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 : 전장의 눈물, 운명의 날 역사 딥 다이브 1
김휘찬 지음 / 한언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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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전쟁을 시작하고, 부자는 무기를 대고, 가난한 사람은 자녀를 제공한다.
전쟁이 끝나면
정치인들은 미소를 지으면 악수를 하고, 부자들은 생필품의 가격을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녀의 무덤을 찾아간다.'
- 세르비아 속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또 전쟁이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다. 이 전쟁의 참혹함은 인류가 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신은 살아있나...' 그리고 인간이란 부조리하고 허무한 존재라는 결론에도 이르게 됐다.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쟁사를 전해주는 김휘찬의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 : 전장의 눈물, 운명의 날>은 제2차 세계대전을 낳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전 세계로 확산 전개되는 과정을 각국의 승패와 운명을 갈라놓은 전장의 하이라이트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작전에는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타협과 갈등은 물론, 독선, 오해에서 비롯된 판단 오류 등 다양한 뒷이야기가 숨어있다.

1939년 9월 1일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독일의 폴란드 침공은 그 전날 독일 친위대 소속 특수부대가 폴란드 군복을 입고 위장해 가짜 선전포고문을 낭독한 일이 빌미가 됐다.

사막의 여우 롬멜은 계속되는 무의미한 희생을 막기 위해 히틀러의 명령은 무시하고 후퇴 결정을 했다. 북아프리카에 도착했을 때 결행했던 공격 역시 리비아를 지키라는 정식 임무를 어긴 롬멜의 독단이었다.

1941년 6월 22일 독일은 독소 불가침 조약을 일방적 파기하고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상 작전인 소련 침공, 바르바로사 전쟁을 시작했다. 4년간 벌어질 이 전쟁을 절멸 전쟁이라는 일컫는 이유는 게르만 민족의 새로운 생활권과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그곳에 사는 열등한 슬라브 민족을 절멸한다는 프로파간다 때문이다.

'<전쟁론>의 저자이자 군사학자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Carl von Clausewitz 가 말한 것처럼, 전쟁은 결국 정치의 연속이자 상대 방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무력 행위입니다. 따라서 '의지의 강요', 그것이 곧 전쟁의 목표가 되겠죠. (p. 110)'

사상 최대의 전차전 쿠르스크 전투에서 민슈타인은 예비로 남겨둔 제2친위기갑군단을 투입해 소련군을 돌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기갑군단은 히틀러에게 이탈리아 방위 업무를 부여받고 전선에서 이탈했다. 만슈타인은 조금만 더 공격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건의했으나 히틀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히틀러의 생일 바로 다음 날인 1945년 4월 20일 소련군 포병부대는 베를린 시내에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위중한데도 편집증적이고 신경질적인 히틀러는 여전히 혼자 망상에 사로잡혀있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부대들을 지도 위에서 이리저리 이동하며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소련군이 눈앞에 다가올 때까지 계속해서 전쟁을 지휘하던 그가,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하는 말을 입 밖으로 꺼냈습니다. "우린 전쟁에서 진 거야!" (p. 252)'

오키나와에서 일본군은 '옥처럼 아름답게 깨져 흩어진다'는 뜻으로, 최후의 한 명까지 후퇴하지 않고 죽음으로 싸운다는 의미의 '옥쇄'명령을 민간인에게도 강요했다. 이런 격렬한 저항은 미군에게 '작은 섬에서도 이 모양인데, 본토에 상륙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을 만들어주었다. 그런 생각은 '승리가 확실한 가운데 병사들을 무의미하게 희생시킬 필요가 있을까'라는 논리로 이어졌다. 격렬한 저항이 없었다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리틀 보이'와 '팻맨'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 레프 트로츠키(Lev Trotsky) (p. 279)'

지금도 전쟁의 한가운데 놓여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스라엘과 그 주변 국가의 사람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그런 처지에 있다.

정권 연장을 위해 정치인은 전쟁을 불사한다. 거대 방산업체는 있는 힘껏 전쟁을 부추긴다. 힘없는 국민들의 아이들은 전쟁에 동원돼 죽어나간다.

제2차 세계대전처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도 언젠간 끝날 것이다. 정치인들이 만나 악수하며 협정을 맺을 것이다. 전쟁 복구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고, 자식, 친구, 이웃을 잃은 전쟁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은 상처가 너무 쓰라린 나머지 신을 원망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악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고 서로 불신하게 될 것이다.

전쟁으로부터 무언가 배웠어야 함에도 인간은 그러기보다 또 전쟁을 시작하고 무기를 대고 자녀를 제공한다. 악수하고 물가는 올라가고 자녀의 무덤을 찾아 슬퍼할 것이고... 신에게 화풀이하고 세상이 부조리하다 원망하는 짓을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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