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아이스 에디션)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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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삼성은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공식화했다. 주말에 출근해 무슨 일을 할까? 일상 업무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업무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직원들 없이 임원 혼자 출근해 그런 업무를 할 수 있을까? 창의, 도전이라면 집중력이 필요한 일인데 과연 가능할까?

그런가 하면 지난해 윤정부는 주 69시간(6일 기준)을 허용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입법예고했었다. 다행히 제동이 걸렸지만, 주 5일에서 주 4일 근무로 움직이는 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240명이 일하는 회사 퍼페추얼 가디언의 대표 앤드루는 주 4일 동안 일하도록 바꾸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한 달의 준비 시간을 준 다음 시행한 결과 직원들의 '정신 산만'을 보여주는 모든 징후가 급격히 줄었다. 소셜미디어를 하는 시간이 35퍼센트 줄었다. 참여도와 협동력은 30~40퍼센트 증가했고, 스트레스는 15퍼센트 하락했다.

'그는 추가로 생긴 휴식 시간이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이 시간은 "미쳐 날뛰는 현대 생활에서 사라졌던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게 했다. (...) 둘째로, "직원들은 본인들이 '나만의 시간'이라 부르는 것이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p. 297)'

이런한 연구와 사례가 수두룩함에도 삼성과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사례를 볼 때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 개인의 힘으로 맞서는 건 달걀로 바위치기란 생각이 든다.


2023년 최고의 화제작이며 세계적으로 찬사가 쏟아진 <도둑맞은 집중력>은 집중력을 상실한 이유와 그 집중력을 어떻게 하면 다시 찾을 수 있는지를 다룬 흥미로운 분석이 담긴 책이다. 요한 하리는 집중력을 잃게 된 원인의 책임을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서 살펴본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집중력을 도둑맞았을까? 요한 하리는 그 원인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착각, 잃어버린 몰입의 즐거움, 떨어진 수면의 질, 스크린에 빼앗긴 소설 읽기 능력, 딴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 무한 스크롤로 우리들을 통제하는 거대 테크 기업의 권력, 분노에 빠지게 하는 알고리즘, 과도한 노동시간, 값싸고 형편없는 식사, 놀이를 빼앗아 간 학교 교육 등을 꼽는다.

'사람들이 꼽은 집중력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핸드폰이 아니었다. 응답자의 48퍼 센트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두 번째 이유는 출산이나 노화와 같은 생활 변화로, 이 역시 48퍼센트의 지목을 받았다. 세 번째는 43퍼센트가 선택한 수면의 어려움 및 수면 방해였다. 핸드폰은 37퍼센트의 선택을 받아 4위에 올랐다. (p. 270)'

이 모든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배후에 사회적 시스템이 있다. 시스템 권력을 개인을 설득하기 위해 잔혹한 낙관주의를 들고나왔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비만이나 우울, 중독처럼 우리 문화에 근본 원인이 있는 거대한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언어로 단순한 개인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p. 233)'

저자는 '잔혹한 낙관주의'는 얄팍한 해결책으로 '문제는 시스템에 있는 게 아니라 네 안에 있어'라고 우리에게 속삭인다고 말한다. 그래서 집중력을 되찾으려면 개인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임을 인정하고, 모두 협력해서 장애 세력을 하나씩 해체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 요한 하리는 집중력 높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 우리도 적용할 만한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사전 약속으로 지나친 전환을 멈추려 노력한다. 스스로 게으르고 부족하다고 자책하기보다는 당장 할 수 있는 몰입 상태를 추구한다. 소셜미디어를 주 단위로 나누어 6개월은 사용하지 않는다. 딴생각을 하도록 생각이 배회하게 내버려둔다. 여덟 시간 잠잔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도록 시간을 준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함께 싸워서 얻어야 할 것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알고리즘에 중독된 이상 집중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를 통제하는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주 4일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늘 탈진 상태에 있는 한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 아이들의 건강한 집중력 발달을 위해서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지금 꼭 집중력을 회복해야만 할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 깨끗한 녹색 에너지로 사회에 동력을 공급하려면, 정신없이 3분마다 작업 전환을 하고 알고리즘이 주는 분노로 서로 다툴 시간이 없다. 집중해서 분별력 있는 대화를 나누며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어야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제임스 윌리엄스가 한 말을 떠 올렸다. "나는 중요한 정치적 투쟁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어쩌면 인간 집중력의 해방이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도덕적, 정치적 투쟁일지 모른다. 이 투쟁의 성공이 선행되어야만 사실상 다른 모든 투쟁이 성공할 수 있다." (p.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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