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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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묻는다. 저항하지 않는 것은 죄인가?...... 인간, 실격.
이제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p. 49, 인간실격人間失格)'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을 엮은 박예진 번역가는 그의 글을 '무너지며 써 내려간, 인간이라는 병의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이라는 병'을 앓다가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한 다자이는 <인간실격>에서 '인간의 삶이라는 걸 도무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한다.

이 책에 기록된 다자이의 12개 작품 속 180개 문장은 그의 고백과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얻은 글이란 생각이 든다. 글을 음미하다 보면 나도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그리고 왜...

'왜 거짓말을 하고, 왜 상처받으며,
왜 끝내 사랑을 갈구하는가. (p. 14, 프롤로그)'


슬픔과 고독이 가득한 다자이의 글, 과연 그의 글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박예진 번역가는 다자이를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누구보다 살고자 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죄인처럼 살면서도, 죽을 용기를 내지 못한 자"로서, 그는 인간 내면의 상처와 이중성, 도망과 회복, 절망과 연민을 누구보다 진실하게 그려냈습니다. (p. 14, 프롤로그)'

일본 문단은 다자이를 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의 상실을 대변한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 파괴를 통해 끝내 인간을 긍정한 작가라고, 문학 평론가 나카노 시게하루는 그의 글이 상처받은 영혼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문장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p. 27, 사양斜陽)'

몰락한 귀족임에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와 동생 나오지, 그 사이에서 <사양> 속 주인공 가즈코는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조용히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믿음을 받고 있다. 내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죽음으로 속죄하겠다는 따위의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p. 118, 달려라 메로스)'

<달려라 메로스>에서는 인간을 믿을 수 있는 존재로, <앵두>에서는 상처와 고통이 따르는 인간의 약함을 보여주면서도 그 또한 성장하는 삶의 일부라고 웅변한다.

'사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곳저곳에서 사슬이 얽혀 있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피가 터져 나온다. (p. 136, 앵두)'

더 이상 남편을 원망하지 않기로 한 <비용의 아내> 속 주인공 아내를 통해 다자이는, 선택이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방법임을 보여준다. 남편을 위한 희생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독립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인간 답지 못하면 어떤가, 그래도 선택이란 도구를 앞세워 인간은 살아간다.

'일이라는 건, 별것 아니에요. 걸작도 졸작도 따로 있는 게 아니죠. 사람이 좋다고 하면 좋은 거고, 나쁘다고 하면 나쁜 거예요. 마치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 같은 거예요. (p. 201, 비용의 아내)'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

인생은 차디찬 고독이다. 슬프고, 마음에 금이 가기도 하고, 불편하고, 불안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다반사고, 허탈하고, 소외당하며 부끄럽고, 상처받아 병이 들기도 한다. 그런 거다. 숨겨야 할 것도 고쳐야 할 것도 아닌, 삶이란 그런 거다.

도무지 모르겠다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저항이다. 저항하지 않는다면... 인간, 실격. 인간으로서 실격될 것인지, 그래도 인간으로 살아갈 것이지는 내 선택에 달렸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작가가 남긴 문장들을 다시 짚는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 끝에서 각자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괜찮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p.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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