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문장의 힘 - 왜 시적인 문장이 살아남는가
유영만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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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파스칼의 <팡세>를 옆구리에 끼고 폼 나게 들고 다녔었다. 내용이 어려워서 몇 장 넘겨보곤 다 읽지 않았지만 <팡세>하면 생각나는 글이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읽는 순간 잠시 멈춰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파스칼의 이 짧은 글은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다. 그래도 굳이 의미를 살펴보자면,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약하고 작은 존재지만 생각이란 걸 하기에 인간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포리즘이다.


짧은 글, 3분 안쪽의 짧은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다. 뭐든 짧게 설명하기를 요구하고 요구받는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짧은 문장의 힘>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짧은 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짧은 글이라고 해서 단박에 쓸 수 있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유영만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시간이 걸린다.

'읽고, 쓰고, 지우고, 다시 묻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몸으로 살아낸 삶이 필요하다. 방 안에서만 만든 문장과 세상과 부대낀 문장은 다르다. (p. 7)'

아포리즘은 머리가 언어가 아니라 몸의 언어다. 그래서 그 한 줄짜리 글은 우리 삶을 흔들고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


<팡세>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처럼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띈 아포리즘은 '짧은 문장은 창문이다. (p. 18)'라는 글이다.

짧은 한마디는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아포리즘을 통해 보면 나와 다른 세상이 보이고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니 창문인 셈이다.


'시 쓰기는 '설명'을 버리는 일'
시인들의 시인 김혜순의 <김혜순의 말- 글쓰기의 경이>에 나오는 글이라고 한다. 시에 대한 그 어떤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이 짧은 글로 족하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도 있다. 이 압축된 글이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험을 글에 넣어 쌓았다가 허물었을까. 책은 또 얼마나 많이 읽었을까. 결국 이런 글 하나가 읽기로부터 시작됐을 텐데. 동사를 고르고, 박자와 호흡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고, 감정을, 독자의 시선을, 맥락을... 이 모든 과정의 반복으로 글 하나가 탄생한다.


숏폼이 지배하는 시대에 AI의 언어까지 가세했다. 그래서 이 책 마지막에서 다룬, 인간과 AI의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는 대목이 의미가 있었다. 김성우 박사의 짧은 글은 인간 언어와 AI 언어의 차이를 정확히 가른다.

'"인간은 삶을 통해 말을 배우고, AI는 데이터를 통해 말을 배운다. 인간은 언어를 경험하지만 기계는 언어를 계산한다. 그들의 계산은 우리의 경험을 대체하지 못한다" (p.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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