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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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22년 42%였던 우리나라 사법부 신뢰도가 2026년 27%까지 추락했다. 재판 지연과 '불공정'한 판결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 검찰 개혁에 검찰의 수사권이 주요 이슈였다.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가해자가 저지른 모든 죄를 찾아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하는데 하나라도 놓칠 경우 피해자가 억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의 특권은 악인을 정죄하는 데 있다고 믿는 판사들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권한다. 판사의 특권은 믿을 수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그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추천의 글,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박주영)'

하지만 애당초 검찰의 역할도 그렇고 사법제도에서 3심제를 두는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받은 사람의 기본권도 보장해야 한다.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릴 때 당한 기본권의 침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내 사법적, 개인적 철학은 간단하다. 모두를 친절과 배려, 존중으로 대하는 것이다. (p. 14)'

<연민에 관하여>의 저자 프랭크 카프리오는 38년 동안 프로비던스 지방법원 판사로 일했다. 이 지방법원은 70년 전 카프리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연민과 존중으로 대했던 판사가 일했던 그 법정이다. 그 판사를 존경했다. 카프리오는 그의 법정에서 그 누구에게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애썼다. 그리고 감명받았던 70년 전의 그 판사처럼 모두를 존중했고 공감하며 연민을 느꼈다.

'연민'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잊지 않고 가진 것, 받은 것, 이루어낸 것에 감사하는 데서 비롯된다. 연민은 타인에게 베푸는 선행이다.

'흔히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그 답은 간단하다. 연민을 가지는 것이다. (p. 158)'

'존중'은 나 자신 혹은 상대방의 지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다. 존중은 타인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염려한다면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을 알고 있고 자신의 경험으로 그들을 다른 길로 인도해 줄 수 있다고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에 대한 존중이다. (p. 254)'

'이해'는 공감하며 듣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아는 것이다. 이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기도 하다.

'연민을 가지면 더 좋은 사람이 된다. 존중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해가 있어야 인간의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옳고 그름을 알고 자신을 옳은 길에 머물게 해주는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다. (p. 259)'


호세 히메네스는 주차위반으로 저자의 법정에 출석했다. 범칙금을 이미 납부했고 오해가 풀려 벌금을 면제받은 다음, 호세는 머뭇거리다가 20년 전 자신이 불량소년이었음을 판사에게 털어놓았다. 프랭크 카프리오는 기억을 더듬었다. 호세가 18살일 때 자신의 법정에서 그에게 건넨 조언이 생각났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죽을 수도, 감옥에 갈 수도, 중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세 가지 미래가 놓여있는데 선택은 호세의 몫이라고 말해주었다. 청년 호세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때 해 준 저자의 조언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호세는 말했다.

'20년 전 그날,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p. 291)'

판사가 법정에 선 피고인에게 친절과 배려,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을 때, 법이 어떻게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를 프랭크 카프리오는 그의 책 <연민에 관하여>에서 증명해 보여준다.

악인을 정죄하는 것이 목적인 판사, 사건을 처리할 때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판사,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고 믿는 판사, 정의는 언제나 냉혹한 것이라고 여기는 판사, 이런 판사로 인해 사법부 신뢰가 추락한다. 그 역할도 같이 퇴색된다.

사법은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지 않는지 살피는 제도다. 판사가 연민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법정에 선 이들을 대할 때, 사법은 잃었던 신뢰를 다시 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법은 기회를 다시 줌으로써 사람을 구하는 역할도 되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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