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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Conceptzine 2024.11 - Vol.117
미션캠프(월간지) 편집부 지음 / 미션캠프(잡지) / 2024년 10월
평점 :
품절
무엇을 정리하고 싶은가. 책장 정리를 제일 먼저 하고 싶다. 책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심란하다. 마음먹고 책을 끄집어내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퍼질러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서둘러 책장에 책을 다시 꽂아놓고 마무리하곤 한다. 책장을 노려보며 또 결심한다. 카테고리 별로 분류한 다음 작가별로 책 키 맞춰서 정리하기로...
'1. 책을 꽂을 때 손가락 한 마디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를 두어 빽빽하지 않게 한다.
2. 책장에 공간이 남으면, 작은 소품을 놓거나 감각적인 표지의 책을 정면으로 세워놓는다.
3. 자주 읽는 책은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위치에 둔다. (p. 255, 책 정리 정돈 활용 Tip)'
'우리는 매달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컨셉진 CONCEPTZINE>은 매달 새로운 주제로 함께 읽고 쓰고 행동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도록 가이드 하는 자기발견 매거진이다. 117호 11월의 주제는 '정리'이다.
'당신은 정리를 잘하고 있나요?'
언뜻 비슷해 보이는 정리와 청소는 무엇이 다를까?
'정리는 물건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배치하는 일이고 청소는 더러운 것을 없애 깨끗하게 만드는 일인 셈. (p. 219)'
차이가 있지만 일단 마무리하고 나면 뿌듯하고 몸과 마음이 안정된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하다.
정리 정돈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사람은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다. 미국에서 '곤도 Kondo'라는 말이 '정리한다'라는 뜻으로 쓰일 만큼 전 세계에 곤도 마리에 열풍이 불었다. 최근 정리의 여왕 곤도가 정리 정돈을 포기해 화제가 됐다. 육아가 포기의 원인이다. 첫째, 둘째, 셋째를 낳으면서 매일 정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곤도도 포기했는데 내가 정리 못하는 건 당연하지.'
아니? 곤도 마리에가 포기한 건 '완벽한'정리이지 정리를 포기한 건 아니다.
완벽한 정리를 목표로 일을 벌이니 정리에 실패하는 법이다. 조금씩 꾸준히 정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용품 브랜드 <스피드랙>의 민효기 대표는 타이머를 맞춰놓고 하루에 10분씩만 정리해 보라고 조언한다. 하루 날 잡고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물건 기준으로 정리하라는 꿀팁도 건네준다.
'많은 분들이 정리할 때, 거실, 주방, 화장실, 서재처럼 공간을 기준으로 삼아요 하지만 공간이 아닌 물건을 기준으로 정리하는 게 오히려 더 수월해요 컵 정리가 목표라면 집에 있는 컵을 다 한곳으로 모으는 것부터가 정리의 시작이에요. 해당 물건을 내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하게 되면, 그때부터 어느 정도 정리해야 할지 감이 잡히거든요. (p. 96)'
명화까지 정리한 화가가 있다. 스위스 예술가이자 코미디언 우르주스 베얼리가 그 주인공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고흐의 방>에 흐트러진 의자, 테이블, 액자, 옷가지 등을 말끔히 쓸어 침대가 있는 곳으로 모아놓았다.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트(겨울비)> 속 인물들을 키 크기별로 오와 열을 맞춰 정리해 놓았는가 하면,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색색의 점으로 분리해 봉지 하나에 담았다. 그림을 보면, 이렇게까지 정리할 일인가 싶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민은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서 고통스러워만 하는 것, 생각은 해결법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생각정리스킬이 이런 고민을 생각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거고요. (p. 113, <생각정리클래스> 복주환 대표)'
머리가 아픈 것은 복잡한 생각에 막혀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등 정리해야 할 생각이 길을 막고 있다. 생각 정리는 내 삶의 방향을 간단명료하게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또 정리할 것은 관계다. 퇴직 후 많은 관계들이 정리됐고 새로운 관계들이 그 자리를 메꿨다. 내 삶이 좀 더 명확해졌다 할까? 관계가 바뀐 후 내가 걸어갈 길의 색깔도 천천히 달라지는 중이다. 그렇게 <컨셉진 CONCEPTZINE>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나는 매달 새로운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