊혀진 사건이 되었다. 민주투사, 학생운동의 주역은 주목 받지만, 목적이 같더라도 살짝 그 대열에서 나와 있다면 프리랜서다. 프리랜서 대부분은 망각되고 존재감을 잃게 된다. 이제 프리랜서도 알은체해야 하지 않을까?

쉽지 않은 인생이다. 과거이든 현재이든 젊은이에게 시련은 늘 있고, 갈등과 상처는 필연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고 산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큰 능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평범함에서 한발짝 벗어나 인생의 프리랜서가 된다. 인생의 프리랜서가 된다면, 그냥 하얀처럼 죽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의 신념이 소중한 줄 알고 이 신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키는 것이 인생 프리랜서의 최고 능력치 아닐까? 하얀은 잘 하고 있다. 


-본 소설에 대한 서평을 희망하여 창비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감상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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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권리를 주장해 -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인권 가이드 창비청소년문고 41
국제앰네스티.안젤리나 졸리.제럴딘 반 뷰런 지음, 김고연주 옮김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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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 이해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라는 의문을 가진 가운데 이 책을 만났다. 어린이 청소년의 권리 열 다섯 항목을 명시하고 의미를 풀어주고 실천의 예시를 소개해 준다. 과거 그리고 현재에 돌고 도는 전쟁과 팬더믹 속에 어린이 청소년이 가장 큰 피해자임를 강조한다. “정당성이 있든 없든, 패하든 승하든 관계없이 모든 전쟁은 어린이를 상대로 치르는 것입니다.” 에글렌타인 젭,1919
1919년 100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도 진행중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면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끝장없는 분쟁에 아이들은 죽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인권은 이야기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을 따로 말하는 것은 뭔가 특별해 보인다. 그만큼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무감각하다. ‘너의 권리를 주장해’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그들의 권리를 일깨워주는 책이지만, 모든 어른들에게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 청소년의 권리 이행을 자연스럽게하게 하도록 깨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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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옷장 -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
박진영.신하나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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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문을 열면 이 옷을 버릴까 말까 고민하고, 입지 않는 옷이 옷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갑갑한 마음이 들곤 한다. 이 책 75쪽에 인용된 정리의 신 곤도 마리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는 조언은 옷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한다. 기후위기는 불편한 진실이다. 환경 오염에 있어 우리는 모두 공범이자 책임자이다. 지구인 모두가 환경오염을 들여다보고 걱정해야한다. 옷은 매일 입기 때문이 패스트패션이 무엇이고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모두가 알아야한다. 화석연료가 탄소배출의 주범이고 탄소중립 탄소절감 재생에너지를 논하는 것과 같은 비중으로 패스트패션 동물소재 소비의 악영향도 논해야한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 한 권에 패션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딱 맞게 들어 있다. 필요한 옷만 넣은 친환경 옷장 같은 책이다. 옷이 환경 오염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누구나 이야기 한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 할 것이라는 막연한 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문제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친환경 의복생활, 친환경 소재, 의복 재활용 등 지속 가능한 패션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 수 있는,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필독 도서이다. 내 직장에서 매일 만나는 중학생 아이들과 함께 읽고 수업에 활용하고 싶은 귀한 책이다. 동물 소재 아웃에 참여한 의복 기업 리스트가 삽입되었은데, 신문 기사나 유투브에서도 볼 수 없는 정보이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면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책으로 펴낸 박진영, 신하나 님은 진정한 업계 주역들 같다. 그들의 성공을 응원하고 이 책이 널리 알려져 같은 옷을 매일 입는 것이 멋과 유행을 몰라서가 아닌 친환경 실천임을 서로가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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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호텔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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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호텔, 튤립호텔은 과연 어떤 호텔일까?
예쁜 꽃을 호텔 이름 앞에 붙인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판타지 일까? 사연 많은 사랑이야기 일까? 아름다울까? 슬플까?호기심과 기대로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책이 도착했다. 기쁜 마음으로 배송포장을 뜯는다. 스케치북처럼 부드러운 촉감의 작은 책이다. 책을 받은 순간 웃음이 났다. 아! 그림책이구나!
그것도 수채화가 너무 예쁘장한 그림책! 주인공으로 보이는 멧밭쥐들이 귀엽게 등장한다. 열심히 게임중이던 아들이 엄마가 보려는 책을 먼저 읽겠다고 가져간다. 스스로 책 읽는 아들의 모습을 오랫만에 본다. 아들이 다 읽고 "엄마, 꼭 읽어봐!" 하며 책을 내밀었다.
나도 책장을 열었다.
작은 멧밭쥐가 집만한 바구니에 담긴 씨앗을 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페이지마다 맑고 예쁜 수채화와 아기자기한 문장이 절로 웃게 한다. 멧밭쥐들의 대화글이 그림 곁에 속닥거리듯 적혀있는데 이런 편집을 아들이 너무 좋아한다. 아들과 내가 각각 가장 느낌 있는 그림 페이지와 문장을 골라 보았다.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아들은 아래 문장을 골랐다.

