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분노의 포도 2
고향에 있을 때, 그러니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야. 커다란 달이 서쪽으로 흘러가고 있었지. 그 친구하고 나는 길을 걷고 있었어. 목이 메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지. 아무 말도 안 했어. 조금 가니까 건초 더미가 나오더군. 거기서 우리는 바닥에 누웠어. 저 텍사스 청년이랑 체로키 여자가 스텝을 밟으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네. 아무도 못 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아이고! 나도 저 텍사스 청년하고 같이 갈 수 있다면. 조금 있으면 달이 뜰 거야. 체로키 여자 아버지가 두 사람을 막으려고 가는 걸 봤지만, 그 아버지도 끝까지 쫓아가지는 않았어. 그 아버지도 다 알고 있으니까. 다가오는 가을을 막으려 드는 거나 마찬가지지. 나무속에서 수액이 움직이는 걸 막는 거나 마찬가지야. 조금 있으면 달이 떠오를 거야.

더 연주해 봐. 얘기가 있는 노래로…… 「러레이도의 거리를 걸을 때」 같은 노래.

불이 꺼졌네. 다시 피우자니 좀 그렇다. 조금 있으면 작은 달이 뜰 텐데.

분노의 포도 2 | 존 스타인벡, 김승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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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한국 근현대 소설 모음집 11: 천변풍경

화신 상요
?
그래
,
아무나 들어가요
?”

그럼
,
아무나 들어가지
.”
그러나 아버지는
,
아들이 지금 그 안에 들어갈 것을 허락지 않았다
.
그는 겨우내 생각하고 또 생각한 나머지에
, ‘
마소 새끼는 시골로
,
사람 새끼는 서울로

의 속담을 그대로 좇아
,
아직 나이 어린 자식의 몸 위에 천만 가지 불안을 품었으면서도
, ‘
자식 하나
,
사람 만들어 보겠다

고 이내 그의 손을 잡고

한성

으로 올라온 것이다
.
지난번 올라왔을 때 들르지 못한 화신 상회에
,
자기 자신 오래간만이니 잠깐 들어가 보고도 싶었으나
,
그는
,
자식의 앞길을 결정하는 사무가 완전히 끝나기까지
,
자기의 모든 거조가
,
그렇게도 긴장되고
,
또 경건하기를 바랐다
.
청계천변
,
한약국 주인 방에
,
가평서 올라온 부자는 주인 영감과 마주 대하여 앉았다
.

얘가 자제요니까
?”

네에


,
인사 여쭤라
.”

한국 근현대 소설 모음집 11: 천변풍경 | 박태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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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프랭클린 자서전
로크의 《인간 오성론》이나 포르루아얄 학파의 《생각의 기술》도 이 무렵에 읽었다.
이렇게 글쓰기 실력을 늘리려고 애쓰던 중에 문법책 한 권(그린우드에서 나온 책으로 기억한다)을 만났다. 책 말미에 수사학과 논리학이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었는데, 논리학 부분은 소크라테스식 논쟁법을 소개하며 끝을 맺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고록》을 손에 넣었는데, 여기에 소크라테스식 논쟁법이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그 소크라테스식 논쟁법이라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글쓰기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딱 잘라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무조건 내 주장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겸손하게 상대의 주장을 듣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섀프츠베리와 콜린스의 글을 읽는 동안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으면서, 이런 방법으로 논쟁을 할 때 나는 가장 안전해지면서 동시에 상대를 효과적으로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 방법을 즐겨 사용하고 꾸준히 연습했더니 나중에는 꽤 능숙해져서 나보다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도 굴복시킬 수 있게 되었다. 상대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곤경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고, 나는 내 지적 수준이나 주장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식의 논쟁을 몇 년 동안 계속하다가 서서히 그만두었지만 겸손하게 의견을 말하는 습관만은 버리지 않았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의견을 제시할 때 ‘분명히’, ‘의심할 여지 없이’처럼 단정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들은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이러이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 생각에는 그럴 것 같습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 이럴 겁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프랭클린 자서전 | 벤저민 프랭클린, 이순영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998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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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
2011년 2월의 어느 날 국립예술기금의 운영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3월 2일 내게 국가예술훈장을 수여할 것이라고 했다. 20년 전엔 아버지 부시가 다른 사람들 목에 훈장을 거는 걸 지켜보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워싱턴에 돌아가 훈장을 받게 된 것이다. 2011년 수상자들 중에는 음악 관련 사람들이 많았다. 반 클라이번Van Cliburn,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서니 롤린스Sonny Rollins, 그 밖에 예술가들, 감독들, 전기 작가들 그리고 단체들이 포함돼 있었다. 메릴 스트리프Meryl Streep는 런던에서 마거릿 대처 역할을 하느라 수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엘라 바프Ella Baff가 제이컵스 필로Jacob’s Pillow와 소속 무용수들을 대표해 예술훈장을 받았다.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 | 도널드 홀, 최희봉, 조현욱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0970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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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조선비즈k] 로빈슨 크루소
나는 하느님께서 이처럼 당신께서 만드신 피조물을 철저히 파멸시켜 비참하게 만들고 도움의 손길 전혀 없이 버려지고 좌절하게 만들어, 이런 삶에 대해 감사한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신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나 스스로에게 훈계했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면 늘 뭔가 다른 생각이 황급히 떠올라 나를 제지했다. 특히 어느 날 엽총을 들고 바닷가를 거닐면서 현재의 내 처지를 곰곰이 생각하고는 잔뜩 수심에 잠겨 있을 때였다. 바로 그때 말하자면 내 이성이 생각을 바꾸라고 내게 훈계했다. 〈그래, 네가 비참한 처지에 처해 있는 건 맞아. 하지만 부디 기억하라고. 너 말고 다른 선원들은 어찌 됐지? 모두 열한 명이 보트에 타지 않았어? 왜 너만 홀로 선택된 걸까? 현세가 좋은 거야 내세가 좋은 거야?〉 그러면서 나는 바다를 가리켰다. 〈모든 나쁜 일들이란 그 안에 존재하는 좋은 일, 그리고 그런 일들에 수반되는 더 나쁜 일들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거야.〉

그때 다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생존에 필요한 물품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어? 배가 처음 좌초된 곳에서 해안 가까이 떠밀려 와, 내가 온갖 물건들을 꺼낼 수 있는 시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없었다면 내 처지가 어땠을까? 처음 해안에 도착했던 때를 생각해 봐.

[조선비즈k] 로빈슨 크루소 | 다니엘 디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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