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현대지성 클래식 72
투퀴디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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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기원전 431년부터 기원전 404년까지 아테나이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과 라케다이몬을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 간의 27년 전쟁을 일컫는다. 10년을 싸웠고, 7년간 불안정한 휴전 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10년간 전쟁을 벌였다.

라케다이몬은 아테나이의 세력 확장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때 도시국가 에피담노스에서 코린토스와 케르키라 간의 내분이 일어났다. 코린토스는 라케다이몬에게, 케르키라는 아테나이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라케다이몬이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원전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시작됐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마지막 전쟁은 기원전 406년 아이고스포타모이 해전이었다. 라케다이몬이 아이고스포타모이에 정박 중이던 아테나이 함대를 기습해 전멸시켰다. 아테나이는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패배했다. 전쟁의 주도권은 라케다이몬으로 넘어왔고, 이듬해인 기원전 405년 아테나이는 라케다이몬에게 항복했다. 그렇게 27년간의 참혹했던 헬라스의 내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마침내 끝났다.

(중략)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아테나이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전에 벌어진 페르시스 전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급성장, 델로스 동맹을 이끌며 제국으로 발돋움했다. 아테나이는 동맹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돈을 걷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전시 작전권을 거머지며 헤게모니를 확보했다.

미국의 트럼프가 떠오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나토에서 전시작전권을 가진 것이나 관세로 동맹국을 협박해 투자를 강요하며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모습이 아테나이와 닮았다. 아테나이를 향한 델로스 동맹국들의 불만은 쌓여간다. 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아테나이에게 정면으로 대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미국의 횡포를 지켜보기만 하는 EU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의 딱한 사정마저 델로스 동맹국들과 비슷하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각기 다른 상황과 입장에서 이루어진 명연설도 담았다. 페리클레스는 리더십으로 강한 아테나이를 만들었다. 전쟁 첫해 겨울 전사자를 추모하는 페리클레스의 연설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참고할 정도로 설득력과 생동감이 넘친다.

'우리는 검소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지혜를 추구하면서도 나약하지 않습니다. 부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행동을 위한 수단으로 여깁니다. 우리는 가난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여깁니다. (p. 195)'

아테나이 민주정의 가치와 공동체의 자부심을 강조하면서 연설을 시작해 전사자를 추모하며 유가족에 대한 보상 이야기로 연설을 맺는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3권 82장, 83장에 전쟁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았다.

'사람들의 행동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던 전통적인 용어의 의미마저 변질되었다. 만용은 충성스러운 용기로, 신중함은 품위를 가장한 비겁함으로 여겨졌다. 절제는 남자답지 못함에 대한 핑계로 치부되었고, 문제를 포괄적으로 보는 통찰력은 행동하지 않음으로 간주되었다. 난폭함과 성급함은 남성적 미덕으로, 정치적 음모는 정당방위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p. 312)'

투키디데스는 전쟁을 있은 그대로의 현실로 받아들이고 전쟁에서 저질러지는 잔혹함에 대해 뚜렷하게 파악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전쟁은 협상하다가 안되면 사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우리가 알기로, 신들의 세계든 인간 세계든 힘을 가진 자가 지배하는 것은 자연 불변의 법칙입니다. 이 법칙은 우리가 정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처음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를 기정사실로 물려받았고, 후세에도 영원히 존속하도록 물려줄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이 법칙에 따라 행동할 뿐이며, 누구든 권력을 갖게 된다면 우리처럼 행동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신들에게 벌을 받을 일은 전혀 없습니다. (p. 511)'

델로스 동맹 가입을 거부하는 멜로스 대표단에게 아테나이 사절단이 내놓은 정의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다.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힘을 가진 자만이 정의를 말할 수 있다. 멜로스는 끝까지 아테나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 결과 '아테나이군은 멜로스의 주민들 중 성인 남자는 붙잡는 즉시 모두 처형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삼았다. 아테나이인은 그 땅에 정착했고, 나중에 500명의 이주민을 보내 그곳을 식민시로 만들었다. (p. 515)'

우리나라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국제사회가 각자도생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다루는 걸 보면 현시대의 세계가 기원전 420년대 헬레나 시대로 돌아간 것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다시 힘을 가진 자만이 정의를 말할 수 있는 시대로 돌아가버렸다.


(중략)


우리는 역사를 왜 읽는가. 역사는 인간의 본성이 되풀이되는 사건이고 그 과정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을 읽음으로써 앞으로도 거듭될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의 본성 가운데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전쟁 역사를 읽음으로서 왜 전쟁과 내전이 끊임없이 일어나는지 그 이유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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