"어제도 같은거 먹었는데 ......"
"여기 감자호박국수가 그렇게 생각나더라고."
튤립호텔을 읽고 엄마 잔치국수 해 먹자고 하는 아들

내가 고른 문장은

"찬 바람이 씽씽불어도
노릇노릇 햇살이 따듯하다면
봄이 성큼 문 앞에 찾아온 거예요."
"어린 튤립이 봄비를 마시는 소리가 들려요."

햇살이 노릇노릇하다. 기분좋고 신선하다.
튤립이 봄비를 맛있게 마시는 것 같다.

서평으로 제공된 튤립호텔을 이미 소장하였지만
정식 출간되는 튤립호텔을 다시 만나
아들과 가볍게 두런 두런 툭 툭 펼쳐 보고 싶다.
튤립호텔, 책 친구 하나 더 만났다. 덕분에 봄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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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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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창비 인스타 에서 블라인드 서평 이벤트를 보게 되었다. 책 제목은 호수의 일이고 작가를 공개하지 않고 미리 서평단이 책을 읽오보는 이벤트였다. 그동안 읽었던 창비의 성장 소설을 죽 떠올려 보았다. 완득이를 시작으로 아몬드, 페인트,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곁에 있다는 것 등, 말이 필요 없는 참 좋은 소설들이다. 이번에 창비에서 출간한 성장소설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2022년 시작하는 1월 성장 소설을 서점에 선보이는 작가는 누구일까? 그야말로 기대가 만발하여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클릭하고 신청했다. 며칠 뒤 블라인드 서평단 문자를 받았고 이틀 뒤 선물처럼 책을 만났다.

책 표지에 해시태그 되어 있던 ‘#청춘 #첫사랑 #성장 #치유가 눈에 들어왔다. 10대 시절이나 지금이나 정말 외롭고 힘들 때 떠올리는 나의 청춘첫사랑’,40대가 된 지금도 앓고 있는 성장통그리고 항상 바라는 치유’, 마음에 와 닿고 벌써 위로 된다.

첫 장을 마주하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까지 하루도 안 걸렸다. 읽으면서 간간히 손글씨로 문장을 옮겨 적어 보았다. 리얼리티, 공감, 신선함, 내 유년 시절의 데자뷰, 작가의 특별한 표현 등이 느껴질 때 손글씨로 적게 되었다.

 

#청춘

열일곱 찐청춘 안에 있는 주인공 호정을 담은 문장은, 유년 시절의 내 마음을 아우르는, 그리고 현재 직장인 중학교 교실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는, 그리고 40대를 살아가는 번아웃 된 워킹맘의 마음을 만져준다. 해시태그 청춘을 달고 좋아요. 공감을 누르는 대신 손글씨로 필사했던 문장들.

33

교복을 입은 우리는 다 똑같아 보이지만, 복사본은 하나도 없다.


35

오고 말고는 아빠한테 달려있다. 그런데도 꼭 그런식으로, 결정권이 내게 있다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76

그런데 그날은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 플라스틱 뚜껑에 뚫린 구멍에서 따뜻한 기운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어쩐지 눈이 뜨거워졌다.

 

78

속에서 거슬리는 것들은 커피랑 같이 삼켜버리기로 했다.

 

94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경솔한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10

어떤 질문은 그것만으로 상처가 된다. 가령, 할머니 댁에 놀러온 거니? 같은, 네가 바로 그 마리아 자매님 손녀구나? 같은.

