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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첫 문장 -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평점 :
솔로몬 왕 앞에 나와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며 두 여인이 다퉜다. 솔로몬은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게 한 다음 명령을 내렸다.
"살아 있는 이 아기를 반으로 잘라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고 반쪽은 이 여자에게 주어라." <구약성서 열왕기상 3:25>
한 여인은 왕의 명령대로 아기를 반으로 자르자고 한 반면, 다른 여인은 왕의 명령에 소스라치게 놀라 아기를 죽이지 말고 살아있는 아기를 저 여인에게 주라고 솔로몬에게 간청했다. 솔로몬 왕은 지혜로 누가 아기의 엄마인지를 가려냈다.
아르키메데스는 부정직한 금세공인이 금 일부를 훔치고 값이 싼 은을 섞어서 왕관을 만든 것을 밝혀내라는 명령을 왕으로부터 받았다. 늘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하던 아르키메데스는 어느날 욕탕에서 해결 방법을 얻어낸 다음 '유레카(알아냈다)'라고 외쳤다.
'은이 금보다 가벼우므로 순금으로 된 왕관은 금과 은을 섞어서 만든 같은 무게의 왕관보다 부피가 약간 작아야 한다. 그래서 은이 섞인(더 부피가 큰) 왕관을 액체가 들어 있는 항아리에 넣으면 순금으로 된 왕관보다 약간 더 많은 양의 물이 흘러넘치게 된다. (p. 41)'
아르키메데스는 지혜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로 도둑맞은 원료를 찾아냈다.
<과학의 첫 문장>은 과학자가 아닌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과학 저술의 발달사를 따라간 책이다. 비전공자를 염두에 두었다 하더라도 쉬운 책은 아니다. 역시 과학은 과학이다. 어렵다.
기원전 420년경에 쓴 히포크라테스의 <공기, 물, 장소에 관하여>를 비롯해,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 등 이 책에서 다룬 서른여섯 권의 과학 고전 모두,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들 과학책은 우리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안겨주었다. 솔로몬 왕이 지혜로 아이의 엄마를 찾아냈다면, 아르키메데스가 부력의 원리로 금을 빼돌린 도둑을 찾아냈듯이 말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이 신의 분노가 아닌 '균형이 깨진 탓'으로 바라보았다. 갈릴레오는 '관찰'이라는 방법으로, 알프레드 베게너는 '배열'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찰스 다윈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자연 선택'의 결과라는,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인 분자를 맹목적으로 보존해 나르도록 프로그래밍된 '생존 기계'라는 새로운 시각을 알려주었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 연속성을 더 확장시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두 관찰자는 모두 1초당 빛의 속도를 재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에서 달라지는 것은 1초당 가는 속도가 아니라 1초 자체라고 보았다. 우주의 어디에서나 일정하다고 가정되던 시간이 사실 전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관찰자가 더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은 팽창해서 더 느리게 간다. (p. 254)'
이들 과학자들은 어떻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을까.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는가' 뿐 아니라 '우리는 왜 그것을 알아내려 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째서 오늘날과 같은 방식으로 과학 지식이 인정되거나 거부되는지 알 수 없으며 어떤 것이 과학이 충족시킬 수 있는 약속이고 어떤 것이 의심해 봐야 할 주장인지도 구별할 수 없다. (p. 12)'
질문이었다. 끊임없는 질문으로 알아낸 과학, 그 어려운 과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면 우리도 질문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과학 문해력을 높일 수 있고 세상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