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화살을 굳이 가슴에 꽂지 마라 - 한·중·일 50만 독자를 위로한 신경 쓰지 않는 연습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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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뜻대로 안된다. 하긴 세상일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척척 이루어진다면 그 또한 불만일 테지만 말이다. 그 어느 것보다 맘먹은 대로 안되는 게 부부 사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은 내내 우리 부부 사이에 어떻게 적용하면 이 책이 우리 부부에게 처방전이 될까... 이런 생각으로 머리를 꽉 채웠다.


저자 나토리 호겐은 30년 넘게 수행을 삶으로 이어온 승려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그는 "당신은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불교가 항상 묻는 물음이라고 한다.

이 질문에 2500여 년을 이어온 불교가 내놓은 대답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마음이 평온한 사람이 되고 싶다"이다. 저자는 불교를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마음이 평온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을 위해 설법하는 콘텐츠'라고 정의한다.

다툰 다음 넋두리하듯 아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그래~ 우리 집은 나만 입다물고 있으면 평온하지,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

왜 이런 말을 할까? 혼란하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우선 뭔가 틀어지게 된 게 누구 때문인지 불분명하다. 그다음, 한쪽이 이해하고 참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럼 누가 참아야 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더욱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진 게 짜증 난다. 심하게 다투다 보니 서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했고 그 결과 둘 다 상처를 입었으니 다투기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기도 글렀다.

'어디까지나 인간이 가진 지혜의 힘으로 마음의 평온을 얻자는 뜻에서 책을 썼다. 불교에서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자신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다. 그러니까 마음이 흐트러졌을 때야말로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다.(p. 7)'

내게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그런 능력이 있다고? 그런데 허구한 날 다퉈서 평온을 깨뜨린단 말인가? 그 능력이란 걸 내가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발휘'할 수 없는' 능력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원제가 <신경 쓰지 않는 연습>이라고 한다. '연습',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뜻을 덧붙이면서 '발휘할 수 없는 능력'이라고 탓하지만 말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하는 연습'을 해보자고 한다. 가정을, 부부 사이를 평온하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해 보자고.


우리 부부는 왜 다툴까?

집착 때문이다. 아내가 내 맘을 몰라줄뿐더러 내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포기하면 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포기 대신 집착이 그 자리에 쌓여간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도 다툼의 원인이다. 칭찬해 주기 보다 상대가 먼저 칭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는 게 문제다. 이런 마음을 포기하고 내가 먼저 칭찬하면 되는 데 '꼭 말을 해야 아냐'며 핑계 삼는다.

'바꾸어 말하면 칭찬받고 싶다는 욕구는 사랑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도움이 되고 싶다는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 충족된다. 사치스럽다는 느낌도 든다. (p. 74)'


서로 받은 상처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지난 일을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말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분노해서도 안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화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분노는 욕망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방종放縱, 마음의 집중을 잃어버리는 산란散亂, 위해를 가하려 하는 분忿, 다른 사람의 약점을 공격하는 뇌惱,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해害 등의 번뇌를 잇달아 발생시킨다. (p. 206)'


마음을, 부부 사이를 평온하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으로 나토리 호겐은 습관을 바꿈으로써 '신경 쓰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라고 권한다. 느낀 대로 차분하게 긍정을 말하고, 삶의 태도는 정중하게 그리고 집착과 미련을 버리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무심하게 살기를 권한다. 무심과 무관심은 다르다. 외부 세계를 차단하는 것이 무관심이라면 무심은 무작정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 부부는 만난 지 2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래서 한때 결혼 상대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하거나 결혼에 자신 없어하는 후배를 만나면 같잖게 바둑 격언으로 충고하곤 했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 둔다고...'

'부부는 타인이다.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다른 만큼 둘이 생활하려면 어떻게 맞추며 살아갈 것인지 잘 타협해야 한다. 죽을 때 "당신과 결혼해서 정말 행복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두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을 조정하고 타협하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p. 311)'

쉽고 다정하게 부처의 말을 전해주는 승려 나토리 호겐이 던진 "당신은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 아니 "어떤 부부가 되고 싶습니까?"에 답을 해보자면...

이제까지 굳이 가슴에 꽂지 않아도 되는 화살을 꽂으면 살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서로 맞추고 타협하는 연습을 해서 땅에 떨어진 화살을 굳이 줍지 않겠노라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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