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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인은 좁고 험한 바위 길로 올라가고, 베르길리우스는 왜 연옥의 산에서

해가 왼쪽으로 떠오르는지 설명해 준다. 그들은 커다란 바위 근처에서 게으

름 때문에 삶의 막바지까지 참회를 늦추었던 영혼들을 만난다. 그 영혼들 중

에서 단테는 친구였던 벨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즐거움이나 슬픔이 우리의

한 감각을 사로잡을 때면, 우리

영혼은 온통 거기에 집중되어

다른 기능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

그건 우리 안의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압도한다고 믿은 오류와 다르다.

 

그러므로 영혼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어떤 것을 보거나 들을 때, 시간이

흘러도 사람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것을 지각하는 능력과 영혼을 온통

차지하는 힘은 서로 다른데, 후자는

묶여 있고 전자는 풀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였으니

그 영혼의 말을 듣고 바라보는 동안

태양은 이미 50도나 솟아오른 것을

나는 전혀 깨닫지 못하였는데 어느 세

영혼들은 한 목소리로 여기가 그대들이

찾는 곳이오! 외치는 곳에 이르렀다.

 

포도가 거무스레하게 익어 갈 무렵 시골

사람이 한 쇠스랑 긁어모은 가시나무로

여러 번 막아 놓은 울타리의 구멍도

그 영혼들 무리가 우리 곁을 떠난 뒤

나의 스승님과 뒤이어 내가 올라간

틈바귀에 비하면 넓어 보일 정도였다.

 

산레오가거나, 놀리에 내려가거나

비스만토바 꼭대기에 올라가도 발만으로

충분한데 여기에 날아가야 할 것이니

나에게 희망이 되어 주고 빛이 되어 주시는

안내자의 뒤를 따라 큰 열망의 깃털과

날렵한 날개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부서진 바위 사이로 들어갔는데

암벽이 사방에서 우리를 쪼였고 아래

바닥은 손과 발을 함께 요구하였다.

 

높은 절벽 위의 가장자리, 탁 트인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말했다.

 

스승님, 어느 길로 가야 합니까?

그분은 한 걸음도 뒤로 내 딛지 마라.

어느 현명한 안내자가 나타날 때까지

내 뒤를 따라 계속 산 위를 오르라.

산꼭대기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고

기슭은 4분원의 중앙에서 중심까지의

 

기울기보다 심한 가파른 경사였다.

 

나는 기진맥진했을 때 말을 꺼냈다.

, 자상하신 아버지 뒤를 돌아보세요.

멈추시지 않으면 저 혼자 남겠어요.

 

아들아, 여기 까지만 몸을 끌어 올려라.

그분은 산의 이쪽을 에워싸고 있는

조금 위의 비탈을 가리키며 말하셨다.

그분의 말은 나를 격려하였고 나는

힘내어 그분 뒤를 기어올라 마침내

비탈이 내 발아래에 있게 되었다.

 

우리 둘은 함께 그곳에 앉았으며

우리가 올라온 동쪽을 바라보았으니

되돌아봄은 으레 유익하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아래의 해변으로 눈길을

돌린 다음에 태양을 바라보았는데

왼쪽에서 햇살이 비춰 깜짝 놀랐다.



빛의 수레가 우리와 북쪽 사이로

들어오고 있는 것에 내가 깜짝 놀란

것을 알아차리신 스승님은 나에게

만약 카스토르와 포리데우케스가

위와 아래를 빛으로 이끌어 주는

 

저 태양과 같은 자리에 있다면

황도대의 불그스레한 부분이

오랜 제 갈 길을 벗어나지 않는 한

훨씬 북쪽으로 도는 것을 볼 것이다.

 

어떻게 해서 그런지 알고 싶다면

마음속을 가다듬어 상상해보아라.

시온과 이 산은 지구 위에서

단 하나의 지평선을 요구하지만

서로 다른 반구에 있기 때문에

네 지성이 잘 살펴보면 피에톤이

마차를 잘 몰았던 길이 왜 여기서는

이쪽으로 또한, 저기서는 저쪽으로

가야 하는지 너는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말해다. 물론입니다. 스승님 저의

재주가 깨닫지 못했던 것을 지금처럼

명백하게 분별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학술 에서는 적도라 부르는

천체 운동의 한가운데 원은 언제나

태양과 겨울 사이 있기 때문에

스승님이 설명해주시는 이유로 인해

여기에서 태양이 북쪽으로 움직일 때

히브리 사람들은 남쪽에서 보게 되겠지요.

그런데 괜찮다며 저는 얼마가 가야 되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이 산은 제 눈이

닿을 수 없도록 높이 솟아 있으니까요.

그러자 그분은 나에게 이 산은

아래의 시작 부분은 아주 험하지만

위로 오를수록 덜 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위로 오르기가 한결 가벼워져

마치 물결을 따라 배를 타고 가듯이

이 산이 아주 기분 좋게 느껴질 때면,

너는 이 길의 끝에 도달할 것이고

그곳에 고달픔의 휴식이 기다리니

더 말하지 있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그분이 이런 말을 마치자 근처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아마도

도착하기 전에 쉬어야 할 것이야!

그 소리에 우리는 몸을 돌렸으며

그분이나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큰 바위기 왼쪽에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그쪽으로 갔고, 바위 뒤의

그늘에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치

게으럼 때문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중 하나는 내가 보기에 지친 듯

앉아서 두 팔로 무릎을 껴안은 채

그 사이에 얼굴을 아래로 처박고 있었다.

나는 오, 상냥하신 주인님, 저자를

보세요. 게으름이 자기 누이라도 되는

것처럼 너무나도 게을러 보이는군요.

 

그러자 그는 우리를 바라보았고 정신을

차린 듯 허벅지에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렇게 유능하면 올라가 보시구려!

그때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고

아직도 내 숨을 약간 헐떡이게 하는

고통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에게 갔다.

내가 다가가자 그는 힘겹게 머리를

들고 말했다. 태양이 어떻게 마차를

왼쪽으로 가는지 날 보셨는가?

그의 게으른 행동과 간략한 말은

내 입가에 약간의 웃음을 자아냈고

나는 말했다. 벨라콰 너 때문에

이제는 괴롭지 않은데,

여기앉아 기다리고 있나?

아니면 예전의 버릇에 사로 잡혔나?

그는 오, 형제여 올라간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문 위에 앉은 하느님의 천사는

벌 받으러 가는 길을 허용하지 않을 텐데.

나는 여기까지 착한 한숨을 머뭇거렸으니

살아서 그랬던 만큼 하늘이 돌때까지

나는 문밖에서 기다려야 한다네.

 

 

은총 속에 사는 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가 나를 돕지 않는다면, 하늘에서

들어주지 않는 기도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벌써 시은은 내 앞에 올라가며 말하셨다.

이제오너라, 태양이 자오선에

닿았으니 모르코 바닷가를

벌써 밤의 밤길이 뒤덮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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