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크리에이터 댄 존스와 채색 전문가이자 디지털 컬러리스트 마리나 아마랄의 <선명한 세계사 1, 2>는 '빛바랜 세계에 제 빛을 찾아주려는 시도이자 컬러로 보는 역사다. (p. 10 서문)' 1850년부터 1960년까지 촬영된 1만 장의 흑백사진 가운데 200장을 골라 디지털 작업으로 색을 복원해 이 책에 실었다. 2년에 걸친 협업이 필요했다고 한다. 흑백사진에 색이 더해져 세계가 더 생생하고 선명하고 리얼해졌다.전쟁과 혁명의 1910년대 대표사진은 1916년 11월 프랑스 북부 솜강 근처 참호에서 부패해 뼈가 드러난 독일 병사의 시신을 담은 사진이다. 900만 명 이상의 병사가 죽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기다. 서부전선 솜 전투는 제1차 세계대전 가운데 최대 살육이 일어난 전투였다. 사진 속 독일 병사는 그 전투에서 죽은 100만 명 가운데 한 명이다.'서양에서 1920년대는 혁명적이고 상징적인 시대였다. 그 시대는 광란의 20년대, 황금의 20년대, 열광의 20년대 등 다양하게 알려졌다. (p. 63)' 1920년대를 대표하는 사진 속 인물,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겪은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재즈의 퇴폐적인 불협화음은 복잡한 1920년대 사회 그 자체를 반영한다.'플로렌스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먼 곳을 응시하는 그의 공허한 시선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딸 캐서린과 노마의 뚜렷한 절망과 짝을 이루어 1930년대에 미국과 전 세계에서 보통 사람들이 직면한 최악의 공포를 포착한 듯했다. (p. 110)'플로렌스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이며 네 남자에게서 낳은 열 명의 자식을 키웠다.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려며 일을 찾아 떠도는 삶을 살아야 했다. 플로렌스 오언스는 전쟁으로 가는 길목의 시대인 1930년대의 전형적인 인물이다.파괴와 구원의 시대, 1940년대를 대표하는 사진은 기관단총을 든 처칠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5000만 명 넘게 죽었고, 전쟁으로 형성된 정치와 문화적 태도는 지금도 우리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50년대는 변화의 시대다. 전쟁으로 왕족이 통치하던 시대는 저물고 새로운 왕이 나타났다. 그래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사진은 당연히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일 수밖에 없다. 제국들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세계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소비주의의 호황이 나타났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이 번창하면서 매릴린 먼로와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이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세계에 색을 되찾아주었다. (P. 195)'흑백의 과거를 지금 우리가 세상을 보듯 컬러풀하게 볼 수 있는 역사책이다. 사진에 색을 입히려면 모든 자료를 동원한 세세한 검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댄 존스와 마리나 아마랄의 수고 덕분에 컬러풀한 역사책이 내 손에 들려져 있다. 한 장 한 장의 컬러 복원된 사진이 희미한 역사를 선명하게 해준다. 이제 그 선명함이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가 알려주는 교훈을 좀 더 제대로 배우게 될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