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단테는 자기 시를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며 읽어 주기 바란다는글을 남겼다. 만년의 단테를 위해 유력한 보호를 지속해 준 롬바르디아베로나의 명문가 영주인 칸그란데 델라 스칼라(Cangrande della Scala))1세에게 단테가 『신곡』 천국편의 일부를 올렸을 때 함께 첨부한 편지가 남아 있다. 이에 관해서는 신빙성을 의심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홈스(George Holines)는 회의론자들 대부분이 『신곡』을 교회의 지탄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의의 다의성으로 의미를 명료하지 않게 하려 했다. 고 생각한다면서, 의혹에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조지 홈스, 다카야나기 순이치高柳俊一, 미쓰모치 이쿠에光用行江 옮김, 『단테」, 교문관敎文館, 85쪽).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다지 밝히지 않고, 어쨌든 그 내용으로 보아 단테적이므로 믿기로 했다고 말한다. 편지의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의 의미는 일의적(一)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복수의 의미가 있는 다의적 작품이라고 말씀 드려야 마땅할것입니다. 첫째 의미는 문자로 전달되는 의미이지만, 두 번째 의미는 문자가 의미하는 것으로써 전달하는 의미입니다." 라고 씌어 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비둘기‘와 ‘매는 비둘기‘ 가 가지는 평화 이미지, 매 가 가지는 전투 이미지가 가미되어 평화론자에게는 비둘기파, 싸우는 사람에게는 매파라고 쓴다. 이처럼 문자 상으로는 비둘기나매라는 구체적인 새지만, 그 동물이 나아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봐야한다. 단테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 P272
전자는 문자 자체의 의미지만, 후자는 알레고리 또는 신비적 의미라 불립니다. 신곡은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사후 영혼의 상태입니다. .... 그렇기는 하나 알레고리로 보면 이 작품의 주제는 자유의지를 행사한 이후의 공죄(功罪)에 따라 정의의 손에 상벌을 심판받는 인간인것입니다." 이 작품이 단순히 사후의 영혼 상태의 기술명제로 읽혀서는 곤란하다.
여기에는 생애의 행위의 기술명제에 대한 도덕상의 가치판단이라는 판단명제가 세워지며, 따라서 그 상벌이란 그 사람에 대한신의 심판(giudizio), 즉 판단으로서의 사상명제(思想命題, senténza) 인것이다. 중세 스콜라 학의 논리적 성과로서 일찍이 내가 명확하게 구별했던 기술명제, 판단명제, 사상명제의 구별이 바로 단테의 알레고리의근거였다.
앞에 나온 베르트람 달 보르니오의 "머리 없는 인간이 제등처럼 머리를 들고 걸어간다. 그리고 그 머리가 ‘아, 나를(보시오) 이라고 말한다. 는 모습도 문자 그대로 단순히 잔혹한 묘사라고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절단된 머리는 본래 하나였던것이 둘로 갈라진 상태이다.
그것은 가깝고 일체를 이뤘던 사랑을 배신한 자의 벌이며, 그것은 스스로의 책임으로 자유의지를 사랑 즉 신의은총‘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행사한 것에 대한 신의 판결로서의 사상명제(sententia), 다시 말해 베르트람 달 보르니오에게 내려진 엄격한 신의판결의 알레고리인 것이다. 알레고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문자 자체에머물러 버린다면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어떻게 14세기 시인단테의 손을 잡고 격려해 줄 수 있겠는가. 아니 그것보다도 오늘날까지어떻게 『신곡』을 조금씩이라도 읽어 올 수 있었겠는가. 지옥문이 현실세계에 그러한 형태로 서 있지 않고 그러한 글귀가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임에도 지옥문의 비명에서 깊은 감명을 받는 이유는 - P273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칸그란데에게 단테가 보냈다고 여겨지는편지 내용은 단계적이므로 그 편지를 위서(僞書)라고 볼 필요는 없을 것이며, 또한 알레고리 이해는 편지가 첨부된 천국편만이 아니라, 전편에걸쳐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신곡』 전편의 이해는 대부분 조금만 깊이생각해 보면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게 쓰였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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