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마가 붙는 최종병기! - 마 시리즈 2, Wink Novel
타카바야시 토모 지음 / 서울문화사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말해서- 유리라는 캐릭터는 친근하고 좋지만, 귄터처럼 ‘내 의사를 맡기고 싶은가.’하고 묻는다면 아니다. 유리 스스로도 잘 알지만, 이 녀석- 마왕에 어울리지 않잖아?

그야말로 듣고 배운 대로 실천하는 것처럼, ‘인간들끼리 싸우다니 이해할 수 없어!’, ‘전쟁은 안돼.’ 처럼 뼈에 박은 행동- 그런 주제에 그 무게는 실감하지 못한다.
새벽의 천사들에서 셰라는 이렇게 말했지. ‘국민의 피로 영토가 빨갛게 물들지도 모르는, 영지를 잔뜩 빼앗기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에 전쟁은 하고 싶지 않다고 꽁무니를 빼며 다른 나라의 유린을 허락한다면 왕이 될 자격은 없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나라도 그런 놈은 대통령으로 안 뽑아. 머리카락을 뽑으면 뽑았지.

반면 유리는 어떤가?
“그렇습니다만 폐하, 우리가 쳐들어가지 않아도, 놈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나라로서도 싸우지 않고 항복할 수는…….”
“그래도 어쨌든 전쟁은 안 돼! 개전서류에 사인 따위 하지 않을 거야!”
이건 뭐 애가 땡깡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녀석도 사람이 다치거나 하는 건 극도로 싫고, 피하고 싶은 것이리라. 하지만 대책 방안도 없이 싫어- 하고 말하는 녀석은 뒤에서 짜그러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땡깡을 부리는 통에 회피방안을 내주긴 한것이겠지만.

-뭐, 그래서 인내심 많은 부하들이 전쟁회피 방안을 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조금 찌릿한 정도로 무섭다고 방방 뜨다니. 나 같으면 큰소리 친 것이 부끄러워서라도 잡겠다.
게다가 자그마한 일에도 오돌오돌 흠칫흠칫 주변 산만한 반응은 어쩐지 나 같아서, 주인공으로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말 많은 남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목청은 큰주제에 해결방안이라는 것도 없다. 물론 이계의 일이니 낯설기 때문도 있지만, 부하들이 알아서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심이.’ 하고 전쟁 회피방안을 내어 주었으면, 나 같으면 크게 떠들어 대는 게 민망해서라도 고분고분하겠다. 기껏 물린 주제에 엄살 피우고 되돌아 가는 꼴이라니!
이걸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콘라드 경의 도량에 찬사를.

어디 그뿐인가. 이 녀석, 머리를 숙이고 부탁하면 다 된다고 생각한다.
어눌한 것도 정도껏, 비굴한 것도 정도껏이지.
자존심, 체면, 권위- 이런 것이 실의주의에게 있어 어떤 취급을 받을 지는 몰라도, 이건 엄연히 필요한 것이다. 괜히 왕후귀족들에게 ‘품위유지비용’으로 무지막지한 돈을 할당해 주는 것이 아니다. 물론 옛 중세시대에는 이게 좀 과했지만.
더욱이 왕이 머리를 숙인다는 것은, 그 아래의 사람들도 머리를 숙인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유리야 비굴왕이든 굴욕왕이든 수치왕이든 기타등등으로 불려도 상관이 없지만, 안 닮은 삼형제까지 체면을 깍아 내리는 것은 사양이다.

다만 마지막의, 스스로 마검을 포기하는 장면은 의외로 좋았다. 미국도 이에 반 만 닮았으면 좋겠다고 싶을 정도로-. 이 녀석, 갖은 싫은 점을 보여주었다가 장점 하나를 보여주고는 점수를 따는 식의 처세술을 하는 건가-.
하지만 어눌한 말투로 사람을 설득하거나 공감하기는 힘들지. 그런 점에서 감점. (이녀석, 엄격하다)

도대체 권터는 그렇다 치고, 콘라드는 뭐가 좋다고 이런걸 따를까. 역시 전생의 영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일까. 우리 볼프는 뭐에 맘에 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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