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올해는 더욱더 거리와 활동의 제약이 있어 출근길 꽃들을 보고 힘을 냈다. 모두가 힘을 내어야 하는 시대다. 그리고 도서관 앞의 목련이, 벚꽃이, 이름 모르는 한 겨울을 지나고 봄꽃을 피우는 꽃들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적기도 했다.

 

독서의 놀라운 사실은 읽으면 읽을수록 읽을거리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책 읽는 독자라면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들 앞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서성이게 된다. 책의 거대한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 간간이 서점 사이트를 방문하여 책을 보러 다닌다. 마트에 카트기를 끌고 다니는 만큼이나 이것 저것 보관함에 담아 놓는다. 그리고 꼭 읽을 것처럼을 다짐하며 - 작가가 들려주는 책들은 나의 책 안내자가 되고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서점 진열대에 있는 책들은 그저 책이라고 지나쳤는데 이제야 책을 읽으면 그 책 이야기를 다시 타인에 들려주어야 하는 책임을 느낀다.

 

글쓰기는 연민, 안타까움, 후회 등을 남긴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픔 마음을 치유하고 글쓰기를 통해 달래야 한다. 화려한 글이 아니어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들 자필로 꼼꼼히 써내려갔던 책 이야기들, 한때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편지들,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쪽지 편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책을 읽고 쓰도 좋고 편지를 쓰도 좋으리라.

지금처럼 디지털매체가 아닌 아날로그 시대에 간직했던 그 추억들, 몇초만에 읽어내는 그런 글들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를 기다리는 느림의 시간을 즐겨보자. 한때 군복무 중에 있는 오빠의 친구에게 3년동안 편지를 보낸 추억이 있다. 그 시절에는 무엇이 좋아서 그렇게 열심히 적었는지 가물가물하게 기억이 난다.

 

순간적인 글은 느낌이 없다. 느낌은 정성과 기다림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글쓰기의 소재가 된다. 감사하는 마음, 미운 마음, 후회하는 마음 등을 이런 소재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 우리는 나아가는 글쓰기의 경험을 하리라 믿는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정희진에서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 글을 옮겨본다.

삶은 견딜 수 없이 절망적이고 무의미하다는 현실의 운명과, 이 무의미한 삶을 무의미한 채고 방치할 수 없는 생명의 운명이 원고지 위에서 마주 부딪치고 있습니다”.(김훈, 2001)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막막하고 아득합니다. 이 막막함과 아득함 위에 하나의 형태,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가혹한 고통이며 동시에 한없는 위안입니다. 고통이 위안이 된다는 것. 이 이상한 열정이야말로 제가 세상을 향해 유일하게 드러내는 운명의 모습입니다.”(정찬, 1992)

 

책을 읽는다. 그 책의 느낌을, 문장 하나 하나를 놓치기 싫어 안달이 난다. 마음을 정리하고 느리게 가기로 한다. 한권의 책을 읽더라도 머리과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독서와 글쓰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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