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생각한다 -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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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일이다. 35년 전쯤? 형님 집 앞 마당에서 들어서면 항상 날 반기던 개가 눈에 띄질 않았다. 여덟 살 조카에게 개가 어디 갔는지 물었다. "할아버지와 아빠가 드셨어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다니던 직장 생태체험관에서 아이들이 만질 수 있는 애벌레를 전시한 적이 있다. 게시글 반응이 둘로 나눴다. '우리 아이가 직접 애벌레를 만지며 촉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그리고 다른 글은 '동물 학대예요. 당장 전시 중단해 주세요. 고발할 겁니다.'


'이 책은 생각하는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p. 7 들어가기 전에)'

동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먹거리인가? 아님 볼거리인가. 생각도 고통도 느끼지 못하니 막 다뤄도 되나? 아님 동물 권리를 지켜줘야 하나. 사육해도 되나? 아님 가족처럼 가까이 두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인가.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 리하르트 다비드 프레히트는 <동물은 생각한다>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인간도 동물일까. 신이 우리에게만 준 영혼과 감정이 우리랑 똑같이 동물에게도 있는 건가.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다루어왔을까. 이제부터는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까. 동물 권리와 동물 보호를 철학 관점에서 접근도 해본다. 마지막 4장에서는 이제까지 살펴본 문제를 정리하면서, 모든 문제를 인정하기까지 쇼펜하우어 세 단계를 통해 동물과 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이끌어 내야 할 결론이 무엇일지 또 어떻게 실행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모든 문제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까지 세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하거나 우습게 여겨지다가 그다음에는 받아들여지고, 마지막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p. 530)'

유일하게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 형태부터 다른 동물과 다르다. 창조주가 만든 질서 가운데 인간종은 자연의 사다리 맨 꼭대기에 있어 다른 동물과는 완전히 분리됐다. 지혜도 있었다. 이로써 인간은 자연을 정복할 권리를 얻었다. 동물을 인식할 때도 인간 관점으로만 생각했다.

만물의 영장 인간은 거의 착취자에 가까웠다. 수많은 생명체를 파괴하고 지구를 막 사용해 오염시켰다. 동물을 사육하고 죽이는 범죄를 은폐하고 그 현장을 스스로 외면했다. 쇼펜하우어 첫 번째 단계, 이러니 동물의 권리 따위는 주목받지도 못했고 당연히 우습게 여겼다.

'도덕은 공식적으로 어떻게 규정되든 심리 공학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잘한 문제에서 스스로 '나쁘다'고 느끼면서도 장시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한 단기간이라면 큰 문제에서 스스로 '나쁘게'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큰 문제에서 계속 스스로 '나쁘다'고 느끼는 상황은 견디지 못한다. (p. 365)'

인간에게만 한정되던 권리가 동물에게도 적용, 동물권 철학이 제시되면서 쇼펜하우어 두 번째 단계, 도덕철학이 동물들에게 확대되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동물에게 감정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동물들은 사람에게 생각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 금언 (p. 525)'

이제 남은 것은 쇼펜하우어 마지막 단계, 동물을 도덕적 의식을 갖고 대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일만 남았다. 비건 문화처럼 말이다. 채식문화는 요즘 더 이상 웃음거리가 아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추세다.


내가 똑똑하고 힘이 세다고 다른 생명을 마음대로 죽일 순 없다.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잘 안다는 생각,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라는 말씀을 놓지 않는 인간 중심주의 오만을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생명은 생명에 기대어 살아간다. 생명을 기준으로 한 윤리를 다시 세워 인간을 향한 생명 존중을 모든 생명을 향한 윤리로 확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적 능력의 증가, 자기 행동이 부른 결과의 예측, 부패한 관습과 미신의 충분한 인식 같은 다윈의 이 경건한 유토피아는 의식의 진화 과정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도약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완결된 과거는 아니다.
이는 여전히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pp. 538, 539)'

다윈이 그린 유토피아에서는 집에서 기르던 개를 먹는 인간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럼 고기 대신 뭘 먹나. 배양육? 이것도 동물복지, 환경문제 등 논란이 많던데. 그리고 애벌레 체험, 글쎄 생명윤리에서 생각하면? 음... 반응은 둘로 나뉠 것 같다.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여전히 내게도 완결되는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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