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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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예술작품이 아닌 예술가의 삶 자체를 깊게 탐구하는 책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도서제공 디자인하우스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이 모든 초상은 어느 정도는 자화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린 초상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는 자화상만큼이나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초상이 또 있을까?”

 

그 창조물로 이미 내 영혼을 사로잡은 작가와 직접 만나 겪고 그의 내면을 이해하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없죠. 작가인 마이클 페피엇은 그가 직접 교류한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다른 차원에서 예술작품을 느끼도록 해 줍니다. 그의 삶에 흔적을 남긴 예술가들은 고흐에서 자코메티, 앙리 미쇼까지 다양한데요. 저는 자코메티 사단에 관한 내용과 강제 수용소를 겪은 조란 무시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고 적어둡니다.

 

나는 그가 다하우 강제 수용소 생활을 겪은 생존자이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달마티아와 베네치아의 감각적인 풍경을 계속 그려 온 것으로 유명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그의 작품에 강제 수용소의 이미지가 마치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것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세 개의 언어를 바꿔가며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대여섯개의 언어를 더 배워서 사용했던 삶. 전쟁 뒤쪽의 도시를 떠돌며 삶 자체가 죽음과 맞닿아있던 무시치는 죽음에 가까운 노인을 그린 작품들로 페피엇의 신전에 흔적을 남깁니다. 죽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몰래 종이를 훔쳐 그림을 그리던 수용소, 생생하고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꾹꾹눌러담아 풍경화를 그리던 작가는 고통스러웠던 영혼의 그림을 남깁니다. “팔다리가 죽은 뿌리처럼 뒤엉킨 시체더미를 쏟아내던 무시치, 그러나 과장되거나 분노를 담지 않은 그의 그림에 대해 페피엇은 “‘우리가 마지막이 아니다라는 절대적인 진리이자 강렬한 경고를 남긴다.”고 평했죠.

 

베이컨이 써준 소개장을 들고 만나러 갔지만 그의 예술을 방해할까 문을 두드리지 못하던 여러날이 지나고 정작 자코메티는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났음을 안 저자는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끝없이 자코메티를 탐구하죠. 만나지 못했지만 이미 영혼이 닿았으니까요.

 

경제공황, 전쟁, 세상이 급변하던 시기, 예술가들의 삶은 더 어려웠던 시대. 그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함께 했던 작가의 개인적이고 생생한 기록은 그 시대를 우리의 눈앞으로 가져옵니다. 우리가 감동했던 작품들은 예술가들의 벗어날 수 없는 고통과 세상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책에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조은 책이라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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