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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 1 - 마천루(절판 예정)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진수 옮김, 카키노우치 나루미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여기 상자가 하나 있습니다. 위에 입구가 하나, 아래로 출구가 하나 있는 상자입니다. 이 상자 입구에 구슬을 넣으면, 두 배가 되어서 나옵니다. 여기에 구슬을 세 게를 넣으면, 총 몇 개의 구슬이 나올까요?
괴기사건부를 읽은 후 떠올린 것은, 이런 계통의 수학 문제다.
다나카 요시키 씨에게 있어, 돌 속에서 사는 괴물 발레오로자키스나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귀생물 따위는, 그저 문제를 만들기 위한 상황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무슨 수로 상자가 구슬을 뱉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어리석은 것이다.
상자가 사실은 뻥튀기 기계의 원리를 응용해서 두 배로 만들어 쏟아냈는지, 구슬을 녹여 불순물을 섞어서 두 배로 만들어 뱉었는지- 그런 건 별로 상관이 없다.
그러면서도 전설의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모를 정도로 세부적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찾아봤으나, 나온 전설의 이름 정도만 보이는 수준이다.
워낙에 이런 괴기설화를 좋아하는 탓에 단 꿈에 젖어있었다.
그가 초점을 맞춘 것은 안하무인 여왕님의 화려막심한 전투 같은 게 아니다.
예측불허의 사건이 전개되었을 때에 높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하는 쪽이다. 이 시점에서 여타 라노베와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여타 라노베는 영웅심에 젖어서, 이런 부패한 상류층을 어떻게 물리쳐 주는가가 시점이니까.
그러나 솔직히 ‘오십보백보’가 아닌가 하는 것 또한 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문제를 적나라 하게 들춰놓으면서도, 그에 대한 해결책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공자가 살아 나온다 해도 여기에 정답은 내놓지 못하리라는 건 알지만.)
그저 여느 보통의 라노베처럼, 추한 정치와 못난 저명인사들이 ‘유사사태’에 혼란을 일으키고 불평불만만 쏟아내더니, 아름다우신 먼치킨 여왕님의 발 밑에 깔려 허둥대다가 결국은 사퇴당했다던가, 부들부들 떨면서 꼬리 만 개처럼 쫓겨났다던가 하는 팬턴인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경찰 관계자이기 때문에, 뭔가 미스터리 추리물 같은 전개를 기대했으나, 듣보잡한 괴물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이미 꽝이지 않을까.
다만, 창룡전이나 기타 수 많은 작품을 출간한 작가의 단정한 필체 만큼은 무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