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왕국 1 - 메이퀸 노벨
모리 시우코 글, 마스다 메구미 일러스트, 이은주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설령 지점토처럼 사람이 일그러지며 진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내 취향이다.’ 하며 두근두근 하더라도. 가끔 호쾌한 여왕님이나 순진무구한 소녀 캐릭터를 보면 잔뜩 편애모드로 들어가 상대 남자까지 질투를 하더라도. 백합물에 열광하더라도. 게임상에는 남자라고 거짓말을 치더라도.
‘저게 무슨 로맨스냐.’ 따위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남몰래 콩닥콩닥 좋아하는 나는 역시 여자.
귀여울 정도로 솔직한 핑크색 감성을 추구하는 여자.
그러니까 로맨스가 고프단 말이지.
요새는 순정만화도 나보니까.(집 밖으로 나가는게 귀찮아서)

그래서일까. 나는 자연스럽게 메이퀸 노벨의 작품에 흥미가 생겼다.
비록 소극적인 호기심이지만, ‘로맨스 판타지’라는 것을 엄청 좋아하니까. 메이퀸 노벨에는 그런 내 취향을 반영해주는 작품이 잔뜩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솔직히, 조금 실망했었다.
가령 백작과 요정은 주인공들이 너무 답답하게 군다. 여자쪽은 불싱증을 앓고 있고, 남자쪽도 소심하고 소극적인 주제에 얍삽하단 말이지. 내가 추구하는 것은 고지식할정도로 솔직한 사랑이다.
혹은 유혈여신전은 일러 자체가 남남성향이 강한데다(남남을 좋아하지만!), 역하렘의 경향이 너무 심했다. 뷔페나 셀러드바는 자주 가지만, 골라먹는 것은 음식으로 족하다. 여성향 미연시를 하고 말지, 라는 심정이다.

바람의 나라, 아니 왕국은 너무 복잡하다.
분명 과거의 티베트나 중국을 모티브로 삼았던 것은 확실한데, 나에게는 너무 낯설다. 과거의 지명과 생소한 이름들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 읽고 난 지금, 문제의 발발과 해결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겠지만, 주변 상황은 하나도 모르겠다. 한 밤중에 졸린 눈으로 봤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는 백작과 요정을 조금 본받았으면. 그건 추리라는 베이스가 깔려도 꽤 쉽게 봤는데. 하긴, 그 근본 바탕 자체가 낯선 것이니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듯, 아주 싫은 것은 없다. 백작의 화려한 겉치례에 두근거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유혈여신전은 실망의 연속이었지만, 일러만은 봐줄만 했지...

바람의 나라, 아니 바람의 왕국은 어느 쪽이냐면, 상당히 맘에 들고 있다.
꾸밈없는 이야기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러 곳에 네타를 당한 탓도 있지만)살짝 고지식할 정도로 뻔한 전개이긴 했지만, 여자는 꾸밈없고 남자는 진솔하다. 일러와 그 말투는 ‘왕’치고 너무 귀여운 소년(..)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 나름대로 좋다.

낯선 단어도 앞으로 계속 익숙해 지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나는 다음 권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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