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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5월
평점 :
1쇄를 찍은 것이 5월 말이었으니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았다. 며칠 전 2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빠른 편이다. 무엇 때문일까?
25년 차 방송작가 김영숙은 널리 알려진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8년째 맡고 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될 자연인을 만나면서 작가는 지난날의 작가 자신도 만났다. 자신에게 말을 건넸고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그 이야기를 담은 책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는 독자에게도 지난날의 독자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낯선 자신을 만나 멋쩍었지만 반가웠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도 작가처럼 독자 자신을 다정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고. 이 책 2쇄를 빠르게 찍게 한 건 바로 과거의 나를 나에게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p. 8)'
이 물음이 나를 만나는 여정의 시작이다. 나에 대해 오랫동안 깊이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리고 지난날 어느 때의 나를 만날 것인지를 결정하게 한다. 그때의 나를 발견하고는 그의 안녕을 먼저 묻게 된다.
'지난날, 나는 나의 안녕을 얼마나 물어줬던가? (p. 8)'
한쪽 구석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얼마나 외로웠지를 짐작해 본다. 그에게 다가서며 그의 편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부모님도 가족도 모두 바빴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 혼자 결정해야 했던 시절, 대부분 결정에 아쉬움이 남아 후회하며 지냈다.
'100세가 된 노인에게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을 꼽으라고 하니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며 살았던 것"이라고 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p. 35)'
힘을 좀 빼고 살 수는 없었던 것일까? 어깨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가벼운 충격에도 몸이 부러졌다.
김영숙 작가는 자연인 답사를 갈때면 산에 혼자 살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곤 했다.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 (p. 169)'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어제 선배와 오랜만에 통화하며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 때문에 돈을 벌지? 번 돈으로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런데 가만 따져보면 돈은 벌었는데 더 벌고 싶은 욕심에 의외로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죽는다.
선배와 나는 그나마 우리는 다행이라며 서로 응원했다. 퇴직 후 선배는 AI 관련 하고 싶은 일은 하며 즐겁게 지낸다. SNS에 하루 몇 개씩 글을 올리고 일주일에 한 번 강의도 한다. 책 읽고 사유하는 요즘 나의 일상이 나도 즐겁다.
작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가?'보다는 늘 '적절한 선택인가?'를 먼저 따졌다. 이제 작가는 이전과 다른 선택,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걸 하기로 한다. 통합심리치료를 공부할 목적으로 상담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선물받는다.
'"자기 삶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는 주체는 자신뿐이다." (p. 201)'
지난날의 나를 일으켜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처럼 하고 싶은 걸 하는 이야기로 지난날의 나를 다시 쓰고 싶었다. 그래서 해야 할 질문은? 나를 만나는 여정의 마지막 질문...
'"그렇게 생각해서 나는 과연 행복한가?" (p. 207)'
'그러니 이제 마음이 힘든 일은 그만하고 그저 단순하게 딱 한 가지만 묻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행복한가? (p. 208)'
책을 읽고 감상을 쓰면서 가끔 지난날의 나를 소환한다. 소환된 나는 아쉬움뿐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때의 나를 글로 적으면 행복한 나로 변한다. 지금 생각하는 지난날의 나는 모든 장애물을 지나온 나이기 때문이다. 행복한지만 묻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삶의 에필로그, 맺음을 다정하게 써나가고 있다. 김영숙 작가처럼...
'나를 알아가는 것, 그것이 얼마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지 글을 쓸수록 감탄했다. (pp. 231,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