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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4.11 - Vol.125, 한강 작가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4년 10월
평점 :
품절
벌써 한 달 남짓이나 됐다. 지난 10월 10일 저녁 여덟시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그 감동이란. 그 흥분에 이어진 행복감을 좀 더 느끼려고 쏟아지는 한강 작가와 작품과 관련한 기사, 동영상을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시들해질 무렵, 요 며칠 동안 다시 한강에 빠져들 수 있어 행복했다. 월간 문화전문지 <쿨투라> 11월 호의 테마가 한강 작가였기 때문이다.
<쿨투라> 11월 호에는 평론가들의 다양한 작품 해석을 물론 한강의 동화, 한강 작품이 원작인 영화와 연극, 한강의 음악들, 번역가들이 한강을 바라보는 이야기, 인터뷰 등 한강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강의 작품에는 모든 이야기가 감각적으로 녹아있어 구조주의, 역사주의, 에코 페미니즘 등 모든 이론으로 작품 해석이 가능하다고들 한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한강의 문학을 '소설의 육체'를 관통하는 시적 글쓰기의 여정이라고 정의하면서 세계문학과 우리 문학 사이에 존재하는 10년의 시차를 한강 작가가 극복했다고 평한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요인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마주하는 것과 한강 문장이 보여주는 함축성과 느릿함이라고 분석한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한강이 과거와 현재를 겹으로 살면서, 살지도 죽지도 않은 자들을 진혼하는 영매와 같은 역할을 문학적으로 하고 있다고 본다. 함돈균 문학평론가는 시인 한강의 언어는 혀와 입이 있어도 혀와 입을 사용하지 않는 말, '혀가 없는 말'이라고 표현한다.
'한강의 시언어처럼, 한강의 소설 역시 죽은 자의 시선-목소리로 발화됩니다. 산 자의 세계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목소리를 붙잡는 것, 그것을 현전시키는 언어를 써야 한다는 것이 작가 한강의 각성입니다. (p. 43, 혀 없는 말 - 한강의 시적 문장에 부쳐)'
한강 작가가 동화를 썼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그림책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작가 소개 글에 비가 무척 내리던 날 엄마가 되었다고 썼다. 어린아이가 무서워할지도 모를 천둥과 번개를 두 꼬마 선녀를 등장시켜 놀이라는 말로 안심시킨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흰 HYNN (본명 박혜원)'에 얽힌 에피소드도 알게 됐다. 한강의 소설 <흰>에 나오는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만을 건넬게'라는 구절을 통해 큰 울림을 얻어 활동명을 정했다고 한다. 가수 흰의 노래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한강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가부장 또는 남성 중심 사회의 폭력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에서 가해진 국가 폭력에 감각적으로 불복종한다. 또한 무사유를 강요하는 권력에 맞서 한강은 당연하게 여겨온 규범과 가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유달리 폭력에 민감한 편이라고 말하는 한강, 그래서 아우슈비츠 학살을 다룬 영화를 볼 때마다 토하곤 한다는 한강이 그 누구도 가보려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순수의 상태까지 내려가 처참하게 당한 피해자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래서 한강은 읽기가 힘들다.
'정의가 없는데. 정의를 구현하는 히어로가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p. 123, 다크 히어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아내와 함께 정주행한 다크 히어로물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는 급기야 악을 심판하기 위해 악마가 내려온다. 악의 심판자로 국가 공권력을 기대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비질란테에 환호했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한다. 정의가 없는 세상 다시 말해 이 세상에 악을 심판하고 정의를 구현할 어떤 히어로도 없다. 지옥에서 온 악마가 히어로가 되는 세상, 악마를 내 편으로 삼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다.
그 밖에도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 전시, 부산영화제, 서울국제사랑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쿨투라>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