 

#첫사랑

열 일곱 호정이 생애 가장 거대한 사랑이 될, 첫사랑 은기가 봄이 오듯 소리 없이 왔다. 그땐 모른다 성인이 되어 연애를 하고 심지어 결혼을 할 정도로 사랑한 사람을 사랑한 크키와 무게가 있다면 십대 시절 첫 사랑이 가장 크고 무거울 것이라는 것을. 거대하다는 것을. 호정이와 은기가 공유한 모든 것이 너무 설레고 여쁘더라. 둘의 첫 사랑을 응원하며 적어 두었던 문장들.

91

손끝만 움직여도 공기가 물결이 되어 은기에게 전해질 것 같았다.

여기, 호정이가 있어, 라고

 

103

자전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다. 은기 이야기를, 내 앞에 있던 은기 이야기를, 내가 아는 은기 이야기를 더.

 

108

꼭 올거라 확신할 수 없는 친구의 자리를 맡아두는 일.

 

114

그러자 은기는 거리가 울리도록 크게 웃었다. 나까지 덩달아 웃고 말았다. 그게 뭐라고.

 

161

어두운 차창에 은기가 비쳤다. 나는 자세를 고쳐 등받이에 등을 기대 앉았다. 은기의 모습이 사각의 유리창에 온전히 담겼다. 은기도 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은기를 바라보고 있는 내가, 그 창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성장

성장하는 데 안 아픈 사람 없다. 성장통은 피해갈 수 없다. 호정이, 은기, 나래, 보람, 지후, 곽근이 너희는 열일곱 성장통 이 책을 읽은 나는 마흔 일곱 성장통 앓는 중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만 뭔가 덤덤해 지고 적응 되면 대충 성장했다고 하는 것 같다. 아픔을 덤덤하게 하는 문장들.

81

다 잊어야 괜찮아지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안 좋았던 일에 일일이 속상하고 불편해하면 사람이 어떻게 살아?“

 

131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길만으로 아파지는 것들이 있다. 돌이킬 수 없으면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210

인간은 어째서 모르면 좋은 것을 그냥 덮어 두지 못할까.

 

221

학교가 그렇게 싫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도 꼬박꼬박 학교에 갔고, 야자 시간에 자리를 지켰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달리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231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인 채 안간힘을 쓰기나 하겠지. 이런 몰골로.

 

253

친구란 그런 거였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만큼 무엇을 아파하는지도 잘 아는 사이. 그러니까 치명적인 위험이 잠복해 있는 사이.

 

#치유

성장통을 겪으며 우린 결국 성장하지만, 치유가 필요하다. 어린 시절에 겪은 일 때문에 나를 괴롭히는 트라우마, 가족, 친구 할 것 없이 사람들을 통해 받는 상처 누가 치유해주나? 난 이렇게 아픈데......아픈 마음을 고쳐 먹는 생각 전환, 다독임을 호수의 일에서 얻었고, 호정이도 은기도 어느 정도 보듬어 졌다. 물론 이 책을 읽은 나도 치유 받았음이 확실하다. 그래서 좋고 기쁘다.

260

하지만 그것들은 말의 모양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 마음들의 이름을 몰랐다. 나는 그저 아팠다.

 

317

있었던 일이 아니라고 해도 거기에 진실은 있다.

 

327

좋은 소설은 이런거구나 빵 굽는 냄새처럼 실감이 난다. 보이지 않는 온기가 있다. 상대를 조금도 난처하게 하지 않는 위로다.

 

331

소년에게 돌아갈 곳이 있을까. 가정 폭력에 고통 받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도망칠 곳이 있을까.


343

내가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 내가 길을 건널 수 없는 이유다.

 

책 읽은 다음날 노트에 옮겨 놓은 문장을 다시 읽는데, 어떤 기대가 생겨났다. 블라인드가 해제되고 이 책의 완성본이 나오고 그 책을 다시 사서 읽는다면, 작가 에필로그가 꼭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 그 에필로그에 학교를 나간 이후 은기는 어떻게 지냈는지 작가님이 안부를 전해주면 좋겠다. 작가님이 에필로그에 은기의 안부를 전해 준다면, 호정이 마음도 좋아지고 내 마음 좋을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과거처럼 아프기보다 어떤 계기였든 호정이처럼 다시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더 나으려고 학교도 그만 뒀고, 강아지 호텔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치유된 은기의 안부를 기대해 본다. 호정이와 함께했던 그 예쁜 날들, 은행이 무르익고 눈부신 가을날 오후 같은 에필로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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