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엮음, 야니스 스테파니데스 그림, 김세희 옮김, 호메로스 원작 / 파랑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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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자들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오디세이아”/도서제공 파랑새에서 보내주셨습니다.

 

24권 완역판을 읽기 전에 입문서로 좋은 책입니다. 문장이 쉬운 편이라 청소년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삽화가 아주 예쁩니다. 끝내 길을 찾아낸 특별한 영웅의 일대기의 웅장함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현존하는 오디세이아의 편역본 중 중 가장 신화답다는 평가를 받았던 책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분이 상을 받으시기도 했고 점토판이나 벽화에 그려진 것 같은 그림체라 오디세이아와 딱 입니다. 전체 줄거리에서 드라마틱한 부분을 편집해서 그림과 함께 구성한 버전이라 영화적인 느낌도 충분합니다.

 

“그들이 다른 사람의 집에 몰락을 가져온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용기가 있다면, 모두 나를 모욕할 수 있겠지.”

 

문장이 자연스럽습니다. 원전은 서사시 형태라 시적인 리듬이 진입장벽이 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아주 잘 읽힙니다. 호메로스의 문체를 살린 버전은 현대인이 읽기엔 좀 어려운 편이라고 느꼈는데 이 버전 읽고 원전버전에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승리는 다시 오디세우스 것이었다. 만약 제우스와 아테나가 막지 않았다면 그는 그들을 모두 죽였을 것이다.”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보기 전에 처음 접해본다면? 좀 쉬운 판본인 이 책을 추천드린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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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 범죄 실화, 살인자의 얼굴을 읽는 법
박진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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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이 한 장소에 들어갔다가 한명만 나왔다면 살인사건입니다.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도서제공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추리 미스터리 작가들도 찾아 읽는 국내 유일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편집장님이 직접 선별한 한국의 강력사건들을 담은 책입니다. 문학 동네 소설상은 물론 세계문학상도 수상하신 분이라 작가들이 써보고 싶다! 고 생각할 만한 특별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범죄 취재를 하다 보면 사기건 살인이건 가스라이팅이건 포식자는 금방 먹잇감을 찾는 본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말에 잘 속을 것 같은, 뜯어먹을 수 있는 것 같은 사람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것이다.”

 

경찰이 직접 쓴 것들과는 또 다르게 취재를 하는 분이기 때문에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한 기록이라 객관적이면서도 일반인의 시각도 느껴져서 기존의 사건기록서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건설명이 친절한 것도 장점!

 

“12층과 7층을 오가며 일어난 이 연쇄살인사건이 만취에 의한 살인사건이란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계획적이고 목적이 선명했다. 범인은 오히려 술과 분노를 핑계로 댔다. 일단 술에 취해서 범행을 시작했고, 그 후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화가 나면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허나 그의 살인은 취기나 광기가 아닌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과 절제할 수 없는 물질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살인으로 느껴진다. 술이 사람을 먹은 게 아니라, 결국 물질에 대한 탐욕이 그를 살인귀로 이끌었을 것이다.”

 

수사라는 과정이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히어로가 등장해 짠하고 끝나는 역동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쁜 놈을 욕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잡기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다른 사건들의 이야기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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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 - 운동 좀 하던 할머니들의 현재진행형 인생 이야기
변정정희 지음 / 현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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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참고 인내하던 시대. 남성과 사회는 여성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도서 제공 현암사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인천 성냥공장 시위부터 시작되었던 여성 투쟁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집을 위해 십대도 되기 전에 신분증을 빌려 공장에서 일하던 소녀들은 지금은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기르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으며 살아갑니다. 그때보다 지금이 나아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하는 사람을 천대하는 사회적분위기는 대학에서 청소인력을 무시하게 가르치고,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을 하대하며, 경비인력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도 빼앗습니다. 모두 현재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러지 말라는 말은 소용없습니다. 나라가 정한 기준임금이 적고, 생계가 간절한 사람들만 일하게 되고, 그들의 몫을 더 빼앗는 부동산 상승은 아무도 막지 않습니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400여 명의 여성이 한 번에 작업복을 벗었다. 하지만 경찰은 맨 몸의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며 연행해 갔다. 빈자리에는 작업복과 모자, 머리핀, 운동화만 남았다.”

 

“하지만 사회는 젊은 여성들의 몸을 보며 ‘나체 시위’라는 자극적인 이름을 붙였다. 그날 여성 노동자들이 벗어 던진 것은 옷이 아니라 자신들을 부리던 회사의 ‘작업복’이었고, 고작 기집애라고 얕잡아 보는 남성들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최근 정치권에서 문제가 된 사건도 있습니다. ‘상위 간부들이 특정 여성을 지정해서 같은 방에서 숙박하는’것이 관례였다니... 21세기 한국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투쟁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여성을 쓰고 버리는 일을, 노동자를 쓰고 버리는 일을 한국 사회가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50대였다. 부르는 곳이 많지 않았다. 애써 찾아간 곳들은 시간제 아르바이트 일자리 뿐 이었다.”

 

“수자는 노동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이름을 매번 틀리게 말할 만큼 뭐 하는 곳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스스로 노동자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여성을 노동자와 엄마로 이중으로 착취하는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오랜만에 독서모임 잡고 함께 토론하고 싶은 책을 만나 좋은 시간이었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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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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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물 곳을 만들어온 여성의 여정. “낯선 집”/도서 제공 사계절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안전한 장소home은 누구에게 주어지고 있는가. 코로나 시절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우리나라는 결코 안전하지도, 열려 있지도, 포용적이지도 않습니다. 소속과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디아스포라에게 한국 사회는 언제나 낯선 집입니다. 이 책은 그 낯선 집을 안전한 장소home으로 만들기 위해 관계를 엮어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북친들과 함께 읽으면서 home에 대해 각자의 정의가 다른 것에도 흥미로웠지만 한국에 사는 디아스포라 (재외동포. 이주민. 난민)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배타적인지 알게 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이죠.

 

“20대의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세 배 높았으며, 특히 20대 여성의 반대율이 도드라졌다. 보통 소수자 인권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은 20대여성들에게서 유독 난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된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사라 패리스Sara R. Farris는 서구 국가에서 여성의 권리 보호를 명분으로 반이슬람 담론이 확산되는 현상을 페모내셔널리즘femonationalism 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일본의 ‘한류’와 ‘페미니즘’의 역학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은 “혐한”과 “여성혐오”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부분입니다. 일본에서 2차 한류 붐 시기 생겨났던“한류에 미친 아줌마들”이라는 표현,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여자 아이돌이 공격받았던 사건같은 일련의 흐름은 결국 앞으로 여성이 돌봄에 인생을 소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남성들의 위기의식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그럼에도 생존하기 위해, 가족을 먹이고 입히고 키우기 위해, 낯선 곳을 집으로 만드는 여성들의 여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고 적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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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ㅣ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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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생각은 다음 세대를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납니다. 소설 잇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도서제공 작가정신에서 보내주셨습니다.

 

1932년 발표된 박하성의 소설 ‘하수도 공사’와 2026년의 박서련의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를 하나에 담은 소설집입니다. 그 외에 박하성작가의 홍수 전후, 호박, 박서련작가의 에세이‘총화’가 함께 실려 있는데 표제작을 제외하면 저는 총화가 좋았다고 적어둡니다.

 

하수도 공사의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이 책의 제목이 되었고 두 편의 소설모두 상황이 여성과 연애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야기입니다. ‘정세’와 ‘대의’ 그리고 더 큰 의미에서 ‘사회’. 저는 전통이 여성에게 강요하는 것까지 이 소설이 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세에 여자가 육아를 전담하는 것, 제사상 차례 상을 차리는 것이 합당할까요?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을 하는 현대여성에게 성별로 의무가 지어진다는 것은 정세에,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거든요.

 

“우리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를 하고 있어요.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어요. 아마도 용희는 동권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제가 총화가 좋았던 이유는 이혼 후에, 그가 나와는 다른 사람과 아이를 낳았음에도 이렇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D를 사랑하는 무수한 이유들을 나는 나의 기쁨으로 환원할 수 있었다.”

 

좋았던 사람은 좋았던 대로 기억 속에 내버려두는 것. 그게 지금 시대에 맞는, 정세에 합당한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와 나에게는 피차 미안해할 것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내게는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쓸 수 없었을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그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안 나오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중 하나를 여기에 두었다. 건강하기를.”

 

이 소설들의 문장이 예뻐서 좋았고, 그게 아니라도 그냥 지금 읽기에 좋았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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