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법 버스기사 같나요? - 사회적 기업가에서 버스기사로 다시 삶을 운전하기까지
강희정 지음 / 브로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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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젊은 교우의 트럼펫 찬양으로 어제 주일 예배 헌금 시간은 좀 특별했다. 왼쪽 팔뚝이 유난히 가늘었다. 그 손을 트럼펫에 묶고 다른 편 손가락으로 밸브를 눌러가며 연주했다. '전공자가 되기 위해 비장애인보다 얼마나 더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갑자기 울컥했다.

'독기는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잠시 사람을 움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영혼을 망가뜨린다. 실패는 혼자 감당할 때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볼 때 더 아프다. (p. 147)'

저 청년도 독기를 품고 연습했겠지? 그러지 않았기를. 강희정 작가의 말처럼, 실패했을 때 주변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응원했을 사람들은 크게 실망할 테고, 청년은 독기를 품은 만큼 더 아프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인생 2막, 두 번째 인생... '퇴직 후' 또는 '60살이 넘어서'와 어울리는 말이다. 그런데 어울리지 않는 말이 앞선 다음 '두 번째 인생'이란 말이 뒤따라올 때도 있다. 이를테면 이 책을 쓴 강희정이 맞닥뜨린 인생. 인생 2막, 두 번째 인생 앞에 '사업 실패', '40살 이란 나이에'가 앞에 붙는 경우라면 대부분 자의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두 번째 인생에 들어서기란 '퇴직 후' 또는 '60살이 넘어서'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독기 정도는 품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강희정 작가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했다. 사회도 바꾸고, 문화도 바꾸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 Let us love, '우리 서로 사랑합시다'를 실천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 그 좋은 꿈이 이뤄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업은 실패했다. 생계를 위해서 두 번째 인생이란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젊은 여자가? 버스 운전을? 강희정은 물음표로 가득한 두 번째 인생을 선택했다.

'매일 같은 길을 달리는데도 하늘은 늘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그래서인지 출근길 풍경은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 (p. 16)'

강희정의 에세이 <안녕하세요, 제법 버스기사 같나요?>는 '퇴직 후' 또는 '60살이 넘어서'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사람보다 일어서는데 몇 배나 힘들었을 강희정의 두 번째 인생 이야기다.

또한 이 이야기는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일에 대한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아가는 여정이다. (p. 7)'

수고하고 땀 흘리면서 삶을 다시 이해하는 이야기다. 변화를 겪는 이야기다. 굿워크플래닛이란 사회적 기업을 하다 망한 강희정이 아닌 그냥 강희정을 찾은 이야기다. 사랑이란 상대의 편에 서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걸 깨달은 이야기다.

그래서 'Let us love'를 'Let me love'로 바꾼 이야기다.
'우리 함께 사랑하자가 아니라, 먼저 내가 사랑하겠다는 말.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한 명을 사랑해 보겠다는 작은 다짐 (p. 220)'을 하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담긴 강희정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그 두 번째 인생을 바라보는 60대 중반의 한 사람으로서 바람이 있다. 이번엔 독기를 품지 말기를. 더 나은 세상을 꿈꾸기는 하되, 세상을 사랑하기는 하되, 독기만큼은 품지 말기를.

예배시간에 트럼펫 찬양을 드렸던 청년처럼, 몇 배는 더 힘들게 시작했을 두 번째 인생일 거란 짐작이 들어서 그렇다. 운전석에 앉아서 수많은 풍경을 보듯, 나를 바라보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가볍게 인사하며 바라보듯, 힘 빼고 여유를 갖기를.

완벽하게 사랑할 수는 없어도 타인의 편에 서 보고 그렇게 하루하루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사회적 기업가로서 일을 계속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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