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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8 - 바로크 문명과 미술 : 시선의 대축제, 막이 오르다 ㅣ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8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24년 10월
평점 :
어렵기만 한 미술사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 저자 양정무 교수는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발견한 백과사전의 삽화에 마음을 뺏겨 미술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미술에 담긴 원초적 힘을 살려내는 것, 미술에서 감동뿐 아니라 교훈을 읽어내고 세계를 보는 우리의 눈높이를 높이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소명입니다. (p. 5, 시리즈를 시작하며)'
양정무 교수는 미술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라고 말한다. 미술에 역사적 맥락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미술 감상은 그 작품이 탄생한 시대를 똑바로 보는 셈이다.
'유럽 미술이 화려하고 웅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상당 부분 이 책이 다루는 바로크 미술 때문일 겁니다. 시기적으로 17세기, 정확하게는 16세기 말부터 18세기 중엽까지 유럽의 미술은 전례 없이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인간의 시선을 압도합니다. (p. 6, 8권에 부쳐 - 바로크 시선의 대축제)'
'바로크 baroco'는 포르투갈어로 '불규칙한 진주'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술사에서 이 단어는 '과장된'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눈부신 미술, 너무나 화려하고 환상적이어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바로크, '난.처.한 시리즈' 7권 <르네상스의 완성과 종교개혁> 출간 이후 2년의 기다림 끝에 나온 양정무 교수의 여덟 번째 이야기는 바로 '시선의 대축제, 바로크 문명과 미술' 이야기다.
종교개혁 시대(1517년 이후)에 교회의 예술작품들을 이교도적인 우상숭배로 여겨 대량으로 파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대한 반발로 반종교개혁(약 1550년 이후)이 시작되었고, 구교 지역에서 바로크 양식이 발전했다. 처음에 바로크 예술은 가톨릭 교황청의 선전 예술로 활용됐다. 교황청이 발주한 교회 건축물에 장중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살리도록 절대군주 측에서 요구했는데, 이것이 바로크의 형식언어의 근간이 됨과 동시에 군주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양식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가 있었다면 이 책 8권에는 바로크 '작가의 시대'를 대표하는 카라바조, 루벤스,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벨라스케스 등이 등장한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인생의 모든 다양성, 모든 매력, 모든 아름다움은 빛과 그림자로 구성된다.'라고 했던가.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으로 현실을 겨눈다.
이탈리아가 르네상스 화가들의 고향이라면 바로크 시대의 그 역할은 네덜란드가 떠맡았다. 네덜란드의 화가들은 황제와 귀족층을 위해서, 또 다른 한편의 화가들은 상업 부르주아를 위해 작업했다. 루벤스는 궁정에서 활동하며 군주들을 위해 그림을 그려 명성을 얻은 '화가들의 왕'이었고 '왕들의 화가'였다. 반면 렘브란트는 부를 축적한 신교 세력의 시민계급 편에 선 화가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소라면 바로크를 대표하는 미소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다. '신비한 분위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잡아끈 명작 (p. 467)'을 그린 화가가 바로 페르메이르다.
스페인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는 단연 디에고 벨라스케스다. 그의 작품 <시녀들>의 다채로운 해석은 백과사전 한 권으로도 부족할 정도다. 고야, 피카소가 작품으로 <시녀들>을 재해석하기도 했다.
양정무 교수의 '난.처.한 시리즈'는 미술에 대한 깊이보다는 폭을 넓힐 수 있는 미술 교양서에 더 가깝다. 주요 작품이 책 속에 가득하다. 각 챕터 말미에는 작품과 사건이 연표로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전시회나 박물관에서 안내서를 읽고도 몰라서 난처한 경험이 있었던 우리 모두를 위해 안성맞춤인 미술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