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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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흔드는 언어에 대한 찬사> #협찬

작가 사후 60년쯤 된 책을 편집한 적이 있다. 내용 자체도 괴랄하지만, 직역하면 현대인이 알아볼 수 없는 언어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예를 들면 eel(장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나는 당신의 장어가 부럽다.” 같은 문장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장어는 멋지다는 뜻이고 이 문장은 ‘당신의 멋짐(장어)에 나는 질투를 느낀다.’라는 현대어로 번역되어야 했다. 이 시대의 문장은 그야말로 수사적 기법이 지식과 교양을 상징하는 시대로, 지식인이라면 멋짐조차 멋지다고 말하면 안 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사자의 심장, 매의 눈 같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은유적인 표현들도 (수사적기법)이고 고인이 된 ‘구하라’라는 이름은 우리가 따라붙는 이야기를 알고 있어 (아이콘)이 된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수사학은 논문을 설득력있게 만드는 논리 구조를 쌓는 방법이지만 파스텔 키냐르의 수사학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언어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에 가깝다. 그는 수많은 고전을 언급하며 그 언어들의 상징성과 감정을 흔드는 방식으로 완성된 문장의 아름다움에 순수하게 경탄하는데 이쯤 되면 기성 평단의 평론이 모두 까기에 가까운 우리 문학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단어 하나하나를 꼬집어 작가의 수준을 평가하는 평론들과 그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는 표현들이 결국, 인간의 감정을 흔드는 방식에 대해 찬탄하는 키냐르는 어찌나 다른지.

그는 작품이 가진 상징성이 결국은 생각의 변화를 만드는 방식에 주목하고(메타포는 치유하는 게 아니라 짐을 덜어준다. 그것은 경감이다. 그리고 이미 재탄생이다.)

그는 작품이 결국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를 은유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원칙을 가지며 (아이콘은 인간의 입으로 다루기 쉬운 무기가 아니다 - 로고스의 메타포는 어떤 존재 속에도 할당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다 읽고 나면 작품의 감동에서 물러나 “노란 황무지에 새 은둔지를 세운다.”

끝없이 읽고 새로운 글에 또 감동할 준비를 시작하는 #파스칼키냐르의수사학 의 마지막 문장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순수한 감정을 통해 표현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는 작가다. 그는 이 책에서 글로 남겨진 유산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생각하고, 되새기게 하는 철학적인 책. 대학에서 두꺼운 책들로 공부했던 수사학의 핵심을 오랜만에 되짚어 볼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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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lyoo 을유문화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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