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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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유럽이 되고자 했던 황제 표도르 황제는 도시의 입지 조건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네바강 하류의 늪지대에 그의 꿈인 도시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했다. 20년마다 주기적인 홍수가 일어나는 이 곳에 사람들의 노동을 쥐어 짜내었고 도시와 운하(실패)를 건설 했다.
환상적인 도시 페테르부르크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가난과 간질로 고생하며 죽을 각오로 [가난한 사람들을]을 완성했다. 죽을 운명은 피했는지 그는 이 작품으로 당대의 유명 작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의 문학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제부쉬킨과 바르바라는 [분신], [학대받는 사람들]을 거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이르는 비극적 인물의 원형으로 자리 잡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고골의 [외투]의 연장선에 있으며 고골과 달리 작품 속에서 다른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외투의 결말을 적는다면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유령으로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공동의 선을 이끌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난해서 너무 가난한 연인들의 모든 것들, 내면생활, 사랑과 고통, 몰락에 관한 이야기. 중년의 가난한 하급관리 마칼 제부쉬킨과 가난의 궁핍함을 피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부유하고 욕심 많은 사내와 결혼하게 되는 병약한 바르바라는 가난속에서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간다.
가난속에서 함께한 그들의 사랑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만 절망이 되기도 한다. 너무도 가난해서 그들의 사랑은 불행으로 끝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읽고 또 읽어도 부족하다. 한번의 서평으로는 부족하다. 세번이상은 읽어야. 예전에 근무할 당시 술로 찌든 모습으로 도서관을 방문하던 노인을 기억해 본다. 그가 나타나면 그와 50M는 떨어져야 된다. 씻지 않아도 그렇게 씻지 않아서 나는 찌든 냄새에 직원들은 경악했다. ‘거지’, ‘냄새’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와 똑같은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보지 못했다. 나보다 낮은 사람으로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다가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어느날 그가 술에 취해 도서관 앞 시멘트 바닥에 넘어졌다.
이빨이 뿌리째 뽑혔다. 119를 부르고 연락처를 물어 봤지만 그는 극구 사양하고 갈 길을 가버렸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빨갛게 물든 상처만 남았었다. 그랬다. 그도 나처럼 약하고 상처 입는 사람이라는 것을...
도스토예프스키는 [가난한 사람들]에서는 ‘가난’의 모순된 점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사랑받고 존중해야 할 사람이 ‘가난’이라는 이유로 인격을 무시 당하고 절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가난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 주며 우리가 ‘가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공동의 책임이라는 숙제를 주지 않았나 싶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복돋울 방법은 무엇일까?
도스토예프스키는 [문제의 러시아적 해결-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여러분처럼 자기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대 해도 만인에게 분배된 이 세상 부유한 사람들의 모든 부는 대해(大海)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광명과 교화와 사랑을 증대시키는 데 마음을 써야 한다. 그때 부는 정말로 불어나 참다운 부가 될 것이다. 부는 금식을 아로새긴 의상 따위가 아니라 공동의 화합의 기쁨과 한 사람 한 사람이 불행을 당했을 때 자기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아이들까지도 온 세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흔들리지 않는 희망이 있기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이종진 옮김 [작가의 일기], 벽호, 1995,377-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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