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한다, 날들이 텅 빈 채로 흘러가지 않도록." 1892년 3월 9일 태어난 비타 새크빌 웨스트의 작품 <십이일간의 여정> 속 문장이다. 한평생 '비타'라고 불렸다. 비타는 영국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작가이자 정원 디자이너로도 알려졌다. 시싱허스트에 조성한 정원은 20세기 영국 정원 디자인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비타는 성역할이 엄격히 구분되는 시대임에도 남성 복장을 하고 여성과 연애를 했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와 만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울프를 위로하며 교감했다. 울프의 작품 <올랜도>의 실제 모델이 비타이다. 말년에 암을 앓다가 내가 태어나기 바로 1년 전인 1962년 6월에 생을 마감했다. 나는 양력으로 6월에 태어났다. 음력 생일을 지키다보니 생일이 해마다 달라져 아이들이 아빠 생일을 기억하기데 애를 먹는다. 나와 생일이 같은 토마스 하디는 영국 태생으로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별들은 가끔 우리 집 그루터기 사과나무의 열매들 같아 대개는 아름답고 온전하지만, 더러는 병들어 있지. - <더버빌가의 테스>매일 아침 필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비타가 말했듯 시간을 건너온 문장을 쓰면서 하루를 채우려는 다짐이다. 텅 빈 채로 하루를 보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 내게 남았다. 오늘은 누가 태어났을까. 그는 어떤 문장을 남겼을까. 누군가 태어났기에 하루를 그의 글로 채운다. 나, 나도 누군가의 하루를 채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야할텐데. 그래야 내 생일날만이라도 날 기억해 줄텐데.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만이라도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