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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 - 메이지 유신부터 패전까지, 근대 일본의 도약과 몰락을 돌아보다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7월
평점 :
몇 주 전이었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월드컵 개최하는 걸 보고, 두 나라가 친하고 역사적 관계도 좋고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오해했다는 외국인의 말을 유툽으로 들은 적이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멀고도 가까운 일본, 아직도 두 나라는 관계 정립을 못했다. 일본만큼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 일본놈이라 부르며 깔보는 태도, 이웃이긴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 일본에 대한 내 생각이다.
<위험한 일본책>을 읽은 지 2년 만에 다시 박훈 교수의 책을 읽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 부제에서 보듯이 '메이지 유신부터 패전까지, 근대 일본의 도약과 몰락'을 한국인 박훈 교수가 돌아보는 책이다.
<위험한 일본책>에서 저자는 내가 일본에 대해 가진 태도를 똑같이 일본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렇더라도 우리 한국만큼은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다.
당시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동해의 일본해 표기,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우리 정부가 보여준 일본에 대한 태도가 워낙 굴욕적이어서 저자가 제시한 일본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상당히 불편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일본에 대해 비슷한 관점을 유지한다. 19세기 구한말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가장 지리멸렬한 시기를 보낸 결과 식민지가 된 반면, 일본은 '죽음의 도약'이라 일컬을 정도로 역사상 기억에 남을 만한 대응을 해 근대화에 성공했다.
한국병합, 일본의 침략이라는 역사를 겪었다는 이유로 우리는 항상 일본을 악마화한다. 이런 맹목적인 적개심은 속은 후련할지 몰라도 청이나 러시아 세력에 대한 비판을 무디게 할 뿐만 아니라 구한말 무능한 위정자를 감싸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근대사의 좌절을 모두 일본 탓으로 돌리는 건 수정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20세기 일본이란 도대체 무엇이었나? 이는 한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근현대 한국은 그들을 대상으로 배우고 저항하며, 당하고 이겨내며 만들어진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 일본사는 낯선 대상이다. 밉고 불쾌해서 공부를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이 된 마당에 한국 시민도 20세기 일본을 냉정하게 직시할 때가 되었다. 일본을 바라보는 한국 시민의 시각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성숙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p. 235)'
민주화 과정에서 일본은 여러 제도의 타당성을 두고 뜨거운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사색 없이 갑자기 얻은 것이니만큼 일본의 '자유민권 운동'을 되돌아보자는 저자의 주장도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리상 이웃한 일본과 계속 냉랭한 관계를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맥락에서 일본을 제대로 바라보자는 주장과 근대 일본 역사를 잣대로 삼아 한국의 미래를 성찰해 보자는 박훈 교수의 통찰은 설득력 있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일본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일본 청년들도 한국을 더 이상 멸시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과 일본의 미래 세대는 박훈 교수의 주장대로 서로 상대방의 역사를 보며 스스로 성찰하는 훌륭한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