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핀 - 세상은 이들을 따른다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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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잠시 돌아보면, 내가 맡은 일에 열심이었다. 보통 출근시간 1시간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결근? 언감생심이다. 열이 펄펄 끓는 경우가 아니라면 출근했다. 쉬는 날도 출근했고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다.

상사에게 대든 기억? 거의 없다. 튀어나온 못이 정 맞는 법이다. 항상 고개를 수그렸다. 온갖 모욕적인 언사에도 반응하지 않고 참았다. 그냥 회사의 일부라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에 대한 대가로 보상을 받으며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뼈를 묻은 결과 첫 직장이 마지막 직장이 돼버렸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의 건물을 보면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린치핀>을 읽고 '내가 톱니바퀴였구나'라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회사라는 시스템의 일부가 아무 생각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 말이다.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순응하는 톱니바퀴가 된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선택.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을 고정하는 작은 핀을 '린치핀'이라고 한다. 세스 고딘은 <린치핀>에서 관리자와 노동자라는 집단 이외에 새로운 집단, '린치핀'이 더 생각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곧 들이닥칠 AI 시대에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즉 린치핀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또 하나, 산업혁명과 함께 도입된 공공교육과 무상교육 시스템에서 우리는 순응하는 공장 노동자로 훈련받았다. 세스 고딘은 그런 시스템에 항복하지 말고 '세상에 소란을 피우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제 새로운 거래를 해야 한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때 보다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거래 말이다. 바로 재능과 창의성과 예술을 자신의 지렛대로 삼는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p. 20)'

물론 우리는 톱니바퀴가 되도록 훈련받았다. 세스 고딘은 린치핀이라는 톱니바퀴로 살지 않아도 되는 길을 제시한다. 다행인 건 린치핀은 재능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가 마음만 먹으면 그 길을 선택해 갈 수 있다. 나의 선택만이 남아있다.

'계속 평범한 부품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비범함 인재, 린치핀으로 살 것인가.'

린치핀은 다른 사람의 지지나 허락을 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종류의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 훈련한다. 게임의 틀, 상호작용 방식 그리고 질문까지도 바꾼다.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 '차이'를 만드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린치핀은 선물을 자발적으로 주고 싶어 하는 열정과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는 예술을 결합해 자신을 차별화한다. 지침을 기다리지 않고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정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 진공상태에서 일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일한다. 그리고 린치핀은 겸손하다.

그 결과 '이제 사회는 우뚝 선 사람, 선물을 주는 사람, 관계를 맺는 사람, 두드러진 사람 (p. 449)', 대체불가 존재인 린치핀을 찾고 보상한다.


세계적 마케팅 전략가 세스 고딘의 대표작인 <린치핀>은 15년 전에 출간된 책이다. 세월이 흘러 챗 GPT의 등장으로 AI와 공존해야만 하는 시대가 눈앞에 있다. 산업혁명으로 노동 기반의 일자리가 없어진데 이어 정신노동 기반의 일자리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일자리를 놓고 AI와 경쟁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 세스 고딘이 15년 전에 마련한 '린치핀'이 되는 길은 지금도 그 가치가 충분하다.

익명이 되라는, 비인간화되라는 강요에 의해 이제까지 우리는 본성을 거스르며 살아왔다. 자~ 계속 순응하면서 평균 이상이 될 수 없는 값싼 인생, 톱니바퀴로 살 것인가. 내 앞을 가로막는 저항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예술가로 살 것인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AI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 린치핀의 길을 걷는 것만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평화롭게 먹고살 수 있으며 우리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는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p.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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