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작가의 소설 <한복 입은 남자> 원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를 관람하면서 2025년 마지막 날은 아내와 함께 마무리했다. 역사에서 사라진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 미스터리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이 이야기는 '혹시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그림 속 남자가 장영실이 아닐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완성됐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물음. 조선의 비차와 다빈치 비행기 설계도가 이렇게 비슷할 수 있을까? 장영실은 역사 기록에서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탐험가인 명나라 정화 장군의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가 다빈치를 만난 건 아닐까?.열린책들의 '하다 앤솔러지' 두 번째 단편소설집 테마는 <묻다>이다. 김솔, 김홍, 박지영, 오한기, 윤해서 다섯 작가의 작품이 실려있다. 김솔의 <고도를 묻다>의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고도에 대해 묻는다. 왜 고도라 부르는지 (<고도를 기다리며>이야기를 해줬더니 딸아이도 같은 질문을 했다.ㅎ). 고도가 누군지. 고도를 만나면 어떻게 알아볼지. 왜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 끊임없이 고도에 대한 물음을 갖고 묻는다.김홍의 <드래곤 세탁소> 속 유나는 만나기로 한 날 사고로 죽은 정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계속 생각한다. 그런 유나에게 옻을 안 넣은 옻닭을 팔았던 드래곤 세탁소 주인은 뜻밖에 말을 한다.'"답으로 사는 게 아니야. 물음이 있어서 사는 거지." (p. 87)'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인다. '"그러니까 계속 살아." (p. 87)'박지영의 <개와 꿀>의 주인공 수경 씨는 경계성 지적 장애인으로 전시장 지킴이로 일한다. 관람객들은 힌 가해 보이는 수경을 보며 이런 말을 한다. '개꿀이네. (p. 91)'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태어난 수경은 이른바 스스로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개꿀이란 소릴 마땅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야 내가 정상인 거냐고.'(네. 괜찮아요.)(네. 좋아해요.)(네. 좋아요.)질문은 달라도 답변은 매번 비슷합니다. (...) 제가 수용과 인정의 정답을 말하지 않으면 저는 틀린 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틀린 사람이 되는 경험을 여러 번 했으니까요. 그래서 제 귀는 어떤 질문도 달게 만드는 꿀 먹은 귀가 됩니다. (pp. 139, 140)'오한기의 <방과 후 교실> 주인공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주동이 받아온 공포 동화 숙제를 같이 하며 질문한다.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장 무서워하는 장소는 어딘지...윤해서의 <조건>에서는 하나하나 모든 일마다 조건을 따져 묻는 우리에게 묻는다. 차마 대답할 수 없는 걸 묻고 있는 건 아닌지..내가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일까? 묻고 또 물어야 삶에 의미가 있다. 답을 해줄 사람이 없다고 따라 죽을 순 없는 노릇이다. 삶에는 여전히 물을 것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음이 있어서 살아간다. 네 삶이 정상인의 삶이냐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 나에게 개꿀이라고 한다면 들어마땅한 소리라며 받아들이겠는가. 그러니 누군가의 다름을 인정하고 틀렸다는 생각은 버리자. 서로 묻도 답해야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다. 딸아이를 비롯한 가족조차도 말이다. 그리고 물을 때는 답할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차마 꺼내지 못해 답할 수 없는 걸 묻는 건 곤란하다. 세상이 내게 묻는다. 나도 세상을 향해 묻는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묻는다. 물음에서 뮤지컬 스토리가 탄생했듯, 묻고 답하는 삶이라야 내 삶의 스토리가 풍성해진다. 묻고 답하는 것이 삶이고 삶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