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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
이케가미 에이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아랫분 님의 말씀대로다. SF주제에 영이 나온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나는 판타지에 관대하다. 판타지를 굉장히 좋아한다. 심령현상 같은 것은 인정해줄 수 있다. 문제는 이 심령현상주제에 세계관이 뒤흔들린다는 거다. 이건 용서할 수 없다.
돌이켜 생각하면, 한권으로는 다 끝낼 수 없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많은 사건이 터진다. 미사일 공습이라던가, 심령현상이라던가, 메두사라던가 등등. 그래서 마지막에는 애들이 미쳐 날뛴다. '바카노!'의 나리타 료우고씨의 폭주전차의 호쾌한 기분이 아니다. 완전히 동해번쩍 서해번쩍, 텔레포트를 하고 있다. 나름 컨디션이 좋을때 읽고 있었는데도 따라갈 수 없다. 사건이 머누 많이 터지는 데다가, 죽었다 싶은 것들이 좀비나 바퀴벌래에 버금갈 생명력으로 끈질기게 되살아나고, 사건 하나가 마무리 되려고 했는데 사고친 놈이 다시 사고친다(죽어라 메두사.).
모처럼 탄소경제라는 독특한 설정이, 아틀라스가, 약소해진다. 종국에는 '소녀가 역경을 이기고 여왕이 된다.'라는 평범한 프로모션 룰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종국의 최종보스는 과거의 망령. 그것도 보잘것 없는 의지에 움직이는 저능아. 같은 프로모션 룰이라도 만화 소녀교육헌장은 세계를 지배하던 마왕이었고, 서쪽의 착한 마녀는 인류를 리셋시키는 마왕이었을 때에, 참으로 실망적이다. 차라리 쿠사나기를 둘러싼 여자들의 치정싸움 쪽이 더 진지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나에게 그것은 뽀대나는 사상도, 신비도, 정의도 다 때려친 막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뭐랄가. 차라리 벌래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마무리를 지어주었다면 차라리 '멋진 지구. 그에 순응하는 인간.'이라는 결말과 주제를 발견할 수 있을텐데, 이건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신화속 존제가 부활해서 결말을 내니 납득이 전혀 되지 않는다. 영화 AI를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 초반에는 그럭저럭 볼만 했는데 결말은 듣보잡한 외계인이 나타나서 결말을 흠좀무로 만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