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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여행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이재형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3년 7월
평점 :
가슴을 풀어헤치고 매섭게 파고드는 프로방스 계절풍 '미스트랄'. 항상 손에 들려있는 파스티스, 식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포도주. 피터 메일의 프로방스 일 년 살기 기록 <아피! 미스트랄 (효형출판)>에서 읽은 프로방스의 풍경이다.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에서 얘기했다시피 파리에서 나를 괴롭힌 우울증은 예술의 힘으로 서서히 치유되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 켠에는 늘 프로방스의 푸근한 날씨와 눈부신 태양, 시리도록 파란 바다, 높은 언덕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마을들, 끝없이 펼쳐진 보라색 라벤더밭, 5월이면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이는 개양귀비 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프로방스의 풍경은 다시 돌아오라고 끊임없이 나를 부추겼다. (p. 6)'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디 이니셔티브)>에서 파리에 대한 지식, 예술 작품들과 그 작품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글 솜씨로 파리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프랑스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저자 이재형을 따라나선 프로방스 예술여행이다.
'1888년 2월 2일, 반 고흐는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15시간을 여행한 끝에 아를에 도착했다. 그는 이제 프로방스의 강렬한 빛과 눈부시게 선명한 하늘, 투명한 공기 속에서 꽃을 피운 과실수와 협죽도, 보라색 땅, 올리브나무의 은빛, 실편백나무의 진한 녹색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써 보냈다.
"난 새로운 예술의 미래가 프로방스에 있다고 믿어." (p. 14)'
프로방스 여행 첫 번째 여행지는 고흐가 고갱을 기다리던 곳인 아를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를은 축제의 도시, 문화의 도시이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우환 미술관도 이곳에 있다.
아를을 시작으로 이재형 작가와 여행하게 될 프로방스의 도시와 마을은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제각각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부족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르 코르뷔지에는 수직마을을 생각해냈다. 마르세유의 행복주택단지는 70년이 지났지만 정상적으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 고급 부티크들이 즐비한 생트로페, 이곳은 한산한 어촌이었다. 1956년 여기서 촬영된 브리지트 바르도 주연의 영화 〈신이…여자를 창조하셨다〉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프랑수아즈 사강의 첫 작품 <슬픔이여 안녕?>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세 살짜리 딸과 바캉스 중이던 스물여덟 살이었던 프랑스 여배우 시몬 시뇨레는 생폴드방스의 황금 비둘기 식당에서 얼마 전 에디트 피아프와 헤어진 가수 이브 몽탕과 만난다. 둘은 한눈에 서로에게 끌렸다. 생폴드방스는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간직한 곳이다.
마티스와 샤갈이 사랑한 예술의 도시 니스, 하늘로 올라가는 니체의 산책로가 있는 곳 에즈, 세잔의 영혼이 깃든 생트빅투아르산이 있는 곳은 엑상프로방스다. 바농에는 프랑스 농촌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이 있고, 피카소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던 연인 도라 마르는 정신병원을 나온 후 메네브르에서 죽을 때까지 혼자 살았다.
'해가 서산마루에 뉘엿거리면 고르드의 돌집들은 빨갛게 물들고 저 아래 계곡은 초록 바다로 변한다. (p. 216)'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고르드다.
마지막 여행지는 고대 건축가들의 놀라운 기술을 보여주는 증거, 50킬로미터에 달하는 수도교 있는 곳 아비뇽이다. 그리고 아비뇽 남동쪽 몽파베 마을의 공동묘지 정신병자 구역은 로댕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의 일흔여덟 살 인생, 마지막 종착지이기도 하다.
파리가 그렇듯 이렇게 사연이 많은 곳이 있을까? 라벤더, 해바라기, 지중해의 눈부신 햇살, 수많은 예술가들이 매력을 느낀 곳 프로방스. 피터 메일은 이곳이 너무 좋아 집을 덜컥 사버렸다. 이재형 작가와 함께 프로방스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타보자. 반 고흐가 '예술의 미래가 있다'라고 믿고 파리에서 아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