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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ㅣ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평점 :
난 떡볶이를 좋아하는 편인가?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게다가 엄마와 자신이 만든 음식 다음으로 떡볶이를 많이 먹었고 그래서 떡볶이를 너무 과잉 섭취한 것 같다는 떡볶이 사랑 탑 티어 급의 요조 작가에 비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 가족 가운데 나를 뺀 나머지 셋은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요조 작가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언제라도 나만의 비법으로 만들 수 있는, 소위 먹거리 레퍼토리 가운데 떡볶이 사촌쯤 되는 라볶이가 자리 잡은 것도 떡볶이를 좋아하는 가족에 대한 나의 끝없는 사랑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ㅋ 내 라볶이의 특징은 단, 짠, 맵 모두 잡았다는 것이다. 먹을 때마다 '오우 맛있어~'를 과도하게 남발하는 아내와 두 아이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 이를 때 없다. (그러는 속내가 따로 있지만 서로를 위해 모른 척한다.)
'아무튼'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를 고른 까닭이 있다. 3년 전 가을, 강원도 영월을 홍보하는 요조 작가의 <가끔은 영원을 묻고>라는 생활 에세이를 읽었다. 영월에서 가을 살기 하며 벌어진 에피소드를 담았는데 그때 요조의 글을 닮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름다운 표현에 적당히 유머가 곁들여진 힐링이 저절로 되는 글이었다.
'떡볶이가 등장했다. 떡의 모양새와 빛깔, 떡 위에 점점이 보이는 고춧가루 알갱이들, 서걱서걱 소리의 주인공인 파와 양파가 눈에 들어오면서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p. 51)'
이번엔 떡볶이를 가지고도 그런 글을 쓰는 요조 작가를 만났다. 착하고, 슬프고, 웃음 짓게 만드는 떡볶이 이야기.
'제주에 처음 홀로 와서 먹은 음식은 물론 떡볶이였다. 모닥치기가 시작이었다. '모닥치기'는 '여러 개를 한 접시에 모아서 준다'는 뜻을 가진 제주어라고 하는데 얼핏 들으면 무슨 운동 기술처럼 들리고 이 기술에 제대로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뭔가 결정적 한 방 같은 느낌이 든다. (p. 75)'
며칠 전 MBC <놀면 뭐하니>에서 너무 어려운 지경에 처한 자영업자를 응원하는 프로젝트로 이대 앞 즉석 불고기 떡볶이 맛집 '산타비'를 찾아가 돈쭐 내기 작전을 했다. 그날 15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는데, 3개월간 밀린 전기 요금 등을 낼 수 있게 됐다며 눈시울 적시는 사장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마침 이대 나온 딸아이가 들어와 산타비를 아냐고 물었더니 잘 알고 여러 번 갔고 항상 붐비던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한산하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매번 비건 음식점을 힘들게 검색하지 않아도, 그냥 아무 음식점에 들어가도, 그곳의 메뉴판에 고기가 들어간 메뉴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가 사이좋게 많았으면 좋겠다. 고기가 아니어도 만족스러운 식사가 더 쉽게 가능해졌으면 한다.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지구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p. 100)'
요조 작가는 이대 앞 전골떡볶이 맛집 '덕미가'에서 비건 메뉴를 먹으며 베지테리언이 된 소회를 풀어놓았다. 글을 쓸 당시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딸아이에게 이곳도 아는지 물어보았다. 잘 아는 곳이라며 이곳 역시 붐비던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잘 되나?' 걱정 섞인 말을 이었다.
'떡볶이라는 주제를 벗어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것을 좋아하며 '기준'이 생긴 사람들은 그것에 반하는 영역을 거리낌 없이 거부했다. 멋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보여주는 딱 부러진 호와 불호의 오만함, 그 자체가 멋지고 근사해 보였다. 나도 그렇게 떡볶이를 좋아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오만이 없었다. (pp. 143, 144)'
떡볶이에도 갈라치기가 존재한다는 점을 꼬집으며 요조 작가는 그것을 오만으로 해석했다. 요조의 해석에 따르면 지금 우리 사회만큼 오만으로 가득한 적이 있었을까 싶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여자와 남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우리는 항상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따라 우리 편 아니면 적으로 나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불행은 편가르기의 결과다.
요조 작가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요조의 글을 닮은 내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만약, 만약에 말이다. 내가 '아무튼' 시리즈의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꿈같은 이야기지만...) 어떤 소재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음~ 내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었던 곳, 테마파크에 관한 에세이? ㅋ <아무튼, 테마파크>...
p.s.
상대방 기분을 최고로 더럽게 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끝낸 에피소드를 <아무튼, 연애>를 쓰게 된다면 공개한다고 했는데... 아직인가요? 요조 작가님? ㅎ <아무튼, 테마파크> 나오기 전에 <아무튼, 연애> 읽을 수 있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