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류지에 머무는 밤 - 당신이 찾던 다정한 상실
박소담 지음 / 서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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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깁스 한 사람을 보면 그 불편함에 측은한 마음이 든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기에 그렇다. 슬퍼하는 사람을 보며 아파하는 것도 내 슬픔이 겹치기 때문이고, 외로움, 상실, 고된 삶... 모두 마찬가지다.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웃음을 띠게 되고, 누군가 소리치면 나도 덩달아 고함을 내지르고 싶은 것 역시 내가 겪은 경험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주저했던 날들을 고백한다.
나약한 자가 살아남아 오랫동안 슬펐다. 그림을 그리면 좀 나아졌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p. 6)'

박소담의 고백록 <소류지에 머무는 밤>을 읽으며 그를 따라 내 마음이 가라앉는 건, 서른 남짓 박소담의 삶에 내 삶의 몇몇 장면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깊은 상처, 아이를 보낼 채비를 미처 갖추기도 전에 닥친 상실, 폭력... 이 모든 것으로 인해 죽고 싶은 마음이 어른거렸지만 박소담은 '이겨야 하는 사람들이 자꾸 지면서 사는 (p. 94)' 세상에서 견디며 살아남기로 했다.

소류지沼溜地에 머무는 삶.

'소류지에 머무는 밤에도 우리는 산다. 시간을 나누며 어김없이, 아픔을 딛고 슬픔을 쪼개며 산다. 삶이란 본래 너무 초라한 것인지 영영 가릴 수 없는 슬픔도 있다. 동료를 보냈고, 아이와 제자들을 보냈고, 친구들을 보냈다. 하늘이 정말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숨을 정신을 일으킬 수 없었다. (p. 107)'

임파스토 Impasto, 상처가 남긴 자국엔 물감을 두텁게 발랐다. 그러자 세상이 넓어졌다. 박소담 작가의 삶과 닮은 사람들도 보였다. 아픔이 닮았고 보고 느끼는 것도 닮았다.

소류지에서 버티는 날들을 박소담은 기적이라 믿었다. 그 기적이, 박소담이 써놓은 삶의 고백이, 나의 상실이 넘치지 않도록 잘 보듬어준다. 박소담이 그림으로 상실을 견뎠듯이 그의 글에서 위로를 얻고자 한다

'...
붓에 다뤄지는 이 운명을 충실하게 소모할 계획이다.
그림이 내 모든 감정을 소유하는 날까지 남아보려 한다.
아주 먼 시간까지 가닿기 바라며 나약한 고백을 마친다. (p. 143)'

내게 남은 시간을 더 이상 허비하지 않을 계획이다.
책에 내게 남은 상실을 다 담아 넣으려 한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그때 나의 마지막 고백에 후회란 말이 들어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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