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유진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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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무민 가족은 겨울이 되면 11월부터 4월까지 긴 겨울잠을 잔다. 한줄기 달빛이 무민의 얼굴을 비추자 무민은 그만 겨울잠에서 깨버렸다. 무민은 무민마마를 귀를 잡아당겨봤지만 겨울잠에 빠진 무민 마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해 뜰 녘에 무민은 집 밖을 나가 주위를 둘러보기로 마음먹었어요. (...)
문은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락방으로 뛰어 올라가, 지붕 출입문을 냅다 열고 기어 나갔어요.
차가운 공기가 무민을 덮쳤어요. 무민은 숨을 헐떡이며 지붕 가장자리를 굴러 넘어가 하얗고 차가운 눈 속으로 뚝 떨어졌어요.
무민 골짜기는 이제 푸르지 않았어요. 살아 있는 소리도 모두 사라졌어요. (p. 8)'

무민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무민 골짜기를 처음 봤다. 무민이 맞는 첫겨울, 마음씨 착한 무민은 낯선 환경에서 겨울잠을 자지 않는 처음 보는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게 될까...


"무민이 왜 좋아?" 그 어느 캐릭터보다 무민을 좋아하는 그래서 인형을 비롯해 무민 아이템을 여럿 갖고 있는 딸아이에게 물었다. 대답은 '귀여워서'였다. 무민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흰색 한 가지 색깔에 선도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 모습에 셀 수 없이 많은 귀여운 표정이 숨어있다.

무민의 귀여운 모습과 달리, 무민의 탄생은 토베 얀손의 어린 시절 외삼촌이 들려준 무시무시한 이야기 속 괴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부엌 난로 밑에 사는 무민트롤이 갑자기 튀어나와 목을 날려 버릴 수 있다고 겁을 주었다. 트롤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무서운 괴물이다.

하지만 토베는 무서운 무민이 아닌 귀여운 무민을 생각해냈다. '크고 둥글고 하얀 코처럼 눈으로 뒤덮여 늘어진' 나무 그루터기를 보고 무민의 둥근 주둥이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의 영감을 자연에서 얻은 셈이다.

2025년이면 무민이 모습을 드러낸 지 80년이 된다. 1945년 <작은 무민 가족과 홍수>로 무민 이야기가 시작됐다. 아 참~ 토베 얀손이 동성애자인 소수자의 삶을 살았다는 걸 아는지... 토베는 1971년 핀란드에서 동성애가 합법화될 때까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유령 쪽'이라는 은어로 표현했다고 한다.


지쳤지만 아내는 마지막 힘을 내 연년생 어린아이 둘을 양옆에 끼고 누워 동화책을 읽어주며 잠재우곤 했다 (그 덕분에 아내는 웬만한 동화의 줄거리를 다 꿰고 있다). 두 아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가 하면 경쟁이라도 하듯 궁금하다 싶은 걸 엄마에게 물었다.

무민이 첫겨울을 지내면서 전혀 몰랐던 세상이 있다는 걸 깨달았듯이 두 아이도 동화책 한 권 한 권에서 펼쳐지는 낯선 세상을 나름대로 상상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지금도 그때 상상했던 세상의 자투리가 조각조각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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