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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 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실수’에서 탄생한다!
오스카 파리네티 지음, 안희태 그림, 최경남 옮김 / 레몬한스푼 / 2024년 7월
평점 :
'1754년, 영국의 작가이자 미술사가인 호레이스 월폴 Horace Walpole 은 우리가 무언가를 찾다가 실수로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을 묘사하기 위해 '세렌디피티 serendipity'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p. 8)'
<세렌디피티 Serendipity>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유명한 음식과 음료에 관한 이야기다. 실수나 착오, 사고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얻은 위대한 발견으로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48편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브라우니는 초콜릿 케이크 반죽에 효모 넣는 것을 깜박한 파티시에 덕분에 탄생했다. 아이스크림 서빙용 접시가 동이 났지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옆 부스의 요리사 함위가 잘라비아를 콘 모양을 말아서 건넸다. 원뿔 모양의 아이스크림콘은 뾰족한 끝까지 다 먹을 수 있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가나슈 Ganache!" 어느 유명한 제과 장인이 초콜릿 조각이 담긴 그릇에 무심결에 끓는 우유를 쏟아부은 한 순진한 견습생을 향해 내지른 소리였다. (p. 178, 초콜릿 가나슈)'
콩국을 만들다가 실수로 천일염을 넣는 바람에 두부를, 아몬드 케이크를 바쁘게 만드느라 밀가루를 빼고 만들어 카프리 케이크가 이 세상에 선보였듯 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실수나 부주의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쓰는 동안 '궁극의' 세렌디피티가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세렌디피티는 아마도 인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다. (p. 9)'
만약 세상에 모든 것이 완벽했다면 어땠을까? 지루할 것이고 성장을 위한 자극제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저자인 오스카 파리네티의 생각이다. 불완전함이 더 나은 것을 만든다. 우리 인간도 이를 증명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세렌디피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왜 언제부터 우리가 두발로 서서 걷는 것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허리 통증, 요통, 신경통 등 여러 통증을 겪게 됐다. 상체를 세움으로써 드러난 머리를 지탱하는 목의 경동맥과 장기가 있는 부드러운 복부는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동물들이 노리는 치명적인 약점이 돼버렸다. 출산의 고통도 얻었다. 직립보행은 대표적 불완전함이다.
하지만 직립보행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적응한 결과는 엄청나다.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하고 손과 팔을 자유롭게 만들어 도구를 다룰 수 있게 됐다. 돌연변이도 DNA의 입력 오류라 할 수 있지만 돌연변이가 없었다면 진화도 없었을 것이다.
'자연의 우연이 우리를 창조했고, 이제 우리는 우연을 이용해 자연을 이해합니다. (p. 408)'
인간만이 스스로 불완전하다는 것과 스스로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 불을 발견해 익혀 먹는 등 문화나 기술 발명으로 유전자를 바꾸기까지 했다. 인간이 지닌 가장 매혹적인 세렌디피티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셈이죠, 문화가 먼저, 생물학이 그 뒤를 따른 겁니다. (p. 411)'
어쩌면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지방과 당분도 적응해 우리 몸에 이롭게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인류의 세렌디피티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두려워 벌벌 떠는 대신 실수에서 배움을 얻는 열린 마음을 가진 결과다. 공동선을 우선으로 했고, 섣부른 확신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의심을 거듭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완전하지만 세렌디피티를 거듭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우리, 지금 직면한 기후 위기는 어떤 세렌디피티로 인류 스스로를 구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