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 -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나의 첫 번째 연습실
김민영 지음 / 노르웨이숲 / 2025년 11월
평점 :
독서모임에 참여해 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 있긴 했지만 하지 않았다. 모임에서 꼰대 소릴 들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줌으로 하는 독서모임 제안을 받고 특별한 인연도 있고 해서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1년간 토론할 책 라인업은 문학 작품으로 짜였다. 문학작품을 워낙에 읽지 않았던 터라 걱정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독서모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달 문학을 읽다 보니 문학의 맛을 알아버렸다. 게다가 아내까지 덩달아 문학에 빠졌으니 더할 나위 없다.
독서모임에 자신이 붙어 모임을 늘려볼까 하던 차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독서 모임을 하라고 어떤 설득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고, 독서 모임을 왜 해?라는 질문에 그럴듯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바로 여기에서 '생각'의 차이가 일어납니다. 혼자 읽기란 혼자 생각하기와 같지만, 함께 읽기란 함께 생각하기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더 넓고 깊은 생각으로 가는 길목의 말 하기 연습이 바로 '독서 모임'인 것입니다. (p. 19)'
1장에서는 왜 책을 함께 읽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을 읽긴 읽었는데 어떻게 정리할지 몰라서 고민된다면 2장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3장은 잘 듣고 잘 말하는 법을 알려준다. 실생활에도 적용 가능하니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4장에서는 독서 모임에서 곤란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좀 더 깊고 풍부하게 독서를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홀로 읽기가 내 방이라면, 함께 읽기는 광장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으로 나가는 첫 번째 문이 바로 독서 모임입니다. (p. 34)'
500여 개 독서 모임을 만들고 진행한 저자의 꿀팁이니 그가 전해주는 경험담 모두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이거다 싶은 글귀가 눈에 띄었다.
'우리 삶은 각양각색의 사건들로 이루어진 태피스트리 (tapestry)입니다. 여러 색실로 그림을 짜 만든 직물처럼 사건의 종류도 형태도 저마다 다릅니다. 철학자 이진경은 에세이 <삶을 위한 철학 수업>(문학동네, 2013)에서 "우리의 삶은 사건을 통해 크게 구부러지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pp. 226, 227)'
이야기 속 인물이 변화를 겪게 된 사건을 찾아보고, 독서 모임 이야기 주제를 (내 독서 모임 비타민처럼) 미리 정해 공유한다면 그 주제에 맞는 사건을 미리 메모해 둔다. 이를 바탕으로 독서 모임에서 사건 위주로 말한 다음 내 생각과 느낌을 이어서 말하라고 저자 김민영 작가는 조언한다.
줌 독서 모임을 마치고 나면 아내가 항상 하는 소리가 있다.
'방 밖에서 들으면 당신만 떠드는 것 같아.'
'너무 흥분해서 급하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래 살아서 그런지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내 과거가 떠오른다. 할 말이 많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입술에 달싹거린다. 그래서 꼰대 소릴 들을까 봐 아내는 항상 노심초사한다.
"비타민 멤버 여러부운~ 내 말이 길어진다면 꼭 이런 반응을 보여 주길 부탁해~ 김민영 작가의 꿀팁이야. 그래야 아내한테 더 이상 핀잔을 듣지 않아~"
'네, 네... 아, 네...
네. 잘 들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p. 196)'
오프라인에서 가끔 만나는 책 친구분들도 서슴지 말고 내 말이 길어진다 싶으면...
'어휴 저 꼰대~'라며 속으로 흉보지 말고 꼭 반응해 주시길...
어떻게~ 독서 모임 하나 더 할까?
'프리랜서 작가로 살아오면서 저를 지켜준 것들을 꼽으라면 단연 독서 모임과 달리기라고 말합니다. 책이 좋아 시작한 독서 모임과 달리, 달리기는 하기 싫어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p. 4)'
좋아하는 걸 하나 더 하려면 싫어하는 것도 하나 해야하지 싶은데, 싫어하는 것... 뭘 해야 할까? 이것부터 정하고 독서 모임 늘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