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강산 큰 스푼
신현수 지음, 이준선 그림 / 스푼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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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자로 일하다가 어린아이와 청소년을 위해 글을 쓰는 신현수 작가의 <내 이름은 이강산>은 일제 강점기가 끝나갈 무렵인 1940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려고 갖은 정책을 내놓으며 일본이 발악할 때다. 내선일체를 강요하고, 황국신민서사를 달달 외우게 하고, 일본식으로 이름을 짓도록 창씨개명을 강요했으며, 매일 아침 도쿄를 향해 절하는 궁성요배와 신사참배를 하게 했다.

이 가운데 <내 이름은 이강산>은 창씨개명에 저항하는 모습을 소학교 4학년인 이강산이 바라본 이야기다. 일본 이름으로 바꾸지 않으면 전쟁터로 끌려가고 식량배급도 못 받았다. 아이들은 일본 선생에게 뺨을 맞고 학교에서 쫓겨났다. 그럼에도 이강산의 할아버지는 이름을 바꾸지 않고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협박에 못 이겨 창씨개명을 한다.

'"좋았어, 이제 네 이름은 리노이에 코우잔이다. 이강산이라고 하면 큰일 날 줄 알아라. 근데 리노이에 코우잔, 이름을 누가 지었더냐?"
"할아버지요."
"흥, 조선 성씨도 살리고 이름도 그대로 놔두다니. 하등 인간 주제에 머리깨나 썼군, 어쨌든 좋다." (...)
강산이의 일본 이름 '리노이에 코우잔'은 한자로 쓴다면 '李家 江山(이가강산)'이다. 그러니까 원래 성씨인 '오얏 리(李)' 자 뒤에 '집 가(家)'자를 집어넣어 성씨를 두 자로 만든 것이다. (p. 78)'

'개똥이나 먹어라'라는 뜻의 '이노쿠소 구라에', '성을 바꾼 나는 개새끼 곰 자식'이라는 뜻의 '이누코 쿠마소오'.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바꾸지만 이름으로 끝까지 저항했다.


오늘 아침 유튜브에서 들은 이야기다.
'국권 회복을 위해 총칼을 들고일어난 의병 애국정신을 존경하지만 열악한 조건으로 일본군과 싸워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본다. 나는 순간의 분함을 참고 훗날을 도모하여 실력을 키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이 글은 검정을 통과한 역사 교과서에서 '의병투쟁과 애국계몽운동'을 주제로 자기 생각을 주장해 보자는 탐구자료의 예시라고 한다.

역사는 누구의 관점에서 서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역사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과연 누구의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바라볼까. 이 예시 글에 따르면 창씨개명에 저항한 자들은 순간의 분함을 참지 못한 사람이 된다. 훗날을 도모하지 않은 미련한 사람이기도 하고.

이 예시 글의 역사적 관점은 광복절에 일장기를 내건 자, 일본의 마음을 더 중시 여기는 자, 출세를 위해 부모의 국적마저도 쉽게 바꿔버리는 자들의 관점이다.

어린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해 우리 역사를 우리의 관점에서 전하려고 노력하는 신현수 작가가 있어 안심된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자란 아이라면 광복절에 일장기를 내걸거나 일본의 마음을 우리의 마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가슴 아프고 치욕적인 창씨개명에 맞선 저항정신을 가슴에 새겼으니 부모의 국적을 쉽게 바꾸는 미련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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