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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사서와 벼락의 바보 - Extreme Novel ㅣ 싸우는 사서 시리즈
야마가타 이시오 지음, 김용빈 옮김, 마에시마 시게키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중학교의 과학선생님이 말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사실 현재가 아니라, 과거라고. 자신이 말하는 말 조차, 사실은 아주아주 약간의 과거에서 온 소리라고. 어젯밤에 반짝이던 별빛은 사실 몇 만년 전의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는 현재와 과거가 같이 있다고.
같은 이유로,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현재지만, 너희들에게는 그 순간 듣지 못한 ‘미래’의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계는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라고.
대다수의 학생은 이해하기 힘든 논리인 것 같았다. 만약 나의 아버지가 철학에 흥미가 없거나, 나의 논리 구조가 조금만 더 단순했다면 나도 그 대다수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없었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표면적이나마 받아들일 뿐.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어서, 나는 그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무장사서’를 통해서 그 말을 약간이나마 실감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장사서를 읽을 때마다, 나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느낀다.
1권에서도 고양이색 공주님이 천년전에 죽었지만, 폭탄소년에게 있어서는 현실이었다.
2권을 봤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사람이 완벽하게 현재에 힘을 행사한다.
이 세계는 우리들의 현실 세계보다 훨씬 더 ‘과거’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훨씬 더 밀접한 곳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사실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느끼게 해준다.
더군다나 지난번 권은 무뚝뚝한 외골수들이(고양이 공주님도, 폭탄소녀도, 렐리아도 투덜) 바글바글 했을 때 보다 훨씬 귀여운(!) 소녀가 등장한다. 친숙한 분위기의 시작에 훨씬 더 정감이 드는 책!
무장사서는 내 안에서 ‘최고의 라노벨’로 도약해 버렸다.
내 취향에 확실히 들어맞는 ‘스트레이트 재킷’이나, 과거의 명작 ‘델피니아 전기’, 무덤덤한 현실의 ‘키노의 여행’이라던가, 라노베에 맞지 않는 듯한 ‘도서관 전쟁’이라던가, 그외 기타 등등의 감동있게 읽은 작품들을 죄다 뛰어 넘어 버렸달까.
아마 한동안 이 선을 넘는 작품은 없으리라 본다.
그야말로 ‘중고로 나오면 살까’하는 빌빌거리는 궁색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Ps. 그보다, 노끈이 무기라고 해서 무얼까 했다.
하미 씨가 돌팔매 질이니 뭔가 더 특이한 공격 방식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초반부터 격투가 특기라고 명시했지만 말이지, 뭐랄까 유일한 방어와 공격 수단이잖아? 노르티 양의 특징이잖아?
노끈으로 좀더 특이한 공격법이라든가, 좀더 황홀한 사용법(…)이라든가, 뭔가 좀 더 근사한 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이시오씨, 바보!! << 도대체 넌 무얼 기대한거냐 ㄱ-.. 소녀의 여왕변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