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 철학은 언제나 넘사벽이다. 이번만큼은 철학에 입문하도록 쉽게 가이드 해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매일 공부하는 철학자 탁석산의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에 기대를 걸었다. 철학은 역시 어려웠다.

철학은 사유의 결과이다. 그 사유하기가 낯설다면 철학은 쉬울 수가 없다. 꼭 이해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일찌감치 버렸다. 저자의 충고대로 '일단 소설 읽듯이 한 번 편하게 읽고 틈틈이 정독하기'로 맘먹었다.


'철학사 없이,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철학에서 옛날은 없기 때문입니다. 과학 기술은 최신이 최고이고 가장 새롭지만, 철학은 다릅니다. 서양 고대 철학이 현대 철학보다 많이 낡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p. 8, 머리말)'

이 책은 탈레스부터 현대 분석철학자 콰인(처음 들어보는 인물이다)까지, 고대 신비주의부터 20세기 에소테리시즘까지 2500년 서양 철학사를 담았다. 철학자 위주로 소개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철학은 철학사를 통해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지도를 보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듯이, 철학사를 앎으로서 내 생각이 어디쯤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서양 철학은 주로 신, 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해 질문한다. 이 질문이 이성에만 의존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철학자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그 뜻과 함께 신비 전문가, 연금술사, 마술사, 꿈 해석가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와 마술사란 조합이 이상해 보인다. 하지만 19세기까지도 신비를 다루는 책 이름에 '철학'이 종종 등장한다.

러셀도 철학을 신학과 과학 중간쯤에 있다고 말하면서 신비주의를 철학의 보조 삼는다.
'철학은 신학과 과학의 중간이 아니라 신학, 과학, 에소테리시즘과 뒤엉켜 있어 보입니다. 어느 하나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고, 서로 얽혀 있어 보입니다. (p. 22)'


소크라테스의 인생을 바꾼 건 신탁이었다. 카이레폰이 신에게 물었다.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가?' 소크라테스가 가장 지혜롭다는 답을 들었다. 이렇듯 고대 철학은 신비주의와 공존했다.

헬레니즘 및 로마 시대에 철학은 쇠퇴하면서 종교, 철학, 신비주의가 각각 독자 영역을 구축한 다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중세는 신의 시대였다. 신학자와 철학자는 계시를 해명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성으로 되지 않을 때 신비주의가 등장해 이를 해결한다.

그리스, 로마 인문학이 부활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고대 이교도도 같이 부활한다. 연금술은 자연과학 발전의 디딤돌이 되고, 과학은 신과 인간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한다.

계몽주의는 지식 중심으로 과학을 높이 평가했다. 신비주의도 과학 중시 시대 흐름에 맞춰 신비체험을 개인 단위로 바꾼다. 19세기 미국에서 부흥회가 인기를 끌었고, 동양의 신비가 전설로 등장했다.

현대에 들어서 철학은 삶 대신 언어를 말하고, 신비주의는 에소테리시즘이란 이름을 얻어 과학을 적극 활용하며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철학을 사유는 방법이란 철학사에 등장하는 사상가들의 질문에 따라 내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닐까? 철학에 옛날이란 없다. 2500년 전 고대부터 중세, 르네상스, 계몽주의를 거쳐 현대까지 계속 이어진 질문은 시대에 상관없이 유효하다. 그 질문을 비판하고 나의 주장을 펼칠 때 또 누군가 나타나서 내 주장을 비판한다. 그렇게 철학은 존재하며 존재할 것이다.

'헤겔의 개념이 보통의 개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신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신과는 달리, 그의 개념은 성장합니다. 가장 빈약한 내용에서 절대정신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주관 정신에서, 객관 정신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정신으로 되어 갑니다. (p. 4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