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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유로 세대
안토니오 인코르바이아.알레산드로 리마싸 지음, 김효진 옮김 / 예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과의 만남부터도 재미있다. 지하철에서였다. 무가지로 나누어지던 다른 사람이 보다가 늘 그렇듯이 지하철 선반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던 낱장에서 우연히 본 지면이 이놈과의 첫 대면이었다. 어쨌거나 책 소개에 대한 칼럼 비슷한 페이지 였을테고, 그곳에서 만난 두권의 책중의 하나가 바로 이 '천유로 세대'라고 하는 녀석이다.
천유로라? 이게 얼마쯤 되냐면... 흠... 지금 1유로가 약 1250정도 할까? 그러면 약 125만원 정도... 우리나라 돈으로... 이태리의 밀라노의 젊은이들.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몇발자욱을 들여놓은 20대 후반 혹은 아주 이른 30대 초반의 그들이, 천유로 정도의 월 수입으로 한달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아니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버텨가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생활상을 그리고 있다.
이틀만에, 정확히는 만 하루만에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떠오른 첫번째 감상은 "엄청 공감되네" 이었다. 엄청 공감된다. 그렇게도 속상해 하는 사회문제중 하나인 청년 실업문제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이야 알고 있던 터이었지만, 그런 사회적, 제도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는 우리랑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노동계에서의 집중 공격으로 한국 사회는 갈라져 있지만, 이 책을 보니 그 곳 유럽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극과 극인 모양이다. 우리나라랑 똑같다.
계약직으로서의 불안한 젊은이들, 텅빈 머리로 취급받지만 실제론 그들의 윗 세대 어른들보다 더 머리터지게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이념, 정치, 사회등을 통탄하는 친구들... 그들의 머리는 결코 비어있지 않다. 사랑과 이성에 대한 태도, 대처하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의 문체는 새로웠다. 나를 확 사로잡은 이 책의 광고 카피처럼 이 책은 인터넷 소설로 먼저 알려졌고 그후에 책으로 출간된 것이기에, 인터넷 소설의 감성과 맛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책의 광고 카피가 뭔지 아는가? "2006년 유럽을 흔들어놓은 두 청년의 포스트펑크 소설!"이라구... 흠... 도대체 포스트(?) 펑크(?) 소설이라? 아이구, 이거 너무 힘든 단어의 조합아닌가?
어쨌든, 그들 - 이책의 작가는 2명이다. 그래서 그가 아닌 그들이다 - 의 문체는 너무도 생생하고, 생활상을 그대로 드러내기에 충분하도록 적합하다. 역자인 김효진씨의 옮김의 힘이 크달 수 밖에...
톡톡튀는 감각적인, 상큼한 샐러드같은 책을 한권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강추이다. 왜 그러날 있지 않나? 밥 먹기에는 좀 그렇고, 그렇다고 끼니를 그냥 거르기에도 좀 그렇고, 그러날 먹는 가벼운 샐러드 같은 싱싱함...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