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공부를 잘하는 한 살 터울인 오빠의 공부를 위해 시골에서 학군이 좋은 도시로 이사를 왔다. 내가 놀던 시골의
기억들. 소나무가 있었고 야생화로 가득한 언덕, 풀 태우는 냄새, 추운 겨울날 땅에 내려앉은 서리. 퇴비냄새, 친구들과 까르르
웃고 뛰놀던 시간들. 도시로 이사를 온 후 모든것을 잃어버렸다.
말도, 친구도. 그래도 꿋꿋하게 버텼다. 책을 읽으며. 부모님의
온 세상은 오빠였고 오빠는 그런 기대를 버거워했고 나는 나대로
외로워하며 내 삶을 만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살았던것 같다. 집안은 넉넉했지만 내가 벌인 돈으로 하고싶은 것을 할려고 공장과 서점에서. 피아노 학원에서 알바를 하고 교회를
다녔다. 그림을 잘 그려서(12사도) 주일학교 교재를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S가 나에게 왔다. 서로가 필요했던 그때 그시절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S는 모든걸 기억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안해본 일이 없었고 자살까지 생각했을때 나를 만났던 것을 고마워했다. 그랬구나. 집에 가기 싫어서 침대에서 밤새도록 수다를 떨고.. 오빠도 부모님도 정성껏 S를 다독였다.
오늘 그 친구를 만났다.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을 가지고 친정
엄마에게 인사를 하러왔다. 과일과 차를 마시며 지난날을
이야기하는데 ‘제가 교회를 다닐때 기도다운 기도를 해본건
이 친구가 공무원 시험 붙게 해달라는 거였어요.‘
‘그러니 30년 친구가 되었구나.‘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지난날 생각없이 내민 따뜻한
손길이 S에게 삶의 힘이 되었나보다.난 잊어버렸는데.
코로나시대에 웃음짓게 한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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