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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e happy -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소냐 류보머스키 지음, 오혜경 옮김 / 지식노마드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눈물이 일렁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누구나 행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렇게 증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는 데에 유전자의 작용이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이를 수많은 데이터와 관찰을 통해 입증한 것도 말이다. 쌍둥이는 행복을 느끼는 강도도 비슷하고, 심지어 선택한 배필의 분위기 외모도 비슷했다. 참으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집대성해서 행복학을 이뤄놓은 저자가 대단했다.
한편 요즘은 행복에 관련된 책이 얼마나 많은가 보면서, 이 사회에 팽배한 우울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더구나, 얼마 전까지 거울을 보면서 왜 이리 얼굴이 어두울까 내 스스로 걱정도 했었기에 더욱. 이 책에는 행복을 정성적인 수치에서 정량적인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과 더불어 이를 통해 개발된 지표가 실려 있다. 설문에 응답하고 나서 계산해보면 어느 정도 인지 나온다. 나는 처음, 이 조사를 하기 싫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거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평균치가 4.3이라는데, 난 훨씬 밑도는 3.3이 나왔다. 그래서 한번 후배에게 시켜봤다.
그 친구 말이, 자기는 너무 높게 나올까봐 염려하면서 체크했다는데 그가 4.3이었다. 아마도 무척 건강한 편인 그는 그 부분이 많은 뒷받침이 된 듯했다. 건강이며, 타고나는 유전자의 영향, 행복은 그렇게 어느 정도 차별을 두고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남는다. 쭉쭉빵빵에 집도 잘 사는 재벌집 아가씨가 자살을 한다든지, 쥐뿔도 가진 것 없고, 부모의 사별, 이별, 육체적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삶이 너무 좋고 즐겁다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행복지수가 높은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다. 타고난 부분 말고, 내가 바꿀 수 없는 환경 말고, 나머지 지수를 가지고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서 행복한 사람이 되라는 거다. 행복이야말로 주관적이고, 감정이고, 느껴지는 것이라서 본인이 통제하지 못할 영역같은데, 과감히 통제하라고 권유하는 거다. 여러 가지 지표로 검사를 해봐도 내 수치는 사뭇 낮았다. 행복의 훈련도 그랬고, 앞서말한 행복을 느끼는 강도도 그랬다.
물론, 행복해지도록 권유하는 그 방법은, 저자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그닥 새로운 것들은 아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여러 우화집에서 다루고 있는 대로, 감사하며 축복을 헤아려보며 살 것. 종교를 가질 것. 관계를 잘 형성하고 보듬어 나갈 것 등등이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주제로 연구기금을 탄 학자는 이 저자가 최초다. 그리고 과학의 영역이 아닌 듯 보이는 심리학에서 연구를 통해 행복을 측정해낸 것도 상당한 성과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친구에게 편지를 하나 썼다. 나는 이제부터, 지난 과거에 연연하지 않을 거고, 그걸 곱씹는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피해를 당했다고 느낀 그 사건 역시 내 선택이었다고. 내 인생의 책임자로서 나는 행복을 택할 것이고 너도 그렇게 살아보자고. 전화선을 타고 들려주는 울음섞인 노래와 피아노 반주로 그 아이는 내게 대답해주었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정원의 잔디처럼 정성껏 물을 주고 가꿔야 한다. 건강하지 않아도, 못생겼어도, 가진 게 없어도 말이다. 신기한 것은, 쾌락적응의 부분이다. 난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어떤 기쁜 일이 있어도 사람은 금세 적응해버려서 즐거움이 반감되어 버린다 한다. 이쁜 여자도 그 만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신년 벽두에 내게 큰 선물이 되어 준 책이다. 행복하자. 